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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17

by 김영무
ks-kyung-6PnsDGju0SU-unsplash.jpg Photo by KS KYUNG on Unsplash


서구의 수백 년의 역사를 수십 년 만에 해치운 대한민국은 직선의 세계를 가장 빠르게, 가장 잘 실천한 나라라는 표현이 참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안되면 되게 하라! 하면 된다! 주장하며 급속도로 발전한 후유증이 지금 대한민국에 난무한다는 것이죠.


자연에 직선은 없지만 자연을 역행해 건축에 직선이 생긴 것은 산업혁명의 철도시대 이후라고 합니다. 강물 따라 굽이굽이 돌던 길을 직선으로 철도를 깔고, 고속도로를 깔면서 자연에 역행하는 직선이 만들어졌고, 주거공간이나 건축에도 그때부터 직선의 설계 개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대한민국의 아파트야말로 직선의 건축이 가장 경제적으로, 그리고 가장 폭력적으로 실현된 형태라는 주장에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고층 아파트가 단지 가득하게 빽빽하게 늘어선 디자인은 보지 못했습니다. 좁은 땅 위에 최대한 많은 가구를 욱여넣으려다 보니 이런 디자인이 생겼겠지요.


우리는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부딪히면 뚫었고, 안 되면 되게 했으며, 무슨 일이든 맡기면 해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좀 천천히 가도 됩니다. 평균 수명 50세 시절에서 재수 없으면 백 살까지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빨리빨리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100세 시대에는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하는 거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을 합니다. 구불구불 돌아가며 살아야 동화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에 좋아요를 클릭하고 싶습니다. 부딪히면 돌아가는 곡선이 바로 관대함이라는 것이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족한 것입니다.


두 아들 중에 한 녀석이 유독 눈에 밟힙니다. 걱정이라기보다는 약간의 짜증을 유발하는 녀석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집에서 가장 빈둥거립니다. 중학생이면 이제 스스로 공부할 거도 찾아 하고 핸드폰도 하루종일 보는 걸 중지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에 그 녀석의 빈둥거림이 아주 거슬립니다.


대화를 시작하면 야단치는 방향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대화 자체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짜증이나 화가 나면 일단 말을 멈추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말을 듣지도 않는데 서로 감정만 나빠지거든요. 조용하게 뭐뭐 할 시간이야~ 오늘 너무 많이 놀았다~ 수준에서 멈춥니다.


제 속은 솔직히 아주 답답합니다. 허나 따져보면 제가 중학생 때 날라리는 아니었어도 부모님 말씀을 아주 잘 들은 건 또 아니었거든요? 부모님의 말씀을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내 마음대로 행한 적이 참 많았던 거 같아요. 이래서 자기가 말썽 부린걸 나중에 자식에게 그대로 돌려받는다는 말이 있나 봅니다.


하지만 이제 저도 직선으로 생각하는 것을 멈춰야겠습니다. 그 녀석은 그 녀석 나름 대로의 사고방식과 삶이 있을 것이고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있을 겁니다.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해 주는 것으로 충분히 아름다운 녀석이 될 줄 믿고 관대함을 장착하고 기다려줘야겠죠.


오늘의 질문: 오늘 어떤 관대함을 누구에게 보여주실 건가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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