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18
저자의 책장을 사진으로 보니 도서관을 방불케 하네요. 5톤 트럭으로 책을 여수로 가지고 왔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라 절반 정도라고 하니 가히 기함할 만큼의 책입니다. 대단한 책사랑입니다. 빈 책장을 채우며 늙어간다는 욕심도 대단해 보입니다. 책장의 책들을 보면 가슴이 뛴다는 이야기와 빨리 그 책들을 읽고 소화해 새로운 주제의 책을 쓰고 싶다는 표현은 참으로 멋집니다.
심지어 그동안 영어, 일본어, 독일어를 공부한 이유가 좋은 책을 사서 읽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공감이 갑니다. 저는 영어만 공부했지만 번역된 책과 원서의 느낌이 상당히 다른 책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저도 다른 언어를 더 할 줄 알았다면 더 많은 책을 접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군요.
책은 앞으로 읽으려고 책장에 꽂아두는 거라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확실히 다 읽은 책만 책장에 꽂는 것이라면 책장의 책이 늘어나는 속도가 엄청 느려지겠죠.
저는 책은 제목과 표지에 감동해서 사고, 느낌이 오는 날에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온라인으로 e북을 구매하는 상황이 되자 약간 변한 것은, 한 달에 한번 정도 지난 30일간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주욱 내려다보고 그중에 두 권을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그리고 내가 좋아요 표시해 뒀던 책 한 권을 같이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그리고 신문을 통해, 아니면 다른 권장 도서 목록을 통해 만나게 되는 책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블로그나 책을 읽다가 저자가 영향을 받은 책을 소개하면 꼭 찾아보게 됩니다. 그렇게 하트 찍어둔 책들이 늘어나는 거죠.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저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 강박이 있다면 책을 열기도 싫어집니다. 목차를 살펴보고 책을 구매하지는 않지만, 책을 읽다가 의미를 찾기 어려운 지점에 책을 덮습니다. 그리고 다른 책을 꺼내 듭니다.
제가 40평형대 아파트에 살 때는 책장이 3개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20평 형대로 이사하게 되면서 책장을 1개로 줄였죠. 그때 버린 책이 정말 한아름입니다. 대학시절의 원서들도 그렇게 많이 보관하고 있었는데 모두 폐기. 아쉬움이 많았죠. 이제는 실물보다 모니터로 보는 책이 더 많습니다.
또 한 가지 공감하는 것은 아직 눈이 제대로 작동할 때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부분입니다. 만 50살이 되면서 확실히 노안이 온 것을 체감합니다. 시력이 전과 같지 않습니다. 모니터로 보는 책은 그나마 폰트를 조절할 수라도 있지, 절판되어 e북 버전이 없는 책들은 이제 돋보기를 써야만 읽을 수 있는 지경이 될지 모릅니다.
그만한 불편을 감수하고 책을 읽기는 쉽지 않죠. 워낙 신간들도 많이 나오는 시절이니 말입니다. 김정운 작가님의 새로운 책과 집필을 응원합니다. 자신의 책이 많이 팔려야 더 많은 책을 구입해 책장에 채울 수 있을 거라는 말에 다음 책도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오늘의 질문: 2024년 들어서 감동이나 감탄을 한 책이 있나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