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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끼 먹기로 달라진 것들

by 김영무 Feb 27. 2025
Photo by Hanna on UnsplashPhoto by Hanna on Unsplash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인테이크가 줄어들면서 뱃살이 빠진 것입니다. 몸에 확실한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되었죠. 매일 달리기 하는 것은 딱 4km만 하기 때문에 살을 빼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체력관리 또는 심폐지구력 관리 수준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강도의 운동을 하지 않아도 먹는 것을 줄이니 자연히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이겠죠.


그리고 한 끼 중에서 점심식사 한 끼를 선택한 이유도 있습니다. 비교적 선택 가능한 메뉴가 많거든요. 아침에 여는 식당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리고 저녁에 먹으면, 추가적인 유혹이 널려있습니다. 딱히 식사가 아니라 술안주로 변질될 가능성도 무척(?!) 높죠. 그래서 점심입니다.


이건 조금 이상한 말이긴 한데요, 한 끼만 먹기로 하면서 식탐이 더 커졌습니다. 전에는 식사를 그냥 때우는 용도, 즉 몸이 원하니까 연료를 제공한다는 식의 과정이었습니다. 라면을 자주 먹었고, 라면에 집에 있는 기타 재료를 마구 추가해서 잡탕찌개처럼 먹기도 했습니다.


식탐이 커졌다는 것은, 조금은 더 내가 맛있어하는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 커졌다는 말입니다. 어차피 한 끼 밖에 못 먹는데, 기왕이면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어야지! 하는 마음이랄까요? 맛집을 검색해보기도 하고, 새로운 식당이 문을 열면 꼭 가봅니다. 직접 나만의 입맛기준으로 평가를 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선호하게 되는 나만의 식당 리스트를 가지게 되었죠. 여전히 저의 입맛은 저렴하지만, 그래서 한식 뷔페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지만, 그래도 저만의 목록은 가지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주말에는 가족과 같이 먹느라고 내가 원하는 식당엘 가지 못하잖아요? 그럼 월요일에는 꼭 그 식당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더라고요.


맛집의 요리사들을 존경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정말 종합 예술이 아닐까 싶은 요리사들의 결과물은 정말 대단합니다. 아무리 AI로 훈련시킨다고 해도 과연 재료 선택부터 재료준비, 여러 가지 장과 조미료와 간을 헤아려 조리하는 것에 사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심히 의문입니다.


과거에는 요리사에 대한 생각이 딱히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군대 시절 요리병과 친하게 지냈는데 그들의 사회에서의 일화를 들어보면 그다지 매력적이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맛있는 것을 조금은 탐하게 된 뒤로는 완전히 요리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어쩌면 조금은 맛에 대해 진심이지 않을까 싶은 변화. 아마도 살을 뺀 것보다 더 큰 변화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맛없는 요리를 먹게 되면 이젠 화가 납니다. 맛이 없어서 화가 난다기보다 하루에 한 번뿐인 먹을 기회를 이따위 못난 맛으로 때워야 한다는 점에서 화가 납니다.


소소하지만 작은 변화가 하나 더 있네요.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아깝다며 마저 먹는 보통의 아빠 엄마의 행위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내 요리가 아니니까요. 음. 살이 빠진 숨겨진 이유일 수도?


지금 중2학년에 올라가는 둘째 녀석이 요리사가 꿈이랍니다. 요리 학원비도 꽤 들어갑니다. 실기가 포함된 학원이 공부만 시키는 학원보다 재료비가 들어가서 더 비싸더군요. 그런데 영어나 수학 학원 보내는 것보다 기분이 좋습니다. 흐뭇합니다.


우선 자기가 원해서 배우고 싶은 것이 생겨서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학원 숙제를 하라고 옆에서 애걸복걸하는 것보다 훨씬 좋지요. 그리고 미래에 요리사의 아니라 해도 요리를 배웠던 경험은 그대로 남는 것이잖아요? 제가 어릴 때 배웠던 수학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요리를 배웠더라면 계속 써먹었을 테니 당연히 기억에 더 남겠죠.


근데 아들아, 리조또(리소토)는 이제 그만해주면 안 되겠니. 맛있긴 한데 세 번 연속은 조금…


오늘의 질문: 세상의 모든 요리사님들을 존경합니다. 맛난 음식 만드실 거죠?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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