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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Nov 20. 2020

'쉼'이란 뭘까?

나는 나에게 맞게 쉰다.



어떤 친구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질문을 올렸다.


'당신의 쉬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어쩌면 단순하면서도 쉬운 답변을 할 수도 있지만, 순간적으로 내가 어떻게 쉬는지에 관해 떠올리려고 하니 머릿속에 안개가 뿌옇게 낀 듯이 멍해졌다.


난 어떻게 쉬더라?...


질문에 답을 하는 칸에 '정말 모르겠다.'라고 작성해 답변을 보냈다.







지금은 나와 교류하지 않는 절친 하다고 생각했던 친구 두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나에게 항상 이렇게 핀잔을 주곤 했다.


'쉬는 날엔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서 가만히 좀 쉬어!'


말 그대로 쉬는 날에 쉬라는 것인데, 왜 꼭 '집에서', '가만히' 쉬어야 쉬는 것일까?

집에 있으면 청소와 정리, 빨래도 해야 하고, 밥을 해 먹고 설거지도 해야 하는데.

집안일을 끝내고 가만히 소파에 앉거나 누워 티비를 보는 것이 진정한 쉼일까?


난 가만히 있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눈에 보이는 일은 웬만해선 바로 처리해야 마음이 편하고 하루 종일 티비를 볼 정도로 애정 하는 프로그램이 없다. 집에서 쉬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부분 쉬는 날에는 평소에 입던 편한 옷이 아닌 멋진 옷을 골라 입고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좋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걷는다.


일을 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길을 천천히 걸으며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먹고 마시는 일이 나에게는 편히 쉬는 것이다.


집에서 쉬는 것만이 진정한 쉼이라고 느끼는 친구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가끔 내가 몸살이 나거나 컨디션이 저조할 때면 집에서 제대로 쉬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나를 비난했다.

그렇게 따지면 주말마다 집에서 쉬는 사람들은 절대 아플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말이다.


물론 지금은 그 친구들이 편협한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안다.

그 당시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 싶은 생각에 집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본 적도 있었다.


집이라는 공간이 편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집 말고도 다른 편안한 공간이 많기 때문에 어디에서 쉬든 그 사람의 자유가 아닐까.


여기서 말하고 있는 ‘쉬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1. 피로를 풀려고 몸을 편안히 두다.

2. 잠을 자다.

3. 잠시 머무르다.


이렇게 세 가지의 뜻으로 풀이된다.


이 3가지의 뜻 중 어느 것에서도 ‘어디에서’ 이 행위를 하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그저 우리가 편안하게 느끼는 대표적인 공간이 집이기 때문에 그렇게 연상되는 것뿐이다.








최근 위의 질문을 했던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그 질문을 통해 사람마다 쉬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질문에 답을 보내온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하게 각기 다른 쉼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며 쉬는 사람, 목적지 없이 버스에 앉아 창가를 보며 쉬는 사람 등.

이 질문 덕분에 쉬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람들.


나도 이 친구의 질문 덕분에 내가 어떻게 쉬고 있는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쉬는 방법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친구는 나의 쉬는 방식을 들어주고, 이해해주었다.

그래서 우린 깨달았다.

사람마다 다른 쉼은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게 아닌 다름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나와 다른 방식으로 쉰다고 해서 내가 굳이 비난할 이유가 없다. 그저 얼마나 자신의 쉼을 잘 알고 만족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갑자기 내가 왜 여행을 좋아하는지 생각이 났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 나에게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낯선 곳은 세상 어느 곳보다 편해진다.


난 앞으로도 휴일에 어떠한 차림새로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바깥세상에 섞여있음을 느끼며 쉬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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