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니 Dec 14. 2021

방(입원실) 동기의 중요성


수술 다음 날부터는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해야 된다고 한다. 소화기 관련 수술 후에는 장유착, 폐색 등이 오지 않도록 걷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다.


간호사가 복대를  매주었다. 아픈 를 부여잡고 걸으러 나왔는데 배가 너무 당겨서 허리가 펴지지 않았다. 허리가 구부정한 채로 남자 친구의 팔을 붙들고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옮겼다. 걷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싶었다.


병원 복도에는 온통 걷는 환자들로 가득했다. 줄줄이 배를 부여잡고 링거 폴대를 붙들고 걷는 모습이 보여 동지애가 느껴졌다.


그 와중에 걸음이 엄청나게 빠른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분들도 계신다. 나같이 젊은 애도 아프다고 느릿느릿 걸어가는데 무통주사를 달고 빠르게 걸어지나 가는 노인분들을 보면 참 대단해 보였다.


진통제를 4시간마다 맞아도 통증은 약간 줄어들 뿐이었다. 오래 걷지 못하고 다시 병실로 돌아와 잠을 잤다. 일어나면 또 걷고 쉬었다. 내일 되면 통증이 좀 나아질 거라고 옆 침대 아주머니가 위로해주셨다.


다음 날, 내일 퇴원 예정인 아주머니는 저녁에 토를 하셨다.


그리고 보호자인 아저씨는 왜 이리 식탐을 부리냐며 화를 내었다. 위를 절제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건 당연한 일일 텐데 자꾸만 환자 탓을 하니 옆에서 듣는 내가 다 속이 상했다.


사실 어제도 토를 하셨기에 퇴원이 미뤄져서 속상함이 배가 되신 듯했다. 하지만 아저씨의 언성은 점점 더 높아졌고 돌아버리겠다며 자꾸만 소리치셨다.


아주머니는 토하고 싶어 토한 게 아닌데 왜 나한테 화를 내냐고 하셨지만 아저씨는 계속 왜 식탐을 부리냐, 돌아버리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가뜩이나 평소 목소리가 큰 편의 아저씨가 계속해서 소리치자 병실 앞에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이 몰려들었다. 간호사가 와서 토 할 수도 있는 거니 진정하시라고 설명을 했으나 아저씨는 계속 아주머니를 탓하며 소리쳤다.


난 환자이고 그저께 수술한 사람인데, 내가 왜 이런 폭력적인 상황을 견뎌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1인실도 아닌 다인실에서 옆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고 저렇게 30분가량 언성을 높여대는 모습에 점점 화가 났다.


남자 친구가 간호사에게 가서 아저씨가 계속 흥분 상태니 제대로 설명을 해주시고 방을 바꿔주던지 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가 언성을 높이면 충분히 싸움으로 번질 상황이었다. 게다가 난 배가 아파서 소리 지를 힘도 없었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각에 이런 상황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너무 시끄러워서 난 남자 친구와 복도로 나와 걷기로 했고 그 사이에 의사가 와서 아저씨에게 설명을 하는 걸 목격했다.


그리고 잠잠해진 우리 병실.

저분들은 내일이나 모레 퇴원이니 우리가 좀 참자 생각했다.


몇 분 뒤 병실로 들어가자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미안하다고 사과하셨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지만 분노를 누르고 아저씨를 향해 한 마디 했다.


환자한테 그렇게 뭐라고 하지 마세요.”


그리고 잠을 청하려고 누웠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큰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쿵쾅거려 좀처럼 진정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커튼 뒤로 아저씨의 큰 한숨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정말 미친 듯이 거슬렸다.


간신히 잠에 들었는데 11시 반쯤 아저씨의 목소리에 눈이 떠졌다.


왜 눈치를 보냐고! 여긴 병원이야! 말을 해.”


아저씨는 속삭이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여기 1인실 아니니 조용히 하라고 했다.


어디가 또 안 좋은 모양인데 아주머니는 우리 눈치를 보느라 아픈걸 말 못 하고 아저씨는 자꾸만 혼자 원인을 찾으려고 하며 말을 반복했다. 그냥 간호사를 부르면 될 것을. 남자 친구는 나에게 카톡으로 내일 당장 방 바꿔달라고 하자고 했다.


난 크게 한숨을 쉬었고, 이내 아저씨는 간호사를 불렀다.


결국 우린 잠을 설치고 그렇게 또 다음 날, 아주머니는 퇴원이 미뤄졌다.


그렇게 진작에 방을 옮기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혼자 병실을 쓰던 날 간호사 파트장이 한 얘기가 떠올랐다.


옆에 좋은 분이 오셔야 할 텐데요.”




매거진의 이전글 수술 후의 나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