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금요일이다. 오늘 아침에는 머리가 너무 아파 출근 전 약국에 들러 타이레놀을 샀다. 두 알을 먹으니 체온은 내렸지만, 머리는 여전했다. 안 되겠다 싶어 사정을 말씀드리고 근처 내과로 향했다. W내과는 분명 직장 근처에 있었는데, 2층에 올라가 보니 공실이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를 되뇌며 네이버 지도를 켰다.
알고 보니, 2년 사이에 병원을 옮겼다. 건물은 쾌적하고 넓었다. 진료 대기 인원이 많아 당황했지만, 수속은 빨랐다. 암묵적인 규칙과 절차가 있나 보다. 의사 선생님의 진료도 명쾌했다. 열 재는 속도며, 청진기가 내 폐 속 소리를 가늠하는 속도까지 순식간이었다. 빠른 진료에 비례하여 살뜰한 진료를 받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주사를 맞고 약을 수령한 후, 기분 좋게 직장으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아니, 오전 10시부터다. 내 자리에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때,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다시 9시로 돌아가면, 내가 머리를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 했던 노력은 이랬다. 첫째, 타이레놀 두 알 복용, 둘째, 진료를 위한 외출 보고, 셋째, 진료 후 주사 치료 정도랄까. 약은 점심 후에 복용했다. 여하튼 지금 일기를 쓰고 있는 이 시간까지 컨디션이 좋다. 결정적인 것은 주사 치료인 것 같은데, 내가 묘하게 느끼는 안도와 만족감은 일련의 상황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에서 비롯한 것 같다.
몸살 가지고 유난이지만, 뭐랄까. 머리가 아팠던 그 2시간을 돌이켜보면 내 앞에는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내 요청에 응하고 적절한 지원과 안내를 해줬다. "서비스직이 다 그렇지 뭐"라고 일축하기에는 뭔가 신비로운 구석이 있는데, 82억 인구 중에서 이걸 누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국에서조차 "사내자식이 그 정도 몸살 가지고.." 대신에 "네 다녀오세요~^^"라고 말해주는 보스가 더 많다고 확실할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전 세계 인구를 끌어다가 나의 낙원을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내가 범부임을 천명하는 것이지만, 이런 범부조차 아침에는 골골대다가 반나절만에 회복할 수 있는 시공에 있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나에게 친절한 이들에게 복이 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