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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혜원 Oct 14. 2020

언젠가 우리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영원의 기간은 언제나 무한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굳이, 굳이 마음 숨겨 속아주는 것뿐이라고. 허물어진 마음으로는 제자리에 있는 우리를 그대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모든 걸 내가 바꿀 수도, 바꾸어 줄 수도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까. 우리에게 있던 눈빛이 닳으면 결국엔 허망함만이 남았고, 서로의 치부로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었고, 그렇게 오랫동안 처절해볼 수 있었고, 그렇게나 간절해볼 수도 있다는 사실들을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회피했다. 서러움이 드는 이유는 왜일까. 왜 우리는 최선을 다해도 최선에서만 끝이 나는 걸까. 아무것도 알지 않는 편이 더 나으려나.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는 편이 더 낫겠다. 온 힘을 다해도 갖지 못하는 게 하나 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생각하는 거야. 곁을 지키지 못했던 것은 어떤 이유로든 두려울 수밖에 없었으니까. 최선의 끝에서 발걸음을 돌렸다고 해서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시큰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계절이 오고서야 무지했으리라 생각했던 지난 날의 감정을 이제는 조금 알 수도 있을 것 같았다.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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