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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혜원 Feb 14. 2021

평생의 용기와 사랑

서로의 표정을 정면으로 마주한 건 이번 겨울이 처음이었어. 너를 마주하는 시간이 다가오기 전까지도 괜한 걱정이 마구 앞서고 있었던 것 같아. 말주변이 ᆹ는 성격 탓에 힘껏 담은 마음으로 달려온 너의 진심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기라도 할까 봐. 그래서 그 어느 날보다 마음을 단단히 먹었던 게 기억이 나. 샛노란 튤립을 끌어안고 서있던 너는 꽃을 주는 동시에, 나에게 왠지 모를 애틋함도 함께 건네줬어. 네 송이의 꽃잎 사이 제 모습을 숨기고 있던 자그마한 편지도 함께 있었지. 난 그 한 페이지를 셀 수 없이 무수한 마음으로 여러 번 읽고 또 꺼내 읽었어. 너의 문장엔 내가 여태 잊고 지내던 다정함이 잔뜩 묻어나. 너는 나에게 용기도 주고 사랑도 줬다고 내내 말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그럴 수 있었던 건 줄곧 네가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를 건네주기 때문이었어. 하나를 시작할 때 열 번의 신중함을 기울이는 나는 마음도, 사랑도 여러 번의 신중함이 필요했거든. 신기하게도 네 앞에서만큼은 망설임이 먼저 앞서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너에게 사랑과 용기를 잔뜩 안겨주고 싶었나 봐. 너를 처음 알게 된 그날도 여전히 겨울이었어. 시간이 흐른 지금의 겨울에도 여전히 네가 있어 마음이 든든해. 한창 힘이 들었던 시린 계절에 너를 알게 되어서, 지금까지도 너를 마주할 수 있어서 무척 기뻐. 너도 나에게 쉽게 놓고 싶지 않을 평생의 용기와 사랑이야. 단단한 여름이 오기 전에 서로의 얼굴을 보며 무수히 많은 얘기들을 털어놓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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