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삶은 위험하다
두려움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 중 하나다. 많은 사람들은 두려움을 부정적으로만 여기지만, 나는 두려움이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 뉴스에 나오는 도를 넘어선 청소년 범죄와 바닥에 떨어진 교사의 권위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용기’가 아니라 ‘객기’가 난무하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어릴 때 부모와 교사는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보호를 약속한다. 그러나 사랑만으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 훈육이란 힘이 있는 사람이 일관성 있게 제공하는 가르침과 지도를 말한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자율과 주도성 이전에 훈육은 필수다. 어느새인가 아이들에게 어른에 대한 어려움도, 두려움도 사라져 그 누구도 훈육하지 못하는 세태가 되어버렸다.
눈높이 맞추기 교육의 함정
최근 부모 교육이나 학교 교육은 ‘눈높이 맞추기’와 ‘감정 존중’을 최우선으로 한다. 물론 이러한 접근이 중요한 이유도 있지만, 역시나 지나침은 모자람 못하다.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제대로 꾸짖지 않고, 감정만을 읽어주려는 태도는 오히려 아이들이 두려움을 망각하게 만들었다.
삶에는 분명한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을 어기면 불이익이 따른다. 이 단순한 진리를 어릴 때부터 체득하지 못한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경계없이 부유하는 표류자가 될 뿐이다.
인간은 지성 이전에 본능을 지닌 동물이다. 편안함에 물들기 쉬운 생명체이다. 그런 우리를 각성시키는 건 바로 두려움이다. 두려움이 있어야 경계심이 바로 선다. 두려움은 “어떻게 살 것인가”,“살면서 무엇만큼은 하지 말 것인가"를 질문하게 한다.
자기 철학과 규칙을 바로 세우는 것은 인간 성숙의 중요한 요소다. 그렇게 살지 않았을 때 마주할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야 한다. 두려움이 없는 삶은 경계심 없는 삶이다. 집단에 떠밀려 살게 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며 남 탓을 하게 된다. 두려움과 경계심이 없는 사람은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신을 방치한 무책임에 가깝다. 두려움을 직시하고 경계심을 갈고닦는 사람만이 스스로를 책임지는 어른으로 자란다.
활화산같은 펠레여신
펠레 여신은 불과 화산의 여신으로, 하와이 여러 섬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뜨거운 용암만큼이나 다혈질의 성격을 지닌 그녀는, 무엇이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불태워버리는 난폭함을 갖고 있다.
펠레 여신은 열정과 헌신으로 가득 찬 여신이지만, 그 사랑이 배신당하거나 자존심이 상하면 무자비한 파괴자로 돌변한다. 문제는 펠레에게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않으며, 화산 폭발처럼 거침없이 분노를 표출한다. 두려움을 모르는 펠레의 성격은 종종 파멸과 재앙으로 이어졌다.
펠레 여신의 이야기는 단순한 신화가 아니다. 두려움을 모르는 인간의 무모함과 위험성을 보여주는 원형이다. 그녀는 두려움이 없기에 자신의 힘을 경계하지 않았고,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것들을 파괴하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 두려움 없는 힘이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하와이 사람들은 이 강렬한 여신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펠레의 난폭함과 예측할 수 없는 파괴력이 두렵다는 걸 인정하고 수용한다. 그렇게 그들은 두려움을 일상 가까이 두고 살아간다.
두려움을 존중하는 삶의 태도
두려움을 존중할 때 우리가 얼마나 연약한 면을 지녔는지 인정하게 된다. 나의 그림자를 더 깊게 이해하게 돕는다. 두려움을 모두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는 어리석다. 때로는 두려움과 맞서 싸우고, 때로는 두려움과 공존하며 나를 보호하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 두려움을 외면하거나 얼어붙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통해 삶의 중심을 바로 세우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펠레 여신과 하와이안들의 태도가 알려주는 메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