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법적 미성년자의 극악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소년법 폐지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인천 여중생이 성범죄 피해자가 되고 2차 피해로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고 친언니가 국민청원을 해서 20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럼 소년법을 폐지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요? 소년법을 폐지하면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UN 아동권리협약에 위배됩니다.
UN 아동권리협약 / 사진제공=유니세프 코리아
UN 아동권리협약은 18세 미만 아동의 모든 권리를 담은 국제적인 약속으로, 1989년 11월 20일 UN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습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96개국이 가입한 상태입니다.
어린이 범죄자 보호에 관한 조항 37조에 “우리에게 사형이나 종신형 등의 큰 벌을 내릴 수 없으며 우리를 고문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를 체포하거나 가두는 일은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는 갇혀 있는 동안 가족과 만날 권리가 있으며 우리를 어른 범죄자와 함께 지내게 하면 안 됩니다.”라고 되어있습니다.
만약 소년법이 폐지되면 만 14세부터 18세까지의 소년에게 사형 및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협약에 전적으로 위배됩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한국이 지금껏 비준한 각종 인권조약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소년법을 폐지하겠다는데 국제협약이 뭐가 중요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UN의 인권 관련 규약이 국회에서 비준된 경우에는 국내법보다 우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입니다.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UN 가입국이 비준하였고, 미국 역시 연방대법원에서 만 18세 미만에 사형,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은 위헌(미국 헌법 위반)이라고 판결하였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범행 당시 만 18세 미만에 사형,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지 않습니다.
37조에 “우리를 어른 범죄자와 함께 지내게 하면 안 됩니다.”라고 합니다. 그럼 이 내용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인 수용시설인 교도소가 아닌 소년 교도소에 보내야 합니다. 그럼 한국의 소년 교도소는 몇 개가 있을까요? 하나입니다. 현재 대구지방교정청 소속으로 김천 소년교도소가 유일하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소년법을 폐지해서 형을 집행하면 소년원이 아닌 소년 교도소에 보내야 합니다. 지금 하나뿐인 소년 교도소로는 수용되지도 않습니다. 현재도 과밀 수용하고 있습니다. 시설을 늘리는 것으로 수용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어린 나이에 폐쇄된 시설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교정과 교화가 되지 않습니다. 처벌을 하고 시설에 수용하는 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재범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합니다. 현실적인 문제에서부터 대안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시행하기 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나서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