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소개로 학교폭력 가해자 어머니 전화 상담을 해드렸어요. 중학생인 아이를 가해로 지목해서 학폭 신고를 했는데 학교 선생님과 자치위원들 대부분이 학폭이 아니라고 했다고 해요. 그럼에도 1호 서면사과의 처분이 나왔어요. 어머님은 상대 어머니가 다른 학교의 전학조치를 요청했으며 심리상담 비용 등을 학교 공제회에 청구할 것이며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 민사로 진행할 거라고 했다네요.
“1호 조치도 억울한데 상대가 억측과 자기 식으로 과대 해석해서 일을 크게 벌이는데……. 전 어떡해야 할까요?”
상대 어머님이 이후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보름이 넘었는데 아직 통보받은 건 없다고 해요. 재심을 하기 위해선 '조치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 그 조치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어요. 물론 3월부터는 재심이 없어지고 행정심판으로 단일화될 거예요. 학기말이라 학폭이 많아 재심 신청도 밀려 있다 보니 통보받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릴 수도 있어요.
전화 상담한 가해학생 어머니는 지금이라도 행정소송이라도 해야 하지 않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전 상대 어머님이 재심 신청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니 이쪽에서 무엇을 하는 것보다 재심 신청에 대한 대비로 ‘부모 의견서’를 육하원칙에 의해 작성해두시라고 했어요.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감정적이라 모든 것을 진행할 것 같지만 막상 하다 보면 감정적인 것보다 현실적인 어려움, 불편함들이 더 클 수 있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지 말까 하는 마음이 들거든요. 학교 공제회에 신청도 하지 않았다고 하니 아마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간은 좋은 감정보다 부정적이고 불편한 감정을 유지하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요.
또한 재심을 해도 원래 조치가 번복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그러니 재심 결과를 기다려보고 그다음에 대처하면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상담하신 어머니는 큰 아이의 이번 일을 겪으며 작은 아이를 지도할 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며 아마도 아이를 잘 키우라고 이런 일을 겪게 된 것 같다며 귀한 경험으로 여기는 모습을 보였어요. 인생은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어요. 겪고 싶지 않은 일이 생각지도 못하게 생기는 것이 인생일 거예요. 그런데 전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80도로 바뀐다고 생각해요.
“삶이란 누구 때문인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지. 살면서 받은 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자기 삶의 훈장으로 만드는 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드는 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아.” 이금이 씨가 쓰신 『유진과 유진』 중에서 나오는 말이에요.
상담하신 어머니가 지금은 힘든 상황이시지만 지나고 나면 아이도 어머니도 단단한 마음과 앞으로의 삶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거라 여겨져요. 푸른 나무 재단에서 전화 상담을 한다는 말을 들으시곤 “정말 귀하고 값진 일을 하시네요. 답답하고 의논할 사람이 없었는데 너무 감사해요. 변호사나 지역위원이나 일반적인 말만 하지 선생님처럼 알려주시지 않으셨어요.”라고 하셨어요. 전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시라고 전화를 끊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