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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onechoi Jan 03. 2022

기본 소득이 있었다면 아저씨께서 행방불명되지 않았을까?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기본 소득이 있었다면 아저씨는 어땠을까?


"저기 원석 씨. 내가 몸이 다쳐서 그런데 차비랑 병원비 좀 빌려 주실 수 있을까요? 사정이 있어서 기초 생활 수급도 못 받는 처지라 어디서도 돈이 나올 데가 없는 거 아시잖아요. 지금 허리가 너무 아파서 더는 못 견디겠어요. 병원에 가서 검사랑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 삼십만 원만 빌려 주시면 안 될까요?"

"아. 잠깐만요. 현금 찾아 놓은 것이 있나 한번 볼게요. 근데 이거 아내한테는 꼭 비밀로 하셔야 해요. 큰일 납니다. 아내가 알면..."

그렇게 세입자 아저씨께 돈을 빌려주게 되었다. 게다가 아프시다는 부위는 허리였기에 듣고 좌시만 할 수가 없었다. 더 심해지기 전에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요한 부위이지 않은가. 이 일이 있고 나서 얼마 뒤, 아저씨의 누나들이 집으로 찾아오고 정장을 입은 수상한 사람도 여럿 아저씨의 집을 찾았다. 결국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아저씨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었다.
                                           

▲ 책의 앞면 기본 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책의 앞면 사진. ⓒ 최원석





시간이 지나고서야 안 일이지만 아저씨는 여기저기 돈을 빌려 쓰셨다. 누나들에게는 물론이고 사채까지 끌어다 쓰셨다. 돈을 빌리려 다니셨던 것만큼 시간이 갈수록 수취인이 없는 우편물과 독촉장, 고지서들이 많이 쌓여만 갔다. 나는 물론이고 누나들과도 아저씨는 이제 아예 연락이 닿지 않았다. 누나들은 결국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결국, 아저씨는 행방불명의 상태가 되었다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가 집필한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리얼리스트들의 기본소득 로드맵, 박종철 출판사)라는 책에 따르면 아저씨는 전형적인 '잃어버린 중간층'(Missing Middle)이다. 전통적 사회보장제도인 사회보험과 기초생활수급제도로 대표되는 공공부조의 사회적 보호에서 철저히 배제된 집단에 속하는 것이다.



부분 기본소득 수준은 월 30만 원에서 시작한다는 가정과 아저씨께서 기본소득을 받는다는 전제 안에서 계산을 해보면 이렇다. 2021년 10월에 부양 의무자 제도가 폐지되었으니 아저씨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기본 548,349인 1인 가정 수급비용에 30만 원의 부분 기본소득을 더한 848.349원이 된다.



완전 기본소득을 수령하면 받을 수 있는 중위 50%인 91만 원과 (2021년 기준) 불과 61.651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금액을 받게 되는 것이다. 행방불명이 되지 않고 만약 기본 소득과 공공 부조의 도움을 제대로 받았다면 한 달에 848.349원을 수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의 사례에서 더 노년이 되었을 때의 경우는 이렇다. 빈곤층 노인의 경우 급여 총액은 현재 55만 원(30만 원 기초연금 + 25만 원 생계급여)에서 85만 원(30만 원 기본소득 + 55만 원 기초연금, 생계급여)이 된다.



만약 빈곤하지 않은 기초연금 수급 노인의 경우 현재 30만 원에서 57만 원(30만 원 기본소득 + 27만 원 기초연금)이 된다. 이보다 더 상위층으로 분류되는 기초연금 미수급 노인의 경우 현재 연금을 받지 않는 상태니 0원에서 기본소득 30만 원을 더하면 순수하게 기본소득만 받아 30 만 원을 받는다.



이를 우리 가정에 대입하면 이렇다. 최대 150만 원을 지원하는 근로장려금과 최고 70만 원까지 지원하는 자녀 장려금은 사라진다. 대신 30만 원씩 12 달을 받으니까 360만 원을 받는다. 1인 기준 연간 360만 원을 받게 되니 2인 기준 연간 720만 원을 받아 현행의 장려금을 수령하는 제도보다 기본소득 지급액이 더 높다. 우리 가정의 경우 총 근로, 자녀 장녀금을 최대 220만 원까지 지원을 받는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렇게 해도 부분 기본 소득이 적용이 된다면 지금보다 500만 원을 더 수령하게 되는 것이다.






▲ 책의 본문 책을 읽던 때의 사진. ⓒ 최원석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부분 기본소득에서 완전 기본소득으로의 복지제도 이행 로드맵은 이렇다. 보편적 부분 기본소득인 월 30만 원에서 시작해서 완전 기본소득인 현재가치 기준 지급액인 중위 50%인 91만 원으로 증액한다.



부분 기본소득 도입 시에도 생계급여는 그대로 유지하고 향후 기본소득 수준을 높여 감에 따라 생계급여를 슬라이딩 방식으로 조정한다. 완전 기본소득 수준 출발점인 기준 중위소득 50% 진입 시 자산조사 방식 공공부조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완전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 책에서는 공공의 재정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서비스 급여 지출 및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서비스의 직접 공급 주체로서 공공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적었다.



공공보건, 공공보육, 공공 사회 복지 서비스를 현행 수준보다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주체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사회서비스 부문의 질적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기본소득은 현행 자산조사 기반 공공부조의 문제점인 수급자 선정과정에서 인권 침해와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낳지 않는다. 공유부 배당 기본소득으로 전환하면 수급자 선정과정의 복잡성으로 인한 사각지대가 없는 사회가 된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인권을 침해당할 이유가 없는 사회가 실현이 되게 되는 것이다.




▲ 책의 본문 책 기본 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책의 일부. ⓒ 최원석





기본 소득이 있었다면 아저씨는 행방불명이 되었을까? 공공 부조 시스템인 기초생활 수급자에 선정되었다면 아저씨의 사정은 좀 나아졌을까? 이런 정책들이 반영이 되었다면 아저씨는 아직 우리 집에서 같이 살며 때론 소주 한잔 함께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비릿한 의문이 드는 밤, 어딘가에서 아저씨가 꼭 살아계셔서 앞으로 이 기본소득의 혜택을 받으시기를 마지막으로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기본소득이 있는 복지국가 (리얼리스트들의 기본소득 로드맵)이라는 책을 아저씨에 대한 고민의 무게로 덮어본다.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하신 서정희(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님을 만나서 여쭈었다. 그 대답을 존경하는 독자님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기본소득을 바라보아야 할까요?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본소득의 논의 자체가 많이 늦은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기본 소득을 하느냐 안 하느냐를 두고 논쟁할 때는 아니라는 거죠.

어떻게 부분 기본소득에서 하루빨리 완전 기본소득으로 갈 수 있을지를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토론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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