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onechoi Jan 07. 2022

청소년 정책, 반려견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현실입니다.

편의점, 롯데리아 알바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청소년 지도사들...

▲ 카드 뉴스 공공 청소년 활동 시설은 전국에 위탁과 직영을 다 합해도 500여개 뿐인 현실이다. ⓒ 최원석





부산에서 청소년 문화의 집을 운영하는 A관장(40세)은 현재 17년 차 청소년지도사다. 여러 곳에서 경험을 쌓고 청소년 문화의 집을 설립해 이곳의 운영 대표자로 6년째 근무를 해 오고 있다. 지금 근무하는 청소년 문화의 집은 사업 인력들을 제외한 3명의 직원들과 함께 센터를 꾸려나가고 있다. 3명의 직원들은 국가 전문자격인 청소년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두들 5년에서 10년 차인 베테랑들이다.



A 관장은 매년 새해를 맞이할 때면 설렘보다 걱정과 근심이 앞선다. 매년 국가에서 내려주는 2022년 청소년 수련시설 관리 운영지침과 기본급 가이드라인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서들을 보며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매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5년 차 직원의 처우에 대한 정부의 권고안은 이렇다. 기본급 월 198만 2천200원, 1년 차 신입사원의 기본급은 182만 9천300원으로 22년도 최저임금 191만 4천400원 보다 적은 금액이다. 자칫 최저임금 위반이 될 수도 있어 보여 이 금액에 단서를 붙였다. 식비와 공과 잡비, 실 업무 시에 사용되는 비용까지를 모두 포함하여 최저 임금을 맞추라는 것이다.            




▲ 카드 뉴스 실제 받게 되는 실 지급액을 정리했다. ⓒ 최원석





5년 차 직원도 이 기준으로 받는 월급에서 세금과 4대 보험료를 빼면 185만 원가량을 받는다. 이 금액을 받는 5년 차 직원인 워킹맘 B 씨는(34세, 청소년 지도사)님은 이 금액의 월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너무 적어요. 저희 업무의 특성상 오전, 오후는 물론이고 주말과 휴일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방학기간에도 운영을 하잖아요. 정말 다른 사람들의 자녀를 돌보느라 제 아이를 볼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을 합니다. 그에 비하면 너무 열악한 대우이죠. 제 아이는 조부모님께 맡기고 일을 해요. 아이는 학교 끝나면 제 퇴근시간을 맞추려고 학원을 3개나 다녀요. 주말에도 출근을 하니 배달음식을 먹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에요."



B 씨는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던 기간을 제외하면 항상 현장에서 아이들을 돌보았다. 엄마가 되고서는 더 열심히 아이들을 돌본다. 자신의 아이를 기르며 비로소 타인의 아이 교육의 중요성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한 아이의 엄마가 아니라 모든 아이의 엄마라는 마음으로 박봉에도 열심히 일을 한다고 했다.  


"가끔은 혼돈스러워요. 주위에서 그렇게 일하고 이돈 벌거면 차라리 그만두고 제 아이를 돌보라는 말에 직면할 때가 제일 힘듭니다. 솔직히 돈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처우에도 일하고 있는 거거든요. 여기 선생님들 다 그래요. 어느 정도의 사명감과 의무감으로 하는 거예요. 관장님은 뭐라 말할 필요도 없고요."



▲ 카드 뉴스 500명 이하 수련관에는 최소 4명의 직원을 두어야 한다. ⓒ 최원석




A 관장은 직원의 인터뷰를 지긋이 듣고 있었다. 이런 직원들의 고충이 있기에 자신이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비단 이 직원 만의 일이 아니라고 했다. 함께 하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인연들이 많았다고. A 관장은 청소년 지도사의 낮은 처우 때문에 결국은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직원들의 사례를 말했다. 



"솔직히 직원들이 우스갯소리로 롯데리아, cu 편의점의 최저 시급보다 우리가 더 못하다는 말을 들을 때 제일 속상합니다. 직원 중에 사내 커플이 있었거든요. '우리 둘이 결혼하면 차상위 계층 직행이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아예 미어졌어요." 

"아이를 보는 일을 정말 좋아하던 한 직원이 있었어요. 계속 이 일을 하거나 결혼을 하지 않거나를 고민할 정도였어요. 그럴 정도로 이 일의 처우가 박해요. 얼마 전에는 30살이 된 남자 직원이 이 일은 너무 좋지만 계속 이 일을 해서는 결혼하고 집을 마련하는 것이 힘들겠다고 판단했대요. 그래서 그만둔다길래 끝까지 뜯어말려보았지만 결국에는 그만두었어요. 지금은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고시촌으로 들어갔습니다." 



실제로 그랬다. 현장에서 본 청소년 지도사의 처우는 많이 열악했다. 이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공 돌봄 사업인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는 전국에 330개가 17년째 운영 중이다. 이 17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월급은 항상 최저시급으로 이어지고 있을 정도였다. 




▲ 카드 뉴스 실제 정부의 청소년 수련관 운영 시간의 권고다. ⓒ 최원석





A 관장은 이 문제들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는 청소년 문제들을 꼽았다. 그리고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허술한 정책과 관심 그리고 적은 예산 등을 집행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을 했다. 




"저는 정책개발과 예산편성에서 청소년들에 대한 배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이 나라에서는 청소년들이 시민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18세로 선거권을 낮추고 법적으로는 청소년도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사회라고 떠들지만 정작 미래세대인 청소년에 대한 정책과 관심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의 삶과 정책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는데 그들을 가르치는 우리의 처우나 인식의 개선을 바란다는 것이 당연히 어불성설이겠죠."



"'지금의 정책을 보면 어린아이는 무조건 안전하게 돌보고 조금 크면 학교에 다 집어넣고, 스무 살이 되면 갑자기 청년이라고 창업도 하고 이것저것 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실패하면 다시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청년에 불시착'한 이들의 고민과 혼란은 청소년 정책의 부재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청소년 정책이 확대되고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제대로 대우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제도들로는 안 됩니다. 민간에 위탁하거나 민간이 직접 운영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면 시나 구, 군에서 직접 운영을 하는 방법으로 바꾸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대로는 절대 안 됩니다. 미래가 없어요."



올해부터는 중앙정부에서 국비로 50%까지 지원되던 청소년시설 건립 예산이 지자체로 간접 지원되는 방식으로 바뀐다. 그나마 국비를 확보하면 지방비 절감이 된다는 명분으로 몇 개씩 건립하던 청소년시설 건립과 지원의 여부, 전액 지원 여부 등이 이제는 모두 오직 지자체에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역의 경우는 이렇다. 청소년활동 진흥법에 명시된 읍, 면, 동에 1개씩 지어야 하는 청소년시설 건립 정책은 의미가 없어진다. 현행대로라면 청소년 시설 건립 문제는 앞으로 지역사회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당연히 지금보다 더 센터의 건립이 어려워질 것이 자명한 상황인 것이다.




지금도 전국에서 한 해에 5개도 채 안 되는 청소년 시설이 생기는 판국이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청소년 시설은 더 늘어나는 것이 힘들 것이라고 A 관장은 고민하고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 시설 설치율은 법정기준에 18% 수준에 불과하다고 이대로는 안된다며 정책과 제도의 개선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A 관장님께 인터뷰를 마치며 하시고 싶은 말을 여쭈었다 그 대답을 존경하는 독자님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 카드 뉴스 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 최원석




"'청소년은 미래가 보내준 유일한 선물'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사회는 미래가 보내준 이 선물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들이 다양한 공약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노인들을 위한 정책, 아이들을 위한 정책, 여성을 위한 정책, 취업정책, 탈모 정책 등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심지어 반려동물 정책도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하지만 청소년 정책에 대해서는 들어보신 적 있나요?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들의 몫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도 눈앞에 보이는 비용이 아니라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청소년들에게 투자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전 04화 "다시 열심히 할 수 있게 최소한의 조건이라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