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들의 이중 고통, 언제까지 외면하고 방치하실 겁니까?
익명을 요청한 A 사회복지사를 만났다. A 복지사는 부산의 한 요양시설에서 6년째 근무를 해오고 있다. 그는 장기요양시설 종사자들의 처우의 개선과 지금 양립하고 있는 구청과 공단의 관리감독을 일원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시하는 노인요양시설 인력배치 기준을 보면 입소자, 즉 어르신 2.5명당 요양보호사를 최소 1명 채용하게 되어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60여 명의 어르신을 모시는 요양시설에서 채용을 권하는 요양보호사는 최소 채용 기준으로 24명이 되는 셈이다.
2.5명당 1명이면 크게 어려운 것 아니다라고 쉽게 생각하실 수 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들의 근무는 다른 동료 직원들의 근무와는 좀 많이 다르다.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와 같이 주간 근무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대 근무, 즉 야간 근무를 요양보호사들이 해야 하는 것이다.
이브닝, 나이트 근무를 하시는 선생님께서는 때때로 2~3명이서 30명의 어르신을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이 정도로 장기요양시설에서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들의 업무강도는 결코 약하다고 볼 수 없다. 근무가 어렵고 힘든 이유다.
▲ 근무 종류 근무 종류들을 표로 구성해 보았다. 실제로 이렇게 근무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 최원석
"감사합니다. OOO요양원입니다."
"구청입니다. 지도점검 관련 공문 보내드리니 O월 O일 OO시까지 회신 부탁드리며 O월 O일 OO시에 방문하여 실시할 예정이니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알겠습니다"
"휴... 얼마 전에 감사 실시해놓고 또 지도점검이냐... 공단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연락 오고... 자기들 필요할 때 전화 오고..."
사무실 직원들의 처우에 관한 부분도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현재 장기요양시설의 운영 재원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되는 수가로 운영이 되고 있기에 건강보험공단에서 3년에 한 번 평가를 받는다.
타 사회복지시설은 보건복지부에서 평가를 받지만 장기요양시설의 경우는 건강보험공단에서 평가를 받는다. 그러기에 전반적의 운영, 어르신 입소 및 퇴소, 어르신께 제공되는 서비스 등을 건강보험공단과 논의를 한다.
요양원은 사회복지시설에 속하기도 한다. 장기요양시설이면서도 사회복지시설이기에 구청의 관할구역에도 속하는 것이다. 건강보험 공단과 더불어 구청의 관리 감독도 함께 이중으로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요양시설의 경우 수시로 건강보험공단의 지시와 지침에 따라 운영이 된다. 동시에 구청에서도 지도점검, 감사 등을 수시로 받는다. 일반 사회복지 기관들에 비해서 업무의 강도가 결코 약하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중복으로 두 기관의 관할을 받으니 업무의 양과 처리해야 할 서류들도 곱절이 되는 것이다.
A 사회복지사는 현직 장기요양시설의 종사자들을 대표해서 종사자들을 위한 3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첫 번째로 장기요양시설 요양보호사 채용 권고를 2.5:1에서 2:1 수준까지 하향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우리나라는 갈수록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치매의 수준과 증상도 가면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고, 대처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채용 기준을 서둘러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는 요양보호사들의 수는 너무나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어르신들을 위해서, 즉 장기요양시설의 목적에 합당하게 운영이 되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장기요양시설 관리감독 공공기관의 일원화를 주장했다. '공단에서는 공단에서 평가를 받고 보조금이 나가고 있으니 공단이 우선이다.', '구청에서는 시군구 소속의 사회복지시설이니 구청이 우선이다.' 현 정책에서는 요양보호사들이 햄버거 속의 패티처럼 위와 아래쪽에서 이리 눌리고, 저리 치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으로 별도의 관리기관을 설치하여 관리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요구하는 부분과 구청에서 요구하는 부분을 통합하여 하나의 공공기관에서 평가, 지도점검, 감사 등을 받는 즉 장기요양시설을 관리 감독하는 공공기관을 하나로 일원화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노인과 관련된 부처를 신설하여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장관과 부서를 새로 신설하는 방안도 제시를 하였다.
이와 더불어 장기요양시설의 관리를 담당하는 담당 주무관의 역량과 임기도 검토의 대상이라고 했다. 뭐 좀 알려고 하면 바뀌고, 뭐 좀 알려고 하면 바뀌는 잦은 인사이동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담당 주무관과 일을 하는 시설의 입장은 상당히 고달프다고도 하소연했다. 적어도 3년의 임기를 보장하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 말했다. 장기요양시설 근무경력이 5년 이상 되는 사람으로 별도로 채용을 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세 번째로 장기요양시설 종사자들의 종합적인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재정의 출처가 건강보험공단이라는 이유로 장기요양시설 종사자들은 사회복지사업법에 명시된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 장기 요양 시설에서 요구되는 사안 A 사회복지사가 제안한 정책들을 카드 뉴스로 정리해 보았다. ⓒ 최원석
건강보험 수가에 따라서 운영이 되기에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아가며 종사를 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타 직능단체에 비해서 결코 노동의 강도가 약한 것도 아니며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증상을 보이는 어르신이지 않은가. 모시는 장기요양시설 종사자들도 사회복지사업법에 해당하는 가이드라인에 준하는 임금 수령이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답답함을 토로하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 대답을 존경하는 독자님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흔히 노년기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합니다. 장기요양시설은 지역사회 및 가족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온 분들이 마지막을 준비하는 곳입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에서 한 사람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는 것,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모시고 있는 어르신들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 어느 누군가의 부모님이고, 그 어느 누군가의 조부모님이며, 한발 더 나아가서 미래의 내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 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한걸음 더 나아가 나의 마지막 가는 길이 보다 더 행복하고, 보다 더 기쁘게 함께하기 위해서라도 장기요양시설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이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장기요양 종사자들이 걸어가야 할 길은 어르신들의 마지막을 행복하고 기쁘게 해 드리는 것입니다.
대선 후보님들... 노력하고 있는 우리를 도와주시고 함께 길을 걸어갈 동반자가 되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