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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onechoi Jan 13. 2022

엄마들을 찾아오는 시니어 돌봄 서비스를 만들어 주세요

세수도 할 시간이 없다는 엄마들, 집 콕 육아를 도와주세요...

새해를 맞고 1월 들어서 아내가 계속 위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밥을 먹으면 소화를 못하고 가끔은 토해내기도 했다.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서 그런가 싶어 웬만하면 식사를 일정하게 해 보아도 이 증상은 개선되지 않고 반복이 되었다.


"여보, 내일 시간 좀 내줘요. 병원 좀 다녀올게요. 아무래도 크게 탈이 난 것 같아요. 병원 가서 진단을 받아 봐야겠어요. 지난번에 아픈 거랑 이거는 또 다른 증상이라서요."

"네. 그래요. 시간을 내서 제가 아기 볼 테니 다녀와요."

아내는 그렇게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한의원에서는 몸속에 기와 혈이 가득 막혀 있다며 며칠간 병원을 방문해 침을 맞고 찜질을 하며 부항을 뜨기를 권했다. 한의사는 육아로 인한 피곤함과 피로가 많이 쌓여서 몸이 상한 것이라고 했다. 아이를 육아하면서 한 번은 꼭 겪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라고도 말했다. 


                                       

▲ 약 한의원에서 아내에게 처방한 약이다. ⓒ 최원석







이어 찾은 내과 병원에서는 수면 내시경을 하고 병명을 진단받았다. 병명은 출혈 또는 천공이 없는 급성 위궤양, 기능성 소화 불량이었다. 의사는 이 시국의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이 병명들을 많이 진단을 받으러 온다고 했다. 불규칙한 식사와 고된 집안일과 노동이 이 원인이 된다고 했다.



아내가 병원을 다녀왔을 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친정이 멀어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기 힘들다. 아이의 친할머니는 주중, 주말의 저녁시간 이외에는 바빠서 시간을 내기 힘들다. 기껏해야 내가 일을 취소하고 아이를 돌보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 아이를 당장 봐줄 사람은 없는 것이다.



당장 아내가 일주일간 한의원에서 권한 치료를 받으려면 내가 일주일의 일을 취소하고 아이를 봐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아픕니다'라고 일을 취소하면 반대편에서 돌아올 대답과 반응은 뻔할 것을 경험으로 안다. 딱 얼띠기 취급을 하시거나 비 전문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사람의 취급을 받을 것이다.



결국 일주일을 쉬었다. 아내가 한의원의 치료를 마칠 때까지 아이를 돌보았다. 할 수 없는 일, 선택권이 없는 일이지 않은가? 우려했듯 아내를 잘 돌보라고 하면서도 주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자기밖에, 오직 자신의 가정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기적인 사회 구성원을 취급하는 시선들을 견뎌 내야만 했다.






▲ 팸플릿 시간제 돌봄을 홍보하는 팸플릿이다. ⓒ 최원석





시간제 보육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하지만 이 시국에 아이 혼자 어디 보내본 적이 없는 처지다. 우리 편하자고 아기를 데려갔다가 데려오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각종 전염병이 유행하고 있는 시기다. 더 신중하게 시간제 보육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니어 일자리 제도가 있다. 각 분야 전문가 출신 노인분들을 관련 분야에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이용해서 영유아 보육기관이나 초등학교 선생님 출신, 교육 관련 종사자 등 신분과 전문역량을 가지신 분들을 선발해 각 가정에 파견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 글을 연재하고 있어서 많은 엄마들을 만난다. 남자라 이용하지 못하는 맘 카페 말고도 엄마들과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생긴 거다. 엄마들과 연재 글을 읽고 남기시는 댓글들을 통해서 소통을 한다. 이 댓글에서 만나는 엄마들도 아내와 비슷한 말씀들을 하신다.



실제로 그랬다. 연재를 하며 나는 많은 이 시국의 엄마들의 입장을 때론 댓글로 때로는 메시지로 받았다. 식사는커녕 세수할 시간도 없다는 이 시국의 엄마들을 많이 만났다. 아이가 깨어나서 잠이 드는 저녁까지 정말 화장실 한번 가기도 힘들다던 엄마들도 많이 만났다. 엄마들이 제일 걱정을 하는 것은 자신이 아픈 순간이 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부족한 시간이라 병원조차 가기 힘드니까 말이다.






▲ 약 아내가 실제로 처방받은 약들. ⓒ 최원석







이들을 위해 제안한다. 하루에 2~3시간이라도 엄마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게 찾아오는 시니어 돌봄 서비스를 제안한다. 적어도 육아에서 자유로워져 잠시 차를 마시고 아플 때는 병원을 가고 고될 때는 쉬고 눈이라도 잠시 붙이라고 말이다.



비로소 0.8명대의 출산율의 시대다. 아이를 낳는 엄마들이 많아지려면 당장 집안에서의 엄마들의 처우와 입장이 개선되어야 한다. 게다가 지금은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들에게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특별한 상황 아닌가?



정부가 이렇게 움직여주고 정책을 내어 주셨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엄마들은 이 팬데믹의 시대에서 최대의 고통을 받고 있는 특별한 존재임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나아가 아이들은 우리들의 미래, 신이 주신 선물임을 각성했으면 좋겠다.





하루에 씻을 시간, 먹을 시간 , 쉴 시간이 없는 엄마들... 게다가 마음껏 아프지도 못하는 이 시국의 엄마들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표심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계층이라고 지금처럼 정책에서 소외나 제외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아빠들의 표들도 고려하셨으면 한다.



부디 이 정책이 현실화되어 엄마들의 실제 삶의 행복의 질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이용 시간은 한정하고 모두가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로 지급해서 엄마들이 이 혜택들을 자유롭게 누릴 날을 기분 좋게 상상해 본다. 



아프고 나서 아내가 내게 했던 말을 존경하는 독자님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 연고가 없는 엄마들이요. 맘 카페에 보면 많거든요. 

우리는 아픈 것도 허락되지 않는 존재들이다라는 글들을 보면 마음이 미어져요. 찾아오는 돌봄 서비스는 이런 엄마들을 품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지역적인 정보들이 부족한 이런 엄마들에게 시니어 돌봄 서비스의 선생님들이 정보를 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4대 후보님들 이런 엄마들의 속사정을 정책으로 반영해 주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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