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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onechoi Dec 18. 2021

아기의 몽클레어 점퍼, 아내의 버버리 셔츠, 나의 구찌

사치가 아닙니다. 자원의 선순환과 탄소 중립을 위해 구제 물품들을 찾아요

날씨가 추워졌다. 아기가 집에서 입고 있어야 하는 내복들도 당연히 많아졌다. 거기에 작년 이맘때와는 다른 하나, 아기가 이제 일명 점퍼를 입을 수 있는 시기가 되면서 패딩 재질의 점퍼가 필요해졌다.


이럴 때 자주 들리는 곳이 있다. 부산의 서동 시장과 흔히 들 당감동이라 부르는 지역, 사상 터미널 부근, 그리고 독자님들께서도 익히 들어 알고 계실 남포동 일원이다. 이들 지역 중 의류가 제일 많은 곳이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서동 시장이다. 서동 시장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구제 품목들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늘어서 있다. 아기의 패딩을 찾기 위해서 이 서동 시장을 찾았다.

                                           


▲ 아내의 버버리 셔츠 구제 시장에서 산 아내의 버버리 셔츠 ⓒ 최원석







일단 기능성이 있어야 하고 브랜드가 있다면 감지 덕지다. 새 것 같을수록 좋다. 제일 중요한 건 따뜻해야 한다는 것이고 너무 비싸게 주인이 가격을 제시하면 살 수 조차 없다. 이 시장에서 원하는 물건을 산다는 것은 이런 이유로 쉬운 일은 아니다.



이들 시장을 찾는 것은 조금 설레는 일이다. 앞으로 어떤 물건을 만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건도 주인이 있다. 물운이 따라야 한다. 물건도 사람 보는 눈이 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어린 농담 들을 이 구제 쇼핑을 두고 많은 분들께서 하시는 이유다. 좋은 물건을 만날 수가 있어야 살 수 있는 것이다. 이왕 아내의 허락을 맡고 이렇게 시간을 간신히 내서 여기까지 왔으니 아기의 패딩을 오늘 꼭 찾고 싶었다.



자주 가는 상점들에 들러서 아기 시기의 물건이 있는 지를 물었다. 대답은 아니오, 일단 첫 가게는 패스. 다음 가게로 향했고 똑같은 질문을 했다. 당연히 있다며 사장 님께서 꺼내 놓은 물건은 랄프로렌 점퍼들이었다. 근데 색이 화려하지만 얼핏 봐도 많이 바랬다. 이 가게도 패스. 다음 가게에서 동일 질문을 했다. 이러 기를 네다섯 번, 드디어 한 가게에서 다행히 새 것 같고 상태가 좋은 물건을 찾을 수 있었다.







▲ 아기의 패딩 아기의 몽클레어 롱 패딩이다 ⓒ 최원석







브랜드가 무려 몽클레어다. 게다가 택을 확인하니 정품을 인증하는 QR코드까지 있었다. 주인장도 당연히 정품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제 가격의 문제만 남았다. 지난 하고 험난한 흥정 지옥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순간들에서 수십 년의 내공이 쌓인 주인장들을 이기려고 하면 되려 판매 당신한테 안 함, 집에 가시라는 역풍을 되려 맞을 수 있다. 내가 항상 택하는 방법은 기사들을 작성할 때와 같다. 정. 공. 법. 바로 이 방법이다.



물건을 최대한 정중하지만 자세히 구경하고 물건과 사장님의 안목을 먼저 칭찬한다. 구매하려는 후보 군을 단일 상품으로 정해서 최대한 매장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주인 장의 불편을 덜어주는 거다. 그리고 사장님이 제시하신 금액을 듣고 최대한 상품의 구매를 고민해서 구매 의사의 번복이 없도록 한다. 사장님이 제시한 금액의 10%선을 넘지 않는 가격에서 가격 흥정을 한다. 경험 상, 이렇게 해서 90% 이상은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아기의 올 해의 패딩은 이렇게 몽클레어로 정해졌다. 백화점에서 샀으면 백만 원대이었을 패딩이다. 자원 순환도 하며, 아기에게 양질의 옷도 주고, 탄소 중립도 실천하면서 아기가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옷을 구했다. 아기의 첫겨울 패딩이 무려 몽클레어인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며 단골인 세탁소에 맡기면서 아기가 입을 상상을 하니 뿌듯함에 자연스레 미소가 나왔다. 좋은 물건을 구한 오늘 하루가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 내 가방 시장에서 산 가방이다. 브랜드가 구찌다. ⓒ 최원석







이 시국, 육아 동지님들께서 겨울을 맞아 아기들의 패딩들을 어떻게 준비하시는지 글을 쓰며 궁금해졌다. 그 동지들께 아기들의 예쁜 옷들이 기다리고 있는 구제 시장에 가 보시는 것은 어떨까를 제안하며 아내의 버버리 셔츠 색깔의 포근함을 담아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 평소 내가 들고 다니는 구찌 가방의 신박한 디자인을 담은 감사와 격려도 함께 드리는 바다.  




몽클레어, 버버리, 구찌의 진품을 감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한다. 시장의 사장님께 취재한 정품의 구별, 감별 방법을 존경하는 독자님들께 전하며 글을 마친다.





"몽클레어는 패딩 안, QR코드가 있는 라벨인 위조 방지 라벨과 INDERSTRY라고 적힌 모델 명 라벨, 그리고 내부에 칼라 라벨들 이렇게 총 세 개의 라벨이 있는 것이 정품입니다.

가품을 걸러내기 위해 돋보기와 자석을 지니는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버버리 로고를 돋보기로 볼 때  U, Y 스펠링의 오른쪽이 매우 비 대칭적으로 글씨가 얇습니다. 이게 바로 확인 가능한 제일 쉬운 방법입니다. 

자석으로 구분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가품은 공임 비를 낮추기 위해  비 철이 아닌 철 성분이 많이 담긴 부속 들을 씁니다. 자석에 부속 들이 딸려 온다면 가품입니다.

마감이나 바느질, 소재를 돋보기로 꼼꼼히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품은 엉성하게 마감 처리가 됩니다. 구찌는 시리얼 넘버를 먼저 확인합니다. 돋보기로 보면 웃기게도 가품은  G가 아닌  E와 더 닮은 모양 새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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