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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onechoi Oct 11. 2021

"아 엄마 아빠믄서 함부레 겁도 없이 백신을 맞노?"

"아기 엄마와 한날 한시에 백신을 맞으면 우찌합니까? 위험하고로..."

9월 30일, 아침부터 아내와 내 휴대폰으로 여러 건의 알람이 울렸다. '질병 관리청'과 '카카오톡 메시지'였다. 다름이 아닌 '모더나 백신'을 준비했으니 잊지 말고 예약 시간을 맞추어 병원을 찾아 접종을 하라는 친절한 메시지였다.

'얀센 백신'을 신청하라는 안내를 받았을 때도 '잔여 백신'을 신청하라는 공지를 받았을 때도 때도 솔직히 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지, 그리고 백신에서 나타난다는 부작용이 신고되고 간혹 쓰러지고 위중한 질병에 걸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부는 많이 고민을 했었음을 고백하는 바이다. 하지만 아기를 위해서라도 확진자가 늘어만 가는 판국에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고 결단을 내렸다.

                                                     



▲ 화면캡처 질병 관리청의 예약 안내 메시지 캡처





지난 8월 17일, 6일이라 아내와 생일이 같아 5부제로 예약을 받는 날에 아내와 상의해서 백신 예약을 했다. 제일 걱정되었던 것은 아내와 따로 백신을 맞게 되면 아기와 아기 엄마가 병원을 찾아서 따로 맞고 나도 시간을 내어서 다른 날자와 시간에 맞아야 한다는 것인데 아기의 상태와 컨디션을 보아가며 접종 시간에 맞춰 아내 혼자 접종을 보내기에는 너무 마음이 쓰려서 어차피 신청 날자도 같으니 함께 받는 방향으로 정하게 된 것이다.



내가 없는 날인 평일에 아내 혼자 백신을 맞으러 왔다가 혹 많이들 겪으신다는 통증이 바로 나타나거나 변수가 나타나면 곤란할 일이었다. 그것도 2차까지 두 번을 혼자서 아내도 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되었나 보다. 함께 맞자고 아내에게 제안을 했을 때 아내는 그래서인지 흔쾌히 대답을 해 왔었다. 



그렇게 백신 날자가 정해지고 얼마 전, 아기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동네 어귀를 지나던 길에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모여계시는 공원을 지날 때, 지난 기사에서도 뵐 수 있는 동네의 할머님께서 아기를 발견하고 우리에게로 다가 오셨다.



"아구 아 왔네. 이제 돌잽이라매. 동네 할매들 이거 좀 보소 귀엽다이가. 까꿍. 마이 큿다. 또 코로나 모잔가 뭐시기 하는거 썼노 하하. 아 맞다. 그나저나 아 아부지는 코로나 백신 언제 맞는 다 캤지예?"
"네 할머니 이거 코로나 모자 맞아요. 예뻐해 줘서 감사합니다. 백신은 아내랑 같이 내일모레에 맞기로 했어요. 좀 늦었죠?"



그때였다. 대화 내용을 유심히 듣고 계시던 할머님께서도 우리쪽으로 다가오셨다. 아내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시고 아기의 코로나 모자를 보시더니 할머니와 우리 부부에게 크게 소리를 치셨다.



"겁도 없이 함부러 백신을 맞노? 아 엄마 아빠가..." 



시작되었다. 지난 기사에서도 이 답답함을 토로한 바 있지만 여당과 야당이 되어 할머님께서 싸우시면 답이 없다. 다툼이 끝날 때까지 우리 부부는 그냥 안건을 제공한 괘씸한 소수정당이자 대역죄인이 되어버린다. 또다시 동네에서 할머님들의 설전이 오고 가는 '대 환장 파티'가 또 우리 부부때문에 열리게 되었다.



이번에는 여당과 야당이 바뀌었다. 백신을 맞으셨다는 네분의 할머님은 '아기를 키우니 하루라도 더 빨리 맞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셨고 두 분의 할머님은 '또래 분들도 백신을 안 맞는 분들이 많다. 위험하니 아기 엄마와 아빠이기에 더더욱 백신의 접종에 신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안 그래도 고민이 많은데 언쟁을 곰곰히 듣고 있자니 정말 어디 도망가서 잠깐 울고 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다 한 할머니께서 '호환,마마등이 아기에게 예전에 백신 같은 것이 없을때 정말 무서운 병이었지'라는 참신한 주제를 제시하셨고 그제야 할머님들은 예전에 아기들에게 위험했던 병들을 열거해보자라는 주제로 화제가 전환의 국면을 맞으며 싸움은 끝이 났고 부부는 그제야 석방이 될 수 있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접종날을 맞은 오늘 아침,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조금 있으면 먹는 백신도 나온다는데 우리 백신... 조금 더 늦추어 볼까요? 불안한 마음이 계속 들어서요. 2주도 아기 돌이 채 안 남았는데..."
"그런 일 없기를 바라야지요. 우리는 아프면 안 되는 부모잖아요..."



그렇게 접종 당일에 접종시간은 시간은 빠르게 다가왔다. 아기의 물품을 최소한으로 챙기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기의 방역 물품들을 다양하게 챙겼다. 그리고 예약을 했던 병원으로 타고 갈 콜택시를 시간에 맞춰서 불렀다.



예약을 한 병원은 소규모 병원이었다. 백신 접종을 하면 이상 증상이 있는지를 보기 위해 20분에서 30분까지 대기시간이 있다는 점을 미리 들은 터라 마스크와 방역 물품들을 싫어하는 아기가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에서는 거리가 떨어져 있고 찾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규모 병원을 찾아 백신을 맞는 곳으로 일부러 지정을 한 것이었다.






▲ 메시지 캡처 질병 관리청에서 하루 전에 온 알림 문자





엄마, 아빠가 그것도 한날, 한시에 같이 맞으면 어떡합니까




아기띠를 한 아내를 뒷 좌석에 태우고 아기의 접이식 유모차를 택시 뒤에 싣고 어느 날처럼 아기의 짐이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앞 좌석에 탔다. 그리고 행선지를 말씀드리자 기사님께서 물으셨다.



"ㅇㅇ병원에는 아기랑 같이 

이 시간에 무슨 일로 가세요?"
"아. 백신 예약해서 아내랑 오늘 맞으러 가는 거예요."
"네? 엄마 아빠가 한날에 갓난아기 두고 백신 맞으면 어떡합니까? 위험하잖아요. 젊은 분들이라 뉴스를 잘 안 믿으시나 보네. 괜찮으시겠어요?"



기사님은 이후로도 백신에 대해 부정적인 말씀들을 얼굴이 상기되신 채로 계속 말씀을 하셨다. 기사님의 말씀들을 들으며 도착할 때까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내를 바라보았는데 아내도 표정이 어두웠다. 어젯밤 아내랑 얘기를 하면서 아내도 고민하는 보습을 보였던 터라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병원에 내려서 예약시간을 확인하니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아내도 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아내의 어깨를 다독였다.



2차까지 접종을 마칠 병원에서 둘의 1차 접종은 한 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백신을 맞는 시간은 채 1분이 되지 않았지만 번갈아 맞으며 대기시간을 겪으니 한 시간이 그렇게 빠르게 흘러갔다. 





▲ 메시지 캡처 접종 확인 메시지





집으로 돌아와 밤새 서로의 상태와 컨디션을 살피느라 잠이 들지 못했다. 밤새도록 백신 부작용을 수십 번이고 검색한 것은 안 비밀이다. 물론 접종은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아기를 기르는 가정은 이렇게 지난하고 험난한 고민을 하면서 접종을 받는다. 



다른 엄빠님들의 사연도 궁금하다. 접종의 여부를 떠나 이런 고민을 하시는 시대에 살고 계신 것에 대한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겪어 보니 주위의 시선과 생각들로 인해 힘들었는데 한부모가정은 오죽하실까? 이번 기사에는 어제 저녁 복용해서 도움이된 타이레놀의 효과를 담아 그들의 수고와 노고에 특별한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



백신 접종을 하는 데에 있어 고민이 될 때마다 떠올렸던 명언을 독자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두려움은 희망 없이 있을 수 없고

희망은 두려움 없이 있을 수 없다.

-바뤼흐 스피노자


건강할 때 건강함을 지키는 것은 때론 대단한 결단이 필요하다.

- 제러미 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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