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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onechoi Dec 28. 2021

'딸기가 2만 원이에요' 소리에도 내가 지갑을 연 이유

아내의 고향의 딸기를 파는 과일 가게와 사장님 덕분에 결국에는 두 소쿠리

<오 마이 뉴스> 코로나 베이비 시대 양육 고군 분투기라는 연재에 미처 실지 못했던 글들을 하나씩 풀어놓습니다. 기사는 시의성이 중요하고 연재다 보니 이어지는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차마 연재에 못다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연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지금부터 공개해 보려 합니다. 








14개월을 맞은 아기의 식탁에 제일 많이 달라진 점을 하나 꼽으라면 이렇다. 바로 씨가 있는 과일의 섭취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돌 전에 아기는 잘게 씨가 들어간 과일의 섭취를 피해 왔었다. 씨가 있는 과일들은 최대한 돌 이후에 먹이라는 아기의 영유아 검진 담당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담당 의사 분의 말씀처럼 딸기도 씨가 있으니 12개월 이전에 피해야 할 과일에 엄연히 속했다. 딸기를 돌 이후에 먹이길 권장하는 이유는 딸기 겉에 보면 표면에 씨가 빼곡히 있는데 이 부분이 견과류 과로 분류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많은 딸기의 씨들이 견과류과 알레르기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하라고 의사는 권한 것이었다.

그래서 딸기를 아기에게 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가 얼마 전 한 대형마트에서 '설향 딸기'라고 아내 고향의 특산품인 딸기를 소량으로 소분하여 팔길래 반가운 마음에 테스트 삼아 사서 주었더니 잘 먹는 모습을 보였다. 우려했던 알레르기도 다행히 없었다. 이제 아기에게 딸기가 허락된 거나 다름이 없었다. 아기에게 준 설향 딸기는 아내의 고향인 경남 함양의 특산품으로 알이 크고 새콤한 맛이 적고 달콤한 맛이 많이 나는 점이 특징인 딸기의 품종이었다. 또 과즙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인 아기 엄마 고향의 특산물이기도 했다.



                                                     

▲ 딸기 과일 가게 사장님께 추천을 받아 구입한 아기 엄마 고향의 설향 딸기다.






아내의 고향인 함양에는 딸기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아내와 함께 코로나 이전, 아내의 고향인 함양에 자주 들렀을 때마다 딸기를 원 없이 먹고는 했다. 제주에 살면서 친구가 없으면 귤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말처럼 함양에 살면서 친구가 없으면 딸기 부자가 되지 못한다며 딸기 농사를 지어서 보내주시던 아내 지인 분이 농을 섞어 말씀을 하실 정도였다. 아내의 지인의 말씀은 그만큼 딸기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 아내의 고향에는 많이 계신다는 뜻이었다.  



1여 년 전쯤 아기가 신생아 시절에 아기와 함께 산후조리 차 함양을 내려갔을 때에도 이러한 이유로 아내는 딸기를 많이 먹었다고 했다. 아기를 안고서, 업고서, 아기를 재우기 전, 아기가 잘 때등 시간과 장소의 구분 없이 많이 먹었다고 했다. 아내가 그만큼 자주 먹었던, 아내가 좋아하는 아내 고향의 딸기였다. 아기의 신생아 시절에는 구경만 할 수 있었고 어찌 보면 구경만 실컷 했었을 이런 딸기를 이제 아기도 함께 먹을 수 있는 역사적인 날이 드디어 오게 된 것이었다.




"여보. 딸기를 아기 요거트에 섞어 줬거든요. 잘 먹네요. 다행이에요. 저도 잘 먹었어요. 요새 딸기가 맛이 드는 제철이기는 한데요. 사온 딸기를 보니 아직 가격이 비싸네요. 제게는 딸기가 사서 먹던 과일이 아니라 더 비싸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조금 떨어질 것 같아요.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괜찮을 때를 봐서 그때 아기 많이 사줍시다."

"아. 지금이 비쌀 때구나... 그래요. 그럽시다. 시장에 갈 때마다 딸기 가격을 더 유심히 챙겨서 눈여겨봐야겠어요."







▲ 아기의 요거트 돌 전 이전에는 딸기를 줄 수 없었는데 이제는 딸기를 먹을 수 있게 된 아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바로 일주일 전의 일이다. 언제나처럼 퇴근길에 자주 들르던 과일 가게를 찾았을 때의 일이었다. 딸기의 가격을 보고 있는데 한 소쿠리에 2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딸기가 한 소쿠리에 2만 원이라는 가격은 내게 조금 비싸다고 느껴졌다. 고민을 거듭하다 아내가 조금 기다렸다가 아기에게 사주자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나서 돌아서려 했을 시점이었다. 과일 가게 사장님이 내 앞으로 오시며 말씀하셨다.




"어이쿠. 사장님. 이 딸기 한번 보이소. 진짜 잘 익었다 아닙니꺼. 이거 맛은 제가 보장합니데이. 아기 주러 사실라는 거 아닙니까? 이거 한번 줘 보이소. 진짜 맛있습니다. 이거 물 좋고 공기 좋은 함양 껍니더. 제 고향에서 아는 지인이 직접 기른 겁니더. 믿고 한번 사 보이소. 진짜 맛이 있습니더."    

"아... 그래요? 몰랐네요. 사장님도 함양 분이셨군요. 우리 아내도 함양 출신인데... 딸기 맛있어 보이기는 하네요. 저도 알아요. 함양 딸기가 좋은 건... 함양 딸기 저도 많이 먹어봤는데 맛있기는 하더라고요."




사장님의 말씀을 듣던 나는 결국 두 소쿠리를 질러버렸다. 과일 가게를 나서는 길에 내 손에는 결국 두 소쿠리의 딸기가 쥐어져 있었다. 아기와 아내에게 부족함이 없도록 주고 싶은 마음에 한 소쿠리를 더 샀기 때문이었다. 아내의 고향의 딸기라서 믿는 마음에 한 소쿠리를 더 사버렸기 때문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결국은 딸기를 사버리고 두 소쿠리나 질러버리게 된 것이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딸기 소쿠리를 주었다. 아내는 딸기 소쿠리를 보자마자 딸기의 금액을 물었다. 2만 원이라고 하자 한 소쿠리만 사지 뭐하러 아직 비싼데 두 소쿠리나 샀냐고 쓴소리를 했다. 투정을 하는 아내에게 아기와 잘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이왕 먹을 거, 당신 고향의 딸기를 아기와 함께 먹는 것이 더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딸기를 사 오면서 애초부터 한 소리 들을 수도 있을 거라는 예상을 했기에  투정을 하는 아내를 나긋하게 타일렀다.



아기는 다행히 아빠가 사다 준 딸기를 좋아하며 잘 먹었다. 나도 시장에서 사 온 딸기를 한입 베어 물었다. 문득 코로나 이전, 자주 찾았던 처갓집에서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딸기를 나누어 먹던 순간이 떠올랐다. 아기도 이제 자신의 외갓집을 찾으면 딸기를 함께 먹을 수 있겠구나. 아기를 포함한 아기 외가의 모든 가족이 함께 딸기를 먹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기가 엄마 고향의 과일을 원 없이 먹을 수 있어서 더 의미가 깊겠구나 생각하니 더 미소가 지어졌다.








▲ 요거트를 싹 비운 아기 딸기가 들어간 요거트를 깨끗이 다 먹고는 엄마에게 기분이 좋은지 웃어 보이는 아기.






아기는 딸기를 매우 좋아했다. 딸기를 그냥 먹기도 하고 자신이 평소에 하루 한 번은 꼭 먹는 과일 요거트에 넣어 먹기도 했다. 벌써 사온 딸기를 아기가 다 먹었을 정도로 아기는 딸기를 좋아한다. 아기가 딸기를 잘 먹는 모습을 보며 문득 아기가 이렇게나 성장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고도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딸기를 사주어야 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퇴근길에 다시 함양이 고향이라던 사장님의 가게에 다시 들리게 된 이유다. 지난번처럼 가게를 찾아가자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지난번에 딸기 괜찮더지예? 제가 보장한다 했다 아입니꺼."

"네. 맛있더라고요. 오늘도 두 소쿠리 부탁드려요."




그렇게 오늘도 집으로 가는 길에 딸기 두 소쿠리를 샀다. 딸기를 사서 아기에게 주면서 다른 아기들과 아기의 부모님들께 이 코시국에서의 과일들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가 문득 궁금해졌다. 비로소 이 글을 쓰면 서는 더 궁금해졌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변함없이 시장에 들러 아기들의 과일을 사랑으로 찾으시고 아기들에게 전해주고 계실 모든 아기들의 부모님들이 계실 테다.



그 부모님들께 아기에게 준 설향 딸기의 새빨간 색깔을 닮은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그 딸기의 달콤함을 담은 감사와 존경의 인사도 함께 전해 드리는 바다. 이번에 딸기를 사러 갔을 때, 과일 가게의 사장님께서 내게 해주신 말씀들을 존경하는 독자님들께 전해 드린다. 그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





"이게요. 함양의 안의라는 곳에서 많이 가져옵니더. 특히 함양 딸기가 흰 가루병에 강해서 딸기 열매가 많이 납니더. 

토경재배를 해서 물로 키우는 거다 아닙니꺼. 당연히 농약을 안치 지예. 대신 미생물 가지고 기른다 아입니꺼. 거기 공기 신선한 건 아시지예?  땅이 좋은 건 말할 것도 없다 아닙니꺼?. 

원래 과일을 출하하기 전에 브릭스라고 캐서 당도를 재본다 아닙니꺼. 원래 딸기들이 평균 13~14 브릭스 정도 나오면 잘 나오는 건데예. 이 함양의  설향 딸기들은  16 브릭스 까지도 나온다 아닙니까. 

아기들 주기에 이 함양의 설향 딸기가 왜 최고의 딸기인지 이제 아시겠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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