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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필 Dec 06. 2020

디즈니 느낌 나는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독일 최대 크리스마스 마켓, 뉘른베르크(Nürnberg)

뉘른베르크(Nürnberg)





독일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맥주? 자동차? 소시지? 독일을 대표하는 여러 아이템들이 있지만 나는 하나만 뽑자면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하겠다. 독일에서는 대체로 할로윈이 끝나면 바로 크리스마스 준비에 들어간다. 도시마다 하나씩 있는 큰 광장에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그 트리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선다. 마켓에는 알록달록한 조명과 함께 아기자기한 물품들이 들어서 있고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음식들이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어릴 적 디즈니 만화에서 봤던 크리스마스 배경이 생각난다. 추운 겨울 내 마음을 녹여줬던, 따뜻했던 어릴 적 추억들이 소환되는 느낌이랄까. 이 때문에 독일에서 보낸 크리스마스는 내가 평생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은 도시마다 (심지어는 시골 마을까지도!) 있지만 그래도 마켓 간의 "클라스"라는 게 있다. 이번에는 독일에서 최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는 뉘른베르크(Nürnberg)로 떠나보려고 한다. 뉘른베르크는 독일 바이에른주의 뮌헨이 이어 2번째로 큰 도시다. 같은 바이에른 주에 속해있어서 뮌헨에서 바이에른 티켓 하나로 뉘른베르크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여행객들이 뮌헨 여행할 때 당일치기로 많이 갔다 오곤 한다. 나 또한 뮌헨에서 출발했고 EC기차로 2시간 정도 걸렸다.        


금강산도 식후경, 스테끼를 썰자!


뉘른베르크에서 스테끼를 가장 잘 굽는 집


뉘른베르크 중앙역에 도착한 후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구도심지로 들어갔다. 근데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랬나. 독일에서 가장 크다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각 잡고 구경하기 전에 우선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오늘의 식당은 뉘른베르크에서 가장 스테이크를 잘 굽는다는 BLOCK HOUSE. 구도심지 입구 바로 옆에 있어 찾기도 쉽다.


기본 스테끼와 뉘른베르크 맥주


유명한 식당에 들어오면 뭐다? 바로 가장 기본 메뉴를 먹어보는 것. 들어가서 기본 스테이크와 맥주를 주문했다. 기본 스테이크는 스테이크 한 덩어리와 토스트, 오이 샐러드, 그리고 찐 감자 위에 Sour Sauce가 얹어져 나왔다. 고기는 소스가 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구울 때 자체적으로 소스를 칠한 건지 달콤한 향이 올라왔다. 특이한 점은 고기에서 스모키 한 훈연 향이 전혀 나지 않았다. 화덕불에 굽다 보면 겉면이 탈만도 한데 말이다. 이건 인정할만하다. 여기, 뉘른베르크에서 스테이크를 잘 굽는 집이 맞다.  


독일 최대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 마켓


배도 채웠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기로 한다. 독일 최대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끝에서 끝까지 다 보려면 1시간은 걸릴 정도. 내가 사는 자르브뤼켄에 비하면 쨉도 안 되는 수준이다. 구시가지의 성당을 중심으로 마켓이 열렸는데 이게 다가 아니다. 구시가지 샛길로 빠져 언덕을 올라가면 국제 크리스마스 마켓이 또 따로 열려 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 잔뜩 풍기는 아이템들

시장에 파는 제품들 또한 다양했다. 크리스마스트리부터 오르골, 인형들, 게다가 맛있는 음식들까지 정말 없는 게 없었다. 독일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잇템들이 눈에 자꾸 밟혔지만 사면 얼마 못가 "이쁜 쓰레기"가 될 것이 뻔하기에 꾹 참았다.


따뜻한 와인, 글뤼바인(Glühwein)

크리스마스 마켓에 오면 꼭 마셔야 할 게 있다. 바로 글뤼바인(Glühwein)! 글뤼바인은 와인에 오렌지나 시나몬 등 각종 과일을 넣고 따뜻하게 끓여 만든 술인데 이 맛이 또 일품이다. 한번 먹으면 잊지 못할 정도! 게다가 크리스마스 때만 파는 리미티드 술이라 그런지 더욱 땡기게 만든다. 위 사진은 자르브뤼켄에서 먹은 거지만 각 도시마다 글뤼바인 컵 디자인이 다르다. 도시마다 돌아다니며 글뤼바인 잔을 모아 보는 것도 꽤나 쏠쏠하다. 참고로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나는 알코올 냄새는 전부 저 글뤼바인 때문이다. 알코올 도수는 와인이랑 비슷하지만 따뜻하게 먹어서 그런지 알코올 향이 더 나는 느낌이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자 자기도 찍어달라고 장난치시는 독일 아주머니



석양이 진 이후


석양이 지는 뉘른베르크


한참을 구경하고 나니 어느덧 해가 지려고 한다. 시장의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뒤로하고 잠깐 머리를 맑게 할 겸 시장 밖으로 나왔다. 피곤했지만 이왕 온 거 밤까지 구경하고 가야지. 아주 뽕을 뽑을 작정이다.


뉘른베르크 강변


시장 밖으로 나와 구시가지를 걷다 강변을 바라봤다. 뉘른베르크는 강 바로 옆으로 주택과 아파트들이 들어서있었다. 보통은 강에서 조금 떨어져 지을 만도 한데. 그 모습이 마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같기도 했다. 한참을 걷다 지쳐 해가 완벽히 질 때를 기다리기 위해 주변 카페에 들어가기로 했다.


예쁜 비주얼 안에 숨긴 강렬한 맛


너무 피곤해 카페에 들어오자마자 메뉴 가장 뒷면에 있는 아이스크림 2개를 시켰다. 아이스크림 비주얼은 그럴듯했지만 내용물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세부 메뉴를 읽어봤어야 됐는데... 아이스크림을 떠먹자마자 달콤하면서도 어딘가 알싸한 느낌이 훅 들어왔다. 어? 이거 어디서 먹어본 맛인데? 초코향 같기도 한데 뭔가 혀끝이 아려오고, 몸이 따뜻해지는 이 느낌. 맞다, 저 예쁜 아이스크림 안에 술이 들어가 있었다. 술은 잭다니엘 허니인 듯했다. 지 어디서 많이 먹어본 맛이 더라니... 그렇게 아이스크림과 함께 40도짜리 위스키도 맛보게 되었다. 덕분에 밤의 크리스마스 마켓도 감성적으로 구경할 수 있게 됐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밤에도 예쁘다!


밤의 크리스마스 마켓

밤이 되자 따뜻한 느낌의 조명들이 켜지고 사람들도 낮보다 더 몰려온 듯했다. 그래 내가 어릴 적 만화에서 봤던 모습이 딱 이거였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어디선가 성냥팔이 소녀 같은 주인공들이 나타날 거 같은 느낌. 눈이 오지 않은 게 아쉬웠지만 뭐 괜찮다.


어린이들 전용 마켓


시장 옆에 어린이들 용품만 따로 파는 마켓이 형성돼 있다. 아까 낮에는 없었는데 금세 밤에 새로 마켓이 들어섰나 보다. 엄마 아빠한테 뭔가를 사달라고 떼쓰는지 아이들 우는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역시 뭔가를 갖고 싶을 때 떼쓰는 건 만국 공통이다. 한 아이가 성공했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선물을 들고 다니고 있다.

    

밤에도 죽지 않은 시장, 독일에선 극히 이례적이다

독일 사람들, 다른 가게는 밤 8시만 땡 하면 문을 닫으면서 크리스마스 마켓은 자정까지 계속 열 생각인가 보다. 이는 독일에서 극히 이례적이다. 밤까지 쇼핑을 할 수 있다니...! 크리스마스에 정말 진심인 사람들 같았다. 덕분에 밤늦게까지 실컷 마켓 구경을 마치고 다시 뮌헨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듣던 대로 어마어마한 곳이었다. 절대 잊지 못할 곳, 세계 어디를 가도 이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다시 맛 볼순 없을 거 같다. 다음번에도 뉘른베르크에 갈 기회가 있을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요즘, 코로나로 갑갑한 요즘, 더욱 뉘른베르크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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