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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필 Jan 07. 2021

헬베티아 도시 엿보기

스위스 취리히(Zürich), 베른(Bern)

드디어 스위스로!



스위스와 알프스


뮌헨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스위스로 떠나기로 했다. 알프스에 위치한 대자연의 나라, 스위스는 유럽인들에게 더운 여름을 식혀줄 휴양지이자 짜릿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놀이터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다른 나라는 몰라도 유럽에 온 이상 스위스는 꼭 가봐야 돼!"라고 주구장창 들었던 터라 더욱 기대가 되는 곳이다.


스위스 취리히



뮌헨을 독일 여행의 거점으로 삼았던 것처럼 스위스 여행의 거점은 취리히(Zürich)로 정했다. 스위스 최대 도시, 다들 스위스의 수도로 알고 있지만 실은 아닌 이곳을 거점으로 베른(Bern), 루체른(Luzern)을 여행하기로 했다. 저 3곳 중 핵심은 루체른이다. 스위스에서는 "스위스 패스 티켓" 하나로 웬만한 교통을 다 탈 수 있다. 미리 예매한 티켓 하나로 스위스 내의 어떤 도시든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다. 그럼 스위스에 대한 기대를 안고 뮌헨에서 취리히행 열차에 올라타 출발해본다. 약 5시간행 열차다.


스위스의 공기는 달라!


취리히 시내


취리히에 내리자마자 맑은 공기가 온몸에 느껴졌다. 시원하고 정신이 확 맑아지는 느낌. 취리히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필라흐 등 알프스 지역에 들어가면 그 특유의 맑은 공기가 있다. 그리고 그 공기를 마시면서 걸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공기를 마시면서 살면 공부도 잘할 거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세계 제일의 명문대학, 취리히 공과대학이 바로 여기 위치해있다.


좌측 뒤쪽에 보이는 취리히 공과대학


취리히의 유일한 랜드마크이자 볼거리인 공과대학은 세계 제일 명문대학으로 뽑힌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노벨상 수상자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며, 한때 내가 생명공학 전공자로서 가장 다니고 싶었던 곳이기도 하다. 스위스의 비싼 물가 때문에 일 년에 1억 정도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포기했지만 말이다. 지금이라도 누가 지원해준다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이과생들한텐 로망의 대학교다. 우리가 현대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만든 영웅 아인슈타인도 여기 취리히 공대 출신이다. 공대 안에 들어가면 아인슈타인의 사진도 볼 수 있다.


스위스의 수도는 베른(Bern)!


베른 시를 너머 보이는 만년설이 덮인 알프스산

취리히는 스위스 최대 도시답게 일반 도시와 별 다를 게 없으니 이제 기차를 타고 베른(Bern)으로 옮겨 본다. 베른은 스위스의 수도다. 다들 취리히가 수도로 알고 있겠지만.... 아니다, 여기 베른이 스위스의 수도다. 그래서인지 베른은 좀 더 한적하고 조용하다. 정치와 관련된 국가 시설들이 다 여기 몰려있긴 해도 취리히에 비해선 훨씬 작은 도시다.

스위스 베른

베른은 반도 모양의 땅에 3면이 강으로 흘러있는 곳에 위치해있다. 우리나라 강원도의 한반도 모양의 지형과 비슷하다. 그 반도 안에 베른의 모든 도시가 몰려있다. 그래서인지 베른은 강을 잇는 다리가 엄청 많다. 그리고 그 다리 너머로 보이는 만년설 덮인 산이 정말 장관이다. 해가 어둑어둑 해지고, 건물에 불빛이 하나씩 켜질 때 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느낌이 있다. 다리 밑에 곰이 있는 곳도 있으니 구경해보는 것도 좋다.


스위스 베른(Bern), 우측 하단에 보이는 건 놀랍게도 곰이다.


CONFOEDERATIONIS HELVETICA!


뭔지 모를 스위스의 국가 기관


베른을 걷다 보니 역시 수도답게 스위스 국기가 휘날리는 국가 기관이 눈에 들어온다. 두 번 앞구르기 하면서 봐도 웅장하고 깨끗한 게 국가기관이다. CONFOEDERATIONIS HELVETICA! 직역하면 헬베티아 연방! 스위스 사람들은 자신들을 헬베티아라고 부르고 또 스위스 친구 피셜 그렇게 불러주면 좋아한다고 한다. 참고로 스위스는 4개 국어를 사용한다.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스어. 각각 스위스와 인접하는 나라의 언어들인데 이들은 어릴 때부터 4개 국어를 배운다고 한다. 여기에 국제 공용어인 영어까지 배우니 스위스 사람들은 5개 국어를 할 수 있다는 말... 괜히 슈돌의 건후 엄마께서 다국어를 할 줄 아는 게 아닌가 보다. 어떻게 보면 부럽다.


뭔가 중요해 보이는 스위스의 국가 기관

조금 더 걸어서 가니 뭔가 있어 보이는 건물이 또 나왔다. 분명히 저기도 무슨 기관일 테지... 하지만 경호원 같은 건 없다. 크로아티아 국회도 경호원이 없었는데. 유럽의 특성이랄까, 한국과 다르게 "정치 = 어렵고 마주하기 힘든 거"라는 공식은 유럽에선 통하지 않는다. 정치인들도 퇴근하고 나면 일반 이웃들과 같이 시장에 다니며 장을 본다. 유명한 일례로 퇴근시간 이후 베를린의 한 마켓에선 독일의 마마(Mama), 총리 메르켈이 빵을 잔뜩 사 가지고 가는 걸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베른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스위스의 물가를 처음 체험하다


베른의 홍합 가게


베른에서 꼭 가야 할 맛집이 있다고 누나가 누누이 말했기에 베른의 한 홍합 집을 찾아 들어간다. 정말 우리 한국인들, 세계 어디를 가도 맛집 후기 안 남겨놓은 곳이 없다. 스위스의 비싼 물가가 두려웠지만 그래도 맛집이라니까 뭐 들어가 본다. 물가가 어느 정도냐면, 음식 하나, 즉 인당 기본 3만 원씩 잡으면 된다. 거기에 와인이나 마실 것 추가하면 만원씩 더! 살이 덜덜 떨리지 않은가? 스위스의 물가는 유럽인들도 혀를 내두른다. 오죽하면 스위스 사람들을 돈벌레로 보는 짤도 있을까...


홍합 스튜랑 뢰스티(Röschti)

식당에 들어가 토마토 홍합 스튜랑 스파게티, 그리고 스위스 음식인 뢰스티(Röschti)를 시켰다. 뢰스티는 감자전이다. 스위스, 프랑스, 내가 사는 자르브뤼켄까지, 그 세로로 쭉 이어진 알자스-로렌 지방은 유럽에서 감자가 가장 많이 나온다는 곳이다. 평소였으면 질리도록 먹은 감자에 진저리를 쳤겠지만 뢰스티는 달랐다. 바삭하면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그 감자 특유의 목 막히는 퍽퍽함이 없다. 역시 맛집이라 그런가. 이런 감자라면 남은 유학생활 동안 더 먹을 수 있지.


스위스는 과자가 맛있는 걸로


마트에서 받은 과자

내가 가장 기대하는 스위스 여행지, 스위스 여행의 핵심 루체른에 가기 위해 일찍 취리히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도 호텔에서 마실 맥주를 사러 근처 마트에 들렀는데 직원이 It's for you라며 공짜로 줬다. 원래 과자를 잘 안 먹기도 하고 독일 과자가 원체 맛이 없기 때문에 평소 같았으면 안 먹었겠지만... 직원이 엄청 기대하는 표정으로 있길래 한입 먹었더니 바삭하고 달콤한 향이 입안에 맴돌았다. 아 이건 다르다! 이건 독일의 극단적인 미각, 그 바닷물을 퍼먹는듯한 짠맛 혹은 그냥 물을 먹는 듯한 무(無) 맛과는 전혀 다른 맛이다. 드디어 유럽에서 과자다운 과자를 찾은 거 같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과자는 무조건 스위스에서 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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