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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원다인 Jun 12. 2022

여름 나기 찻자리 준비

완벽한 차 한잔을 위한 레서피

아직 7월도 안되었는데 한낮 온도는 벌써 30도에 가깝다. 여름은 더운 차를 마시기에 참 힘겨운 계절이다. 한겨울에 "얼죽아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치는 커피 애호가가 있다면 차를 즐기는 다인들 중에는 한여름에도 따뜻한 차를 고집하기도 한다. 작가도 따뜻하게 우려낸 차를 선호하는 편인데, 아무리 그래도 땡볕이 내려쬐는 여름날 땀을 줄줄 흘리며 뜨거운 차를 후후 불어 마시는 것은 솔직히 고역이다. 여름철 시원하게 또는 너무 덥지 않게 차를 즐길 수 있는 간단한 팁을 소개한다.


찻자리 소품을 시원한 소재로 바꾸기


다기 컬렉션을 갖춰놓고 계절마다 기분에 따라 다기를 바꿔 골라서 사용하는 것은 차 마시는 사람의 로망이다. 그러나 어지간히 여유가 있지 않고서는 철 따라 분위기 따라 어울리는 다기를 갖추는 것이 힘들기도 하려니와 안정적인 차맛을 내기 위해 손에 익은 다기를 계속 쓰고 싶다. 그렇다면 잔받침과 같은 소품이라도 여름용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펠트로 되어 있는 잔받침을 나무나 라탄 소재로 바꾸기만 해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겨우내 사용하던 나무 차판을 라탄으로 만든 깔개로 교체해도 한결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라탄 소재는  물이나 차가 조금 흘러도 표시가 잘 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우려낸 차를 빨리 식히는 방법


우려낸 차는 시간을 두면 식기 마련이다. 겨울에는 우려낸 차가 빨리 식지 않게끔 보온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러나 여름에는 이를 좀 더 빨리 식히기 위한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3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대형 찻잔과 물 식힘 그릇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우려낸 차가 대기와 접하는 면적을 넓혀주면 좀 더 빨리 식을 수밖에 없다. 작가는 평소 300ml짜리 공도배를 사용하는데 여름이 오면 500ml짜리의 숙우를 사용한다(제목의 사진 참조). 이 정도만 물식힘 그릇의 사이즈가 커져도 차가 식는 속도가 빨라진다. 대형 숙우가 없다면 대형 잔은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 잔에 우려낸 차를 약간만 따르고 흔들어 주면 빨리 식는다.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찻물의 온도를 쉽게 내릴 수 있어서 선호하는 방법이다(물 식힘 그릇에 관해서는 "차에도 적정 온도가 있습니다: [2. 다기에 관해] 물 식히는 기구" 참고).


둘째, 선풍기 바람으로 식히는 방법이다. 선풍기 바람 정도로 차를 빨리 식힐 수 있겠냐고? '에어컨 정도는 빵빵히 틀어줘야 차를 빨리 식힐 수 있지 않겠냐고 할지 모르겠다. 물론 에어컨 바람이 있다면 냉각에 더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풍기 바람을 우습게 보지 말아야 한다. 첫 번째 방법과 마찬가지로 대기와의 접촉을 늘려서 차의 온도를 낮춰 주는 원리이다. 작가는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항상 찻자리에 선풍기를 놓는다. 차를 식히려는 의도도 있지만, 차를 마시며 바람을 솔솔 맞으면 마치 들판에 있는 듯 운치가 있기 때문이다. 찻자리에 선풍기를 놓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작은 손풍기를 놓고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몇 해 전부터 작은 손풍기가 흔해졌다. 휴대용 USB 배터리에 연결해서 사용하니 크기도 작아서 다탁 위에 올려놔도 부담스럽지 않다. 찻자리에서 손풍기의 바람이 우려낸 차를 담은 숙우를 향하게 해 놓아 보시라. 상상보다 훨씬 빨리 차가 식음에 놀랄 것이다.


셋째로 얼음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첫째에서 셋째로 갈수록 식는 속도는 빠르다. 그만큼 에너지를 더 사용하기 때문이다. 찻자리에 얼음통을 준비해 놓고 우려낸 차에 얼음 몇 조각을 넣어 식히면 되는데 이때 차의 농도가 흐려지는 것을 고려하여 차를 평소보다 진하게 우려내야 한다. 개인적으로 얼음으로 식히는 방법은 선호하지 않는데, 차의 농도 맞추기가 어렵고,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는 듯하여 죄스럽고, 냉장고에서 꺼낸 얼음에 배어있는 '냉장고 냄새'가 싫기 때문이다. 전용 제빙기에서 만들어낸 얼음이 아니라면, 아무리 관리가 잘되었다 하더라도 가정집 냉장고에서 꺼낸 얼음에서는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정 얼음을 써야만 하겠다면, 소중한 차맛을 위해 얼음을 살짝 물에 헹궈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독자들에게는 우선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부터 시도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찬물로 차를 우려내기


찬물로 차를 우린다고? 그렇다, 냉침! 여름은 바야흐로 냉침의 계절이다. 이건 어찌 보면 우려낸 차를 식히는 것보다 더 쉽다. 찬물에 차를 넣고 시간을 충분히 줘서 우려내면 끝이다. 냉침의 미덕은 차를 시원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쓰고 떫은 맛이 강한 차도 달콤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냉침을 하면 고온에서 활발하게 우러나는 카페인이 덜 우러나서 쓰고 떫은 맛이 줄어든다. 그러나 보관이 잘못되어 맛과 향이 변질된 차는 냉침을 해도 맛이 날 수 없다.


6대 다류 가운데서는 녹차가 냉침에 가장 어울린다. 향긋함을 즐기는 차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백차와 홍차, 일부 청차도 좋다. 다만 개인적인 경험에서 흑차(보이차)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보통 홍차를 진하게 우려서 아이스티를 만들어 마시는데 그 대신에 냉침을 하여 마시는 것도 별미일 것이다. 놀랍게도 일본에서는 냉침 전용 녹차(센차) 티백을 판매한다. 기계 채다해서 찌는 방식으로 만든 센차는 냉침이 쉽게 될뿐더러, 우려 놓으면 상쾌함이 더 하다. 센차 티백은 찬물에 넣고 10분 정도 우려내어 마셔도 좋고, 하룻밤 정도 냉장고에 두고 우려내어 마셔도 좋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무 녹차 티백도 냉침이 가능하다.


일본 냉수차 (냉침 전용 센차 티백)


냉침을 할 때 차의 양과 우려내는 시간은 어떻게 할까? 냉침은 정말 기분 내키는 대로 차를 넣고 우려 보시라 권하겠다. 쓰고 떫은 맛이 강조되지 않기 때문에 차의 양과 우려내는 시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2-3그램짜리 티백은 200-300ml 찬물에 10-15분 정도 우려내면 적당하다. 티백이 아닌 잎차는 거름망에 넣고 물에 담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몇 시간 정도 냉침하면 충분히 우러난다. 아침에 따뜻한 물로 우려내어 마시고 남은 찻잎을 용기에 담아 찬물을 부어서 냉장고에 두었다 오후에 꺼내 마시는 방법도 있다. 다만 너무 여러 번 우려 마신 찻잎을 사용하면 그냥 풀 향기 물이 될 수도 있다.


냉침 용기는 아무것이나 사용해도 상관없지만 거름망이 있으면 편리하다. 차와 함께 찻잎도 씹어 먹기를 원한다면 거름망은 필요 없다. 그러나 대체로 찻잎을 씹는 것은 피하고 싶을 테니 찻잎이 가라앉았을 때 조심스럽게 홀짝홀짝 마시던가 이것도 싫다면 거름망을 사용하는 게 좋겠다. 입구에 거름망이 있는 텀블러라면 찬물과 함께 차를 담아서 들고 다니면서 차를 우려내어 마시면 시원하고 좋다. 다만 거름망에 따라서 찻잎이 거름망을 막아 출수를 어렵게 만들어 불편할 수가 있다. 별도의 거름망이 달려있는 냉침 전용 용기를 사용하면 차를 마시기에 편리하다(아래 사진 참고). 독자 여러분의 여름철 찻자리 팁은 무엇인지? 소소한 팁이지만 잘 활용하셔서 차를 즐기며 시원한 여름 나시길 기원드린다.

냉침 전용 용기(위아래로 뚜껑이 있고 아래는 차 거름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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