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을 해보고자 마음먹은 것은, 주변인들의 권유가 컸다.
인공 수정의 확률이라는 것이 자연 임신과 별 다를 바가 없다고, 그래도 확률도 높아지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들을 많이 해줬다.
그럴 때마다 “그래도, 시험관은 좀 꺼려져. 그렇게까지 힘든 과정을 겪었는데 잘 안되면 좌절감도 너무 클 것 같고. 몸도 몸이지만 맘이 더 힘들 것 같아.”
라는 뉘앙스로 대답해 왔다.
그 맘 속에는 ‘나는 시험관 하기 전에 성공할 거야’의 욕심도 있었고,
더 못난 맘으로는 ‘내가 그 정도의 희생, 노력으로 가진 아이인데 육아가 힘들면 어쩌지? 혹시라도 이 결정을, 그 결과를 후회하면 어쩌지?’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스쳤다.
임신을 하자는 거지 말자는 거지?
도둑놈 심보인 거다. 결국은.
너무 아이를 갖고 싶어 졌는데 애쓰고 노력해 보기엔 그 노력의 결과가 혹시라도 나를 짓누를까 봐 겁도 나는 거다.
임신과 출산과 육아를 우연히 찾아온 선물로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달라고 조르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니 훗날 ‘네가 그렇게 원했잖아’라는 말에 숨지도 못할까 봐 벌써 미리 걱정인 거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나 자신이 너무 꼴 보기 싫고 실망스러웠다.
도대체 얼마나 최악인 거야.
이렇게 많은 부부들이 1시간에서 2시간을 가만히 대기하며 5분도 안 되는 진료를 기다리고, 또 아이를 바라는데, 똑같이 앉아있는 나는 과연 그만큼 간절한 게 맞나.
몸이 힘들고 맘이 힘들수록 내 진짜 마음을 자꾸 알아 내보려고 노력했다.
내 마음을 의심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을 만나기 싫어졌다.
설명이 잘 안 되니까.
나도 내 맘을 잘 모르겠으니까.
그렇게 과정 속에서 나는 점점 고립되어 갔다.
내가 임신 준비 중이고 난임 병원 통원 중인 걸 아는 친구들은 안타까운 맘에 기운을 주고 싶은 맘에 한 마디씩 위로를 전했는데, 가장 많은 확률로 해주는 말이 ‘마음 비우기’였다.
“5번 , 6번 해도 안되다가 그냥 포기하니까 딱 갖는 경우도 많이 봤어. 그러니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
나도 많이 들었던 말이고, 자꾸 실패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되새겨보려고 노력했던 ‘비우기’
그래서 억지로 나를 속인답시고 내 몸 들으라고 소리 내서 말해보기도 했다.
“나는 하나도 - 기대가 안 돼. 안되면 또 뭐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뭐”
라고 허세도 부려보고, 약 먹느라 혹은 괜히 안 좋을까 안 먹던 ‘여름 맥주’ (맥주를 너무 사랑하지만 여름에 먹는 맥주는 특히나 사랑해서, 내 퍼스널 컬러가 ‘맥주’라고 믿고 있을 정도다. 유독 맥주 앞에서 얼굴에 빛이 난다.)도 들이켰다.
참다 마시니까 더 맛있고 더 신이 났다.
‘그래, 나 맥주도 막 마셨어. 기대 한-나도 안 해. 진짜야!’
하다가도,
이 정도면 …… 많이 비웠지?라고 생각하며 초조해했다.
모닝페이지에 구구절절 오지도 않은 아이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미래 일기’를 쓰면 현실화된다고, 끌어당김의 법칙을 이용해 보자며,
품어본 적도 없는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엄청 노력도 하고 있고 멋진 어른이 될 준비가 되어있으니 이제 안심하고 와도 된다”라고 애걸복걸도 해봤다.
결과는 이번에도 실패.
그리고, 그와 동시에 친한 언니가 시험관을 바로 성공한 소식이 들렸다.
같이 맘고생했던 언니가 좋은 결과를 얻어서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부러웠다.
처음으로 견고하던 맘이 흔들렸다.
나도 시험관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그때 처음으로 들었고, 그 맘이 금세 결심이 되었다.
“언니, 많이 아파?”
이미 어느 정도는 맘을 먹고 언니한테 과정을 하나하나 물어가기 시작했다.
주사 횟수가 느는 것 말고는 지금 내가 하는 과정이랑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러다 보니 더 욕심이 났다. 그래, 마지막으로 하기로 한 거 그냥 시험관 해보자.
그렇게 나는 마지막 시도를, 마음 정리가 덜 된 채로 시험관 시술로 바꾸어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