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오늘은 보너스야

by 소소한빛

오늘은 보너스다


강원도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떠난 여행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산불이 났다.


연기가 밀려오고,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긴급하게 6개월 간난 아이를 안고

대피했다.


그 순간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뉴스에서만 보던 재난이

갑자기 내 현실이 되었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빠져나왔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사는 건 당연한 게 아니다”라는 말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알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나는 몇 번 더

‘죽을 것 같은 순간’을 겪었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에 몇 잔씩 마시면서도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숨이 막히고

손발이 차가워지고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급실에 갈까 고민할 정도였다.


나중에야 알았다.

공황 증상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커피를 끊었다.

술도 끊었다.


누군가는 별것 아닌 선택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돈 때문에 인생이 흔들린 적도 있다.


비트코인으로 큰돈을 잃었다.

그 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내 시간과 노동이 들어간 돈이었다.


한동안은 자책했다.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욕심을 냈을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경험이 나를 바꿔놓았다.


이후로 나는

큰돈을 벌겠다는 욕망보다

잃지 않는 삶을 원하게 되었다.


적게 벌어도

마음이 편한 삶.

잠 잘 자는 삶.

가족 얼굴 보면서 밥 먹는 삶.


지금의 나는

그게 더 부자라고 믿는다.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꾼 사건은

둘째 아이가 태어난 후였다.


생후 50일.


아이가 갑자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작은 몸에 꽂힌 관들,

삐삐 울리는 기계 소리,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내 아이.


그때 나는

아무것도 바랄 수 없었다.


성공도, 돈도, 계획도, 미래도.


그저 하나였다.


‘살아만 줘라.’


그 기도가

내 인생에서 가장 간절한 기도였다.


아이는 기적처럼 살아났다.


그날 이후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의 나는

늘 더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비교했다.


지금의 나는 다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으면


오늘은 성공한 날이다.


밥을 먹고

따뜻한 커피 대신 따뜻한 차를 마시고

해가 지는 걸 볼 수 있으면


오늘은 충분한 날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스스로에게 자주 말한다.


오늘은 보너스야.


산불 속에서도 살아남았고,

공황 속에서도 살아남았고,

아이도 살아났고,

나도 살아있다.


이 하루는

당연한 하루가 아니다.



시간이 아깝다.


미워하며 보내기엔,

불안에 잠기기엔,

남과 비교하며 보내기엔

너무 아깝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한 즐겁게 살기로 했다.


대단한 행복 말고,

작은 행복.


따뜻한 햇살,

조용한 집,

아이들 웃음,

짧은 글 한 줄.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더 이상

“언젠가 행복해질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지금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오늘을 소중히.

하루하루를 소중히.


오늘은 보너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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