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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 Apr 01. 2020

정말 힘들면 그만두면 돼.

최후의 보루는 회사를 떠나는 거야.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꾹 참아왔다. 이직은 이미 여러 번 해봤고 어느 회사든 크고 작은 문제는 있었다. 이직이 답이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또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언젠가는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면 그때는 대체 언제일까? 고민은 혼자서 끙끙 앓아봐야 소용없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도 듣고 현실적인 문제들도 생각해봐야 하니까...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하면 사람들은 뻔한 말로 만류를 한다. “어딜 가든 똑같아.” “나도 그만두고 싶지만 참고 다니는 거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최종 목표는 퇴사가 아닐까? 그래서 퇴사는 최후의 보루로 생각했었다.


나는 진짜 죽을 만큼 힘들 땐 회사를 그만두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정말 죽을 만큼 힘든 순간은 오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회사를 다니는 게 만족스럽고 고마웠던 순간이 많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회사가 만족스러웠을 때 퇴사 결심이 굳었다. 연봉은 기대 이상으로 계속 올랐고 연차도 쌓여 예상보다 빨리 중간관리자가 되었다. 책임감은 늘었지만 적당히 회사에 입맛만 맞춰주면 만족스러울 정도로 안정된 위치였다. 그런데 나는 항상 무언가 불안했다. 쫒아갈 목표가 사라진 사람처럼 지금의 위치에 안주할 수가 없었다. 돈을 많이 버는 만큼 돈에 갇혀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돈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나를 삼켜버리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마흔 살이 되면 회사를 떠나 제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또다시 퇴사를 보류하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었다.


마흔 살에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나니 회사생활이 편해졌다. 그럼 이제부터 마흔 살까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되겠구나... 뭘 하고 싶은지 찾아보기로 하고는 '퇴사학교' ‘나는 퇴근 후 사장이 된다'와 같은 퇴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책을 읽었다. 이러한 책들의 공통점은 퇴사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회사와 점점 멀어지는 것을 추천한다는 점이다. 그 방법이 제일 현명하고 똑똑한 퇴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처럼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은 회사와 멀어지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남들처럼 적당히 일하고 개인적인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찾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나는 회사 일도 잘 해내고 싶고 개인의 행복도 찾고 싶은 욕심쟁이였다.


나는 마흔 살이 되기도 전에 대책 없이 퇴사를 했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좀 더 가치 있고 행복하게 사는 삶을 선택했다. 사직서를 내고 나서 한동안 불확실한 미래가 불안했다. 남편은 돈 걱정하지 말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했고 나는 남편의 말에 기대고 싶었다. 그러자 하고 싶은 일들이 갑자기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회사를 나오기도 전에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했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벌써 새로운 도전을 두 가지나 시작했다. 유튜브나 브런치 모두 퇴사하기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은 아니지만 나만의 인생 로드맵을 만들어가는 첫 시작인 것 같다. 아직 작가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글솜씨지만 글을 쓰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정말 죽을 것처럼 힘들면 그만두면 돼.
회사를 나온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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