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날들을 쓴다

글과 삶

by 화정

일상에는 영감이 필요하다. 자극을 받고, 목표를 세우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과정에 삶의 재미가 있고 성장이 있다. 나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는 소재를 꼽으라면 크게 세 가지. 여행, 책, 그리고 사람이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낯선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책의 첫 페이지에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속에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이렇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과 조우할 때, 호기심이 발휘되고 상상력이 자극된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자극이다. 반복되는 일만 남는다면 수용하지 않으면 시간이 흘러도 제자리에 머물고 만다. 연료를 보충하는 것처럼 여행과 책,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세상을 궁금해하며 지냈으면 한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의 히스토리가 궁금해진다. 그럴 때 한 사람의 취향을 물어보는 질문을 던진다. 예컨대 지금까지 가장 좋았던 여행지가 어디였는지 물어본다. 혹시 내가 가본 곳이라면 같이 공감할 거리가 생기고, 내가 안 가본 곳이라면 호기심을 가지로 들어볼 수 있다. 그곳에서 느꼈을 감상을 함께 나누며 자연스레 한 사람의 텍스트에 다가가게 된다. 누군가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물어본다면 뭐라고 할까. 코로나 이전에 다녀온 인도를 꺼내며 고생했던 에피소드부터 꺼내볼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같은 책이라도 각자 느꼈을 포인트가 다르고, 그 사람의 언어로 재탄생된다. 이렇게 각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그만의 특색이 묻어나서 좋다.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서 글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수업 과제로 한 페이지 이상 자신을 소개해 보기도 했다. 흔히 첫인사로 주고받는 이름, 나이, 직업도 필수 공개 사항은 아니어서 닉네임으로 인사를 건네고 나머지는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소재를 하나 골라야 한다. 가장 간단한 프로필을 제외하고 무엇으로 나라는 사람을 소개할 수 있을까, 모두 한주 동안 고민을 거쳐 글을 쏟아냈다.


행복한 신혼생활을 하는 분은 인생의 사랑을 만난 러브스토리를 공개했고, 긍정을 모토로 살아가는 청년은 자신만의 감사기도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작가를 지망하는 분은 평소 일상을 소설처럼 풀어내었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업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하나하나가 단편 소설을 보낸 듯했다. 그냥 일반적으로 주부, 대학생, 직장인이라고 말했다면 상상할 수 없을 다양한 삶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에세이로 소개를 하면 한 사람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어떤 과거를 통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앞으로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엮어진다.


그 후로 매주 글을 올려서 공유했다. 나를 포함해 우리들의 글은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에서 떠오르는 단상과 같은 소재들도 있었다. 유려하고 멋들어진 문장은 아니었지만 언젠가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것 같기도 했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있었다.


평범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도 있다는 걸 함께 쓰면서 알게 되었다. 흡입력 있는 글은 진솔함 그 자체였다. 써 본 사람은 안다. 어떻게든 꾸미려고 해 봐도 글에는 고스란히 작가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걸. 그리고 자연스러운 내 이야기가 제일 특별하다. 같은 상황이라도 각자의 필터를 거치면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되니 꾸미지 않고 그냥 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인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말을 기억하며, 오늘의 삶에서 떠오르는 것을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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