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뭐 하세요?
라는 질문에 글을 쓴다고 답하는 사람은 잘 없다. 보통 퇴근 후의 일상은 운동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게 좋기도 하다. 온종일 일터에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고 나면 휴식과 충전이 필요하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서 TV 속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 만큼 달콤한 게 없다. 하루동안 받아들이는 정보가 워낙 많다보니 말 그대로 멍-하니 있으면서 생각을 차단하는 노력도 분명 필요하다.
그럼에도 개인 시간에는 다양한 취미를 시도하는 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동적인 휴식도 좋지만, 자연스레 집중하고 재미를 유발하는 능동적인 휴식을 선호한다. 어떤 일은 체력이 소진되지만, 어떤 일은 하면 할 수록 에너지가 차 오른다. 분명 누구에게나 한 가지씩은 그런 활동이 있다. 피곤하지만 꼭 요리는 직접 하거나, 먼 길이라도 맛집을 찾아가거나, 주기적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등등 소소하지만 자주하게 되는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그 안에 내가 놀이처럼 여기는 요소를 찾을 수 있다.
건강한 일상을 위해서 일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6시 정각에 칼퇴를 한다고 해서 밸런스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없었다. 무엇이 되었든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라도 사부작사부작 하게 되는 일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꾸준히 하게 되는 활동이 있다. 내적으로 만족감을 주고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꾸준히 하는 동안 일상의 활력소가 되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었다. 내가 추구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일상을 좋아하는 일들로 채워나가는 것이었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놀이처럼 하는 일은, 조용한 곳에서 끄적이는 것이다. 여유 시간이 있으면 노트북과 책, 노트를 집어들고 늘상 가는 카페에 들른다.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 구절을 필사하고, 뭐라고 끄적이면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마음에 평온을 가져온다.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종종 고개를 들어 경치도 감상하면서 머릿속의 공상을 펼쳐놓는 일은 내향인 성향에도 잘 맞는다. 한 문장씩 글로 쓰는 것에 집중하다보면 온 몸의 세포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렇게 몰입하는 시간을 보낸 후 하루를 마무리할 때 살아있다는 기분이 든다.
글은 하나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모든 콘텐츠의 바탕이기에 어떤 형태로든 발전할 수 있다. 소박하게 혼자서 글을 쓰는 취미를 이어나가다 보니 브런치의 작가로, 또 팟캐스트로 이어졌다.온라인 채널은 아카이브이자 나의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는 저장고가 되었다. 타이틀이 적힌 명함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소통할 수 있는 점이 꾸준한 동기가 되었다. 한 명의 구독자, 한 개의 공감이 쌓이는 것을 보며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나만의 이야기가 쌓인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 글쓰기가 아닐까 한다. 무언가 자신만의 것을 만들고 싶다면 글을 써서 공유해보라고 권유하게 된다. 누구나 고유한 이야기가 있고, 사소한 것일 지라도 그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꾸준히 쓰고 공유하면서 내 글이 향상되기도 한다. 이른바 콘텐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글을 쓰는 취미는 남는 게 많은 장사이다.
그럼에도 쉽사리 써 봐야지 하는 생각이 쉽게 들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쓰기는 노동에 가깝다. 겉으로 보기엔 가만히 앉아 모니터만 들여다보는 것 같지만 머릿속으로는 엄청난 사투를 벌인다. 평소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엔 익숙하지만 내 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십장을 보고서는 많이 써 봤어도 나만의 글을 쓰는 일은 좀처럼 해볼 기회가 없는 게 현실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만의 이야기를 꺼내 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그런 기회를 주는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 살아가는 것은 결국 세상에 나의 이야기 혹은 메시지를 남기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까.
생각을 잘 정돈된 형태의 문장으로 꺼내려면 연습이 필요했다. 특히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초안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지곤 한다. 세련된 문장들과 비교하면 내가 쓴 초안은 못마땅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규칙적인 습관이 아닐까 한다.글 쓰기는 쓰기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임에서 일주일에 하나, 혹은 두 개의 글을 공유하며 가장 글이 늘었던 경험이 있다. 모임에서는 평가는 없었다. 매주마다 같은 주제에 따라 각자의 글을 써서 제출하면 되었다. 같은 주제이지만 사람마다 다양한 글을 보면서 자극도 되고, 그 사람만의 장점과 특징을 짚어주는 긍정의 피드백을 나누었다. '마감'을 정해두고 어떻게든 하나의 글이 완성되었다. 퇴고라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다듬어나가며 한 편의 글을 쓰는데 조금씩 친숙해졌다.
누구나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가 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꼽자면 건강이다.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이후 줄곧 어떻게 일상을 건강하게 영위할 수 있을지 질문은 던져왔다. 그동안 여러 가지를 관찰하며 건강한 라이프의 핵심은 균형이 아닐까 생각했다. 몸과 마음, 생산과 소비, 그리고 감정이라는 영역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고, 소비하는 만큼 생산하고, 하나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이 나에게는 쓰는 활동이었다. 처음에는 일기로 기록하던 일상을 조금씩 온라인으로 풀어내고 있는 중이다.
취미로 쓰는 글은 무엇보다 나를 위한 일이다. 그렇기에 마음의 부담을 덜고 쓰기로 마음먹을 수 있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완벽하고 정해진 순간은 거의 오지 않을테니까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쓰면서 지금의 삶을 기록하고 정리한다. 몸을 스트레칭하듯 마음을 정리하고 근육을 키우고 싶다면 온라인에 자신만의 채널을 열고 꾸준히 써보면 어떨까. 내 삶의 재료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채울 수 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나를 위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