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 스트레칭

by 화정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를 하며 수시로 몸 상태를 체크한다.

체중계보다 정확한 눈바디로 체중이 늘어나 보이지는 않는지 살피는데, 거울 앞에 서면 자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고개를 들어야 하는데 신경 쓰지 않으면 등을 구부리고 거북목이 되었다. 매일 책상에 앉아있는 자세가 굳어지는 것 같았다.


처음 요가 수업을 들었던 날, 생각보다 더 굳어있는 몸을 보며 살짝 충격을 받았다. 깊은 호흡과 함께 근육을 이완해야 하는데 긴장으로 굳어져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루 내 8시간 이상을 의자 앉아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자세가 틀어지면 통증도 생기고 군살이 붙는다. 몸 상태는 생활습관을 그대로 반영하기에 운동량도 늘리고, 치료를 받는다 생각하고 몇 달을 다녀보기로 마음먹었다.


첫 달에는 수업이 끝나면 온몸이 아팠다. 아직 동작이 어설퍼서 그런지 개운함보다는 통증에 가까웠다. 그래도 일주일에 두, 세 번씩 다니며 수련을 이어갔다. 꾸준하게 하다 보니 몸을 쓰는 범위도 넓어지고 제법 요가하는 태가 났다. 무엇보다 한껏 땀 흘리며 온몸을 스트레칭하면 그날에 쌓인 긴장이 풀리며 개운했다.


"아픈 부위에 정신을 집중해 봅니다."


처음에 의아했던 점은 요가원에는 거울이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동작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시각이 아니라 감각이다. 의식을 집중해서 특별히 더 아픈 부위를 알아차리고, 깊은 호흡과 함께 그 부분에 더 신경 써서 근육을 이완해준다. 감각은 시각보다 더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요가를 명상이라 하는 이유는 이렇게 매 순간에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한껏 몸을 풀고 나면 그날은 개운하게 잠자리에 든다. 땀과 함께 그날의 긴장이 빠져나간 듯하다.

운동의 장점은 땀과 함께 정신의 긴장도 해소해준다. 그날의 스트레스는 그날 푸는 게 가장 좋다. 밀린 숙제를 하듯 일주일, 혹은 한 달에 몰아서 하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하는 힘이 크다. 시간이 빠듯해 수업을 가지 않는 날에는 집에서 TV를 보면서 5분이라도 홈 스트레칭을 하려는 이유이다.


요가를 하듯이 마음도 스트레칭할 수 없을까.

운동이 몸을 가볍게 해 준다면, 글쓰기는 마음의 긴장을 덜어주는 일이다. 여러 사람들 속에서 이리저리 바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수십 가지의 감정이 지나간다. 퇴근 후에도 업무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기도 하고, 해결하지 못한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도 하다. 컴퓨터를 끄듯이 그날의 생각도 그만 접어두고 싶지만 상념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날에는 괜히 몸까지 더 피곤해진다.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해 쓴다. 어디 더 아픈 부위는 없는지 들여다보고, 호흡을 깊이 들이마시며 감정을 쏟아놓을 수 있다. 내 생각이 머물러 있는 그 지점이 바로 그날 풀어줘야 할 부분이다. 유난히 신경 쓰이는 일이 있다면 손으로 쓰면서 털어낸다. 빈 노트에 거침없이 쏟아내고 나면 한 발짝 떨어져 상황을 살펴보는 여유가 생긴다. 글로 정리된 마음을 읽고 있으면 여유가 생긴다. 혹은 가까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조언을 건넬 수도 있다. 이런 파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성장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글을 쓰는 순간 나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우리가 위로를 받는 순간은 별다를 게 없다.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한 사람만 있어도 마음이 풀리는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그렇게 위로를 받는 기분이다. 온전히 나를 투영할 수 있는 백지를 마주하고 어떤 이야기든 편하게 꺼내본다. 짧은 일기도 좋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것이 기억에 남는지, 나의 마음은 어땠는지 솔직한 나와 마주해 본다.


매일 청소를 하듯 나를 돌보는 습관은 중요하다. 몸도, 마음도,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리기 전에 스트레칭을 해 주어야 한다. 말랑말랑한 마음일 때 나와 타인에게 여유가 생기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운동만큼이나 쓰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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