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는 힘이 실력이다

삶의 태도

by 화정

'노인은 지난 84일 동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노인과 바다>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본 소설은 생각거리를 던저주었다. 석 달이 되도록 물고기 한 마리를 못 잡았다는 것도, 그럼에도 다시 배를 타러 나간다는 것도 놀라웠다. 바다에서 고기를 낚는 어부는 줄곧 허탕을 쳤음에도 다음날이 되었을 때 고민 없이 바다로 나갈 채비를 한다. 아침을 먹고, 미끼를 준비하고, 낚싯대를 챙긴다. 지난 몇 달간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는 사실은 핑계가 되지 않았다.


노인은 자신이 '어부'이기 때문에 집을 나선다고 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시간낭비처럼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이 노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바다로 나가 있는 시간은 허튼 짓이 아니었다. 그 시간들이 쌓여 자기 몸집보다 큰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기술을 익혔고, 어부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해 주었다. 형형한 눈빛으로 1박 2일동안 바닷속 상대와 사투를 벌인 노인은 결국 승리를 거두었다. 비록 상어떼의 습격으로 남은 고기는 없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어.'


노인이 배 위에서 되뇌인 말처럼, 중요한 것은 패배에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다. 어제의 결과와 상관없이 오늘도 배를 타고 먼바다까지 나가는 꾸준함. 한 사람을 비범하게 만드는 비결은 매일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달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자신 또한 <노인과 바다로>로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는 내리막길도 걸었지만 끝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작가로서 자신을 믿으며 계속 소설을 썼다.


매일 바다에 나가는 노인의 우직함을 닮고 싶다. 새로운 습관이 익숙해지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금방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중간에 그만두기 쉽다. 특히 운동이 그렇다. 하루이틀해서는 변화가 거의 없고, 삼개월쯤 지나야 자세도 잡히고 근력도 생기는데 그때까지 지속하기가 어렵다.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어려운 과정이다.


글쓰기도 그렇다. 따닥따닥 자판을 두드릴 때마다 조금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초고는 하고싶은 얘기를 털어놓느라 급급했다면 다음 단계는 세세하게 문장을 다듬으며 여러번의 퇴고를 거쳐야 한다. 구상하고, 퇴고하고, 문장을 고치는 과정은 시간투자가 필요하다. 단어와 문장도 살펴보고, 문장과 전체 맥락이 어울리지 않으면 다시 쓰기도 하면서. 하루만에 뚝딱 완성되는 글은 거의 없다. 그래서 글쓰기라는 바다를 마주할 때마다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는 것처럼 설레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다. 프로 작가들도 슬럼프를 겪기도 한다는데,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 또한 심플하다. 그냥 매일 정해진 일정에 책상에 앉아 쓰는 것이다.


작가들은 대게 비슷한 조언을 남겼다. '영감이 찾아오지 않아도,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진실로 하고 싶은 문장을 써라.'

모든 일에는 재능이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그런 재능을 꽃피우는 것도 연습과 훈련의 결과이다. 결국 매일 하는 사람이 언젠가는 승리를 얻게 되지 않을까. 어떤 날은 패배하는 날도 있겠지만, 시간의 벽돌을 쌓으며 우리는 스스로가 정한 모습이 되어간다. 바다를 읽을 줄 아는 눈과 낚싯대를 다룰 힘을 가진 노인처럼, 어부는 어부의 일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헤밍웨이도 400번 넘게 고쳐쓰며 소설을 완성했듯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매일 연습이라 생각하고 도전해보는 태도가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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