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환경이 중요하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로 한 날에는 편한 느낌이 드는 공간을 떠올려 본다. 이를테면 잔잔한 음악과 커피 향, 따뜻한 조명이 있는 안락한 장소라면 뭐라도 끄적이고 싶다. 공부하기 전에 책상을 정리하듯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집 근처의 단골 카페가 있다.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커피 한 잔을 두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글 한편이 써질 것 같은 기분이다. 주말이면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섞인 카페의 구석자리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몇 줄 썼다가, 잠깐 고개를 들어 바깥 풍경도 보면서, 그렇게 썼다가 쉬었다를 반복한다. 이렇게 마음을 풀어놓는 여유에서 새로운 생각이 삐져나온다.
쓰기를 시작할 때 필요한 도구가 몇 가지 있다. 첫째는 고독이다. 혼자가 되어야 뭐라도 쓴다. 그래서 쓰기를 주저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외로움과 고독은 피하고 싶은 단어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아무것도 안 하고 유튜브를 보는 휴식도 좋지만 조금 귀찮아도 글 하나를 쓰면 나만의 스토리 아카이빙이 된다. 앞으로도 많은 날을 혼자 보내게 될 텐데 글쓰기를 취미로 삼는 일은 남는 장사가 아닐까 한다. 지금은 많이 부족해도 꾸준히 쓰다 보면 느려도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첫 줄을 시작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쌓이는 일이 있다는 것은 삶에 지치지 않을 수 있는 구명조끼와 같다.
두 번째는 일상을 관찰하는 습관이다. 처음엔 특별한 소재나 경험에 대해서만 쓰려고 했지만, 나 또한 독자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선호한다는 걸 알고는 욕심부리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한 오늘 가운데 나를 움직이고, 노력하게 하고, 화나게 하고, 즐겁게 하는 것들을 꺼내놓는다.
마지막은 솔직함이다. 무언가를 쓰고자 한다면 정말 하고 싶은 딱 한 문장을 쓴다. 거기서 모든 것이 시작한다. 한 줄의 문장에서 살을 붙이며 뜨개질을 하듯이 문장을 이어나간다. 어설픈 초안은 언제든 퇴고할 수 있다는 걸 떠올리면 첫 문장을 쓰는 마음이 훨씬 편하다.
인간은 창조적인 존재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 때 재미를 느낀다. 해변가에서 모래성을 쌓고, 블록을 지었다 무너뜨리고, 도화지에 낙서를 하는 일은 어쩌면 어린이보다 어른에게 더 필요한 놀이가 아닐까 싶다. 해야할 일에 둘러쌓인 일상에서 창조적인 놀이가 마음의 해방감을 준다.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시간이 귀하다.
휴식 그 이상이 필요할 때,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에너지를 얻는다. 글쓰기처럼 혼자하는 취미도 나쁘지 않다. '만약 아무 약속이 없는 긴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아무 약속도 없는 휴일이면 나는 근처 카페에서 낙서를 끄적이며 공상에 빠질 것이다.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고 휴식과 여유를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독일어로 슈필라움이라고 한다. 일 년에 한두 번 떠나는 휴양지가 아니라 일상에서 나만의 놀이 공간을 늘려가는 게 목표다. 느린 템포로 걷듯이 천천히 문장을 쓰는 과정이 내 마음의 속도와 잘 맞는다. 주말에 하루는 밖으로 나와 편한 소파가 있는 카페에서 별일 없는 일상을 기록하며 한 주를 마무리한다. 편한 마음으로 매주 발걸음을 했던 곳들이 나의 슈필라움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