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해주고 있는 것들.
어느 병원이든 그렇듯이 이곳도 진료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서운하고 화가 났다. 나는 흔한 감기 환자가 아니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병을 가지고 있는데 대충 이곳저곳을 보고 간단하게 끝날 일인가 싶었다.
“최대한 빨리 수술 날짜를 잡죠.”
라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간호사와 함께 상담실로 이동했다.
“수술비가 많이 나와요. 그렇지만 걱정하실 필요가 없는 게 산정 특례라는 것이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예요. 본인부담금이 많이 줄어들어요.”
국가에서 지원해준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곧바로 신청서를 작성했고 수술 날짜도 제일 이른 날짜로 잡았다.
이후에 허리 통증이 있어서 가까운 병원을 찾았던 날이 있다. 분명 좋지 않은 자세 때문이겠지? 아니면 구두를 오래 신어서 그런가? 생각했다.
모니터 화면을 유심히 보던 의사가 내게 물었다.
“혹시 산정 특례 혜택 받으신 게 있는데 여쭤봐도 될까요?”
“네?”
“아니, 이런 거는 다 표시되거든요. 혹시 지금 아픈 이유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해서 여쭤봤어요.”
한 대 두들겨 맞은 것처럼 정신이 멍해졌다.
‘아…. 이게 나타나는구나’ 숨길 이유가 없었다.
아니, 숨길 수 없었다.
이런 병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고, 의사는 들어만 봤지 실제로는 처음 보는 듯했다.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괜히 내 모습이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숨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말하지 않으면 숨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병원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았다.
그럼 그동안 다른 병원에선 알면서도 묻지 않았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