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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Nov 15. 2019

괜히 핑계 삼고 싶은 걸지도

사실 물이 더 무서운데 말이지.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주 어린 시절 학교에서 단체로 간 이후에는 한 번도 수영장을 가본 적이 없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기억도 있고, 피부질환 때문일 수도 있을 터인데. 아마도 워터 파크 내에서 모든 사람이 내 피부를 보고 비난하고, 전염병이라고 할 거라고 각종 SNS에 공유될 거로 생각했던 거다.


여름만 되면 친구들이 수영장을 가자고 했고 그때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 바빴다. 예쁜 수영복을 입은 친구들 사이에서 어딘가 모르게 둔탁해 보이는 원피스 수영복을 입기가 창피했다. 그땐 그랬다.


어느 순간 래쉬 가드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SNS에서도 유명 셀럽들이 래쉬가드를 입은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이거야! 나도 수영장에 갈 수 있어!’

아니. 나는 가지 않았다. 언제 구매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비키니와 래쉬 가드가 서랍 한구석에 늘 있었고, 매년 옷 정리를 할 때마다 ‘올해는 입을까? ‘하면서 아예 꺼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한 건 목욕탕은 참 잘도 다녔다. 그날도 엄마랑 뽀득뽀득 씻고 나와 사물함에 가는 길이었다. 다 씻고 나온 나를 본 한 아주머니가 나를 유심히 보더니, 목각인형처럼 내 팔을 들어 보이기도 하면서 피부병 아니냐면서 엄마를 당장 불러오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의 기억은 이미 사라지고 없지만, 이후 다른 목욕탕에 다녔던 것 같다.


똑같이 사람이 모인 곳인데. 아직도 나는 왜 그렇게 수영장만큼은 피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물이 무서운 이유가 더 큰데 이 질환 때문이라고 포장하고 싶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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