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다. 최근 수 년간 소위 ‘직장갑질’로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 이슈로 주목 받으면서 직장 구성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근로기준법 등을 개정한 것이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73.3%가 직장 내에서 괴롭힘 피해를 경험했고, 이직자의 48.1%가 괴롭힘을 이직 사유로 꼽았다. 법률에서 정한 괴롭힘의 정도는 아니더라도 업무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 역시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이런 괴롭힘이나 무례함을 행하는 이들을 일컬어 조직에 해악을 끼치는 독성(toxic) 리더/직원이라 부른다.
이들은 욕설·폭언·험담하기, 경멸·무시·조롱·공개적 망신주기, 정보와 업무에서 배제시킴, 모임에서 따돌림, 사생활에 대한 간섭·무시, 사적 심부름, 차별하기 등 다양한 행태로 구성원들의 근무의욕과 몰입을 저해한다.
특히 독성 행동은 상급자의 그런 행동을 따라서 자신의 하급자에게 되풀이 하는 낙수효과가 발생하고, 조직 내에 확산되는 전염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검증되었다. 따라서 독성 리더/직원을 조직에 그대로 방치하면 조직 전체의 문화로 번져갈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차원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가 있다.
괴롭힘과 무례함의 행태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존중”의 조직문화이다. 존중이란 타인을 소중하고 귀한 존재로 대우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타인을 함부로 대하고, 하찮게 여기는 행동을 할 때 그것이 괴롭힘이 되고, 무례함이 된다. 즉 괴롭힘과 무례함은 존중의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들인 것이다.
글로벌컨설팅기업 머서(Mercer)가 영국, 미국, 일본, 중국 등 전세계 수천 명의 직장인들을 조사한 결과 “직장에서 일하고 싶은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것”의 첫 번째가 바로 ‘존중(Respect)’이었다. 존중 받으면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는 느낌을 갖게 된다. 구성원몰입 분야의 권위자인 폴 마르시아노 박사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존중 받는다고 느낄 때 조직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한다고 강조한다.
존중에 대해 연구하는 크리스티 로저스 교수에 따르면 직장에서의 존중이란 두 가지 개념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당위적 존중(owed respect)로 보편적 인권에 입각해 예의를 갖추고, 구성원이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소중하게 대하는 것으로 최고경영진에서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들 간에 동등하게 적용된다.
또 하나는 획득적 존중(earned respect)으로 조직이 지향하는 행동을 하거나 성과를 냈을 때 그 가치를 공정하고, 가치롭게 인정하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는 이 두 가지의 존중이 균형을 이룰 때 협업과 성취의 동기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자율과 창의, 협업과 민첩함을 요구한다.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로는 적응이 불가능하다. 구성원 개개인의 개성과 가치를 손상시키는 직장 내 괴롭힘은 창조적 역량발휘를 저해하고, 신뢰에 기반한 협력을 훼손해 결국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밖에 없다.
반면 “존중”의 조직문화는 직장 내 괴롭힘을 자연스럽게 근절시킬 뿐만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됨이 없이 아이디어와 열정을 펼치고, 가치 있는 업무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해 준다. 회사라는 곳도 들여다 보면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모여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모든 해답은 기본에 있다. 인류의 기본적 가치인 사람에 대한 “존중”은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제공하는 가장 혁신적인 솔루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