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광동 음식을 알아?
나는 광동식 중식을 좋아한다.
내가 기억하는 한 짜장면보다 딤섬을 더 먼저 먹기 시작했고 어릴 적 입맛은 아직도 나를 지배한다. 그렇다고 한국식 중식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중식은 대체적으로 다 맛있다. 땅덩어리도 넓고 전 세계에 중국인들이 퍼져 있다 보니 중식은 각자의 지역에서 다양한 맛으로 발전해왔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한국식 중식이 한 85%, 나머지는 마라탕, 양꼬치 등 내륙지방 음식 그리고 극히 일부에서 미국식 중식과 정통 중식(그것도 정통이라 할 수 없는 게 짜장면을 팔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광동식 중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재료 맛을 가장 잘 살린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기 때문이다. 딤섬도 마찬가지다. 중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만두가 존재하지만 광동식 딤섬이 나를 놀라게 하는 재료가 들어있지 않고 입맛에 젤 잘 맞는다. 같은 이유로 광동식 중식 다음으로 좋아하는 중식은 미국식이다. 광동식보다 조금 더 자극적인 소스를 사용하는 요리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깔끔하다. 죄다 볶아대는 요리인데 왜 자꾸 깔끔하다고 하냐면 짜장면과 짬뽕을 먹고 난 후의 소화불량이 없기 때문이다. “비교적” 덜 느끼하다는 것이다.
여하튼, 광동식 중식은 주로 홍콩식인데 홍콩중식 맛집은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었다. 완탕면과 초이삼 볶음을 팔던 청키면가가 몇 년 전 몇 군데 생겼다가 지금은 광화문이랑 여의도 정도에만 남은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이 홍콩 식당이라고 알고 있는 크리스탈 제이드는 싱가포르식 중식집이다. 청키면가는 완탕면이 원래 저렴한 길거리 음식 같은 건데 한국에 들어오면서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고 꼬들꼬들한 에그누들에 밍밍 찝찔한 국물은 호불호가 좀 있는 것 같다. 내 주변에서 어릴 적부터 먹어오던 사람 아니고서는 청키면가에 또 가자고 하는 지인이 하나도 없었다.
팀호완
작년 초인가 홍콩에서 미슐랭 원스타를 받은 딤섬집 ‘팀호완’이 한국 진출을 했다. 홍콩에서 파는 그 메뉴, 그 맛 그대로 가지고 들어왔고 그 맛을 그리워하던 이들이 여전히 많이 찾고 있다. 삼성동 봉은사 쪽에 생긴 1호점에 이어 용산 아이파크몰에 2호 점도 문을 열었다. 두 지점 모두 아직도 웨이팅이 꽤 있다고 한다. (잠실에 3호 점도 생김) 맛은 홍콩에서 먹던 그 맛이다. 그리고 다른 딤섬집보다 저렴하다 (팀호완은 홍콩에서도 저렴한 딤섬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상추 데침이 있어 매우 반가웠다 (양상추를 살짝 데쳐 굴소스를 뿌려먹는 요리). 근데 평소 간을 좀 세게 먹거나 한국식 만두 맛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은 맛이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매우 좋아한다.
티엔미미
팀호완 말고도 홍콩 딤섬 맛집이 또 생겼다. 서촌에 정지선 셰프가 문을 연 ‘티엔미미’. 셰프님이 첨밀밀 영화를 좋아하셨는지 가게 이름도 첨밀밀 = 티엔미미, 가게 안에서도 첨밀밀 영화가 계속 루핑 되어 나온다. 딤섬과 요리들이 완전 홍콩식은 아니지만 홍콩식에 거의 가깝고 한국에서는 파는 곳을 본 적이 없는 토마토 국수도 판다. 토마토 국수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대체 무슨 맛인지 상상이 안 가겠지만 이게 별미다. 홍콩에서는 차찬탱(한국으로 치면 분식집 정도라고 해야 하나, 간식이나 조식을 먹으러 가는 곳이다)에서 라면을 토마토 국물에 넣어서 주는데 달달한 토스트와 먹으면 참 맛있다. ‘티엔미미’로 돌아와서 이 집은 요리들도 전반적으로 다 맛있고 특유의 향신료 때문에 중국음식을 싫어하는 분이라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가지 튀김이 특히 맛있다. 서촌에는 예쁜 한옥을 앞세운 ‘인스타그래머블’한 식당과 카페가 많다. 이런 고수가 운영하는 맛집이 반갑다.
꺼거
첨밀밀에 이어 여기는 ‘꺼거’, 형님이다. ‘꺼거’는 가장 최근에 생긴 홍콩식 중국식당으로 요즘 핫플인 용리단길에 생겼다. 저녁에 더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는데 점심에만 가서 몇 가지만 맛보았다. 이 곳은 홍콩식 탕수육을 판다. 보통 꿔바로우를 홍콩식 탕수육으로 많이 알고들 있는데 아니다. 꿔바로우는 중국의 많은 지역에서 먹는 감자전분을 입혀 튀긴 고기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얹혀 먹는 요리다. 홍콩식은 소스가 유난히 시고 달달한데 이 집도 신맛이 강하다. 홍콩에서 먹는 맛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집에서 맛볼 수 있는 꿔바로우 맛과 달라 별미다. 볶음밥도 매우 맛있었는데 같이 결 들일 수 있는 공심채나 초이삼 볶음 같은 게 같이 있음 더 좋을 것 같다. 이 집에도 토마토 국수가 있는데 ‘티엔미미’랑은 느낌이 다르다. 좀 더 차찬탱 느낌이 강한 맛이다. 나는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저녁이 더 궁금해지는 곳이다.
다양한 중식당, 특히 광동식 중식당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 반갑다. 그러나 아직 아쉽다. 요리 여러 개 시켜서 볶음밥이나 볶음면이랑 먹을 수 있는 식당과 얌차(브런치로 먹는 딤섬) 집도 생기면 좋겠다. 홍콩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