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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Aug 12. 2019

일상의 조각 06

행복 = 해방


 며칠 전 처음으로 혼자서 여행 같은 출장을 다녀왔다. 2박 3일을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혼자 보낸 건 내 평생 처음이었다. 해운대 바다를 보고 싶어서 숙소를 해수욕장 바로 앞 호텔로 예약했다.

 일을 마치고 나서, 나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바닷가를 산책하며 사람들을 구경했다. 파도가 코앞까지 오는 곳에 앉아 바다를 한 참 바라봤다. 막 휴가철에 접어든 시기여서 그런지 시끌벅적하고 즐거운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많았다.
 간단하게 먹을 음식과 맥주를 사서 호텔에 돌아왔다. 가장 먼저 씻고, 세탁이 필요한 옷은 세탁을 했다. 수제비누와 휴대용 빨래판을 챙겨 온 걸 정말 잘했다 싶었다.
 휴대폰은 잠시 내려놓았다. 그동안 못 봤던 밀린 드라마를 아이패드 화면에 띄워 놓고 식사를 하면서 맥주 한 잔을 했다. 간만에 마셔서인지 취기가 얕고 기분 좋게 올라왔다. 얼굴에 시트팩을 붙이고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내일 할 일들도 머릿속에 정리해보았다. 오랜만에 조용히 읽고 싶은 책을 읽었다. 졸음이 쏟아졌다. 복도에 울리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도 기울여보고 내가 있는 공간에 집중했다.
일찍 잠이 들어서인지, 혼자만의 공간에서 푹 잤기 때문인지 평소답지 않게 새벽 5시 반에 깼다.
집에서는 가족들의 소리에 깰 듯 말 듯 잠을 자다 느지막이 힘들게 눈을 뜨곤 했는데..
맑은 정신으로 기분 좋게 잠에 깨서 7시 반 조식 시간까지 외출 준비를 하고 책을 읽었다.

 가족들도, 애인도 없는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곳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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