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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월차선 Mar 22. 2024

학원과의 전쟁

"ㅇㅇ씨 아이가 몇 명이야?'

직장 동료가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물어본다.

"초등학생 아들 하나인데요 왜 그러세요~?"

"아 아이 한 명이야? 그래 잘했어 한 명 키우는 게 나아"

"아이 몇 명이세요?"

"나? 둘 있지"

아이가 둘이 있는데 하나인 나를 왜 부러워할까? 더욱 궁금해서 물어본다.

"둘이면 서로 의지도 잘해서 신경 덜 쓰셔도 되는 거 아니에요~?"


동료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애가 둘이면 학원비가 엄청나. 돈 버는 족족 학원에 다 갖다 줘서 돈이 안 모여"

경제적인 부담이겠거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것이 학원비라고 콕 집어서 말할 거라 생각하진 못했다.

"학원비 많이 나가나요?"

"그럼 어떨 때는 생활비까지 해서 마이너스가 나는 달이 많아서 적자야"

아이 둘에 대한 학원비가 무척 궁금했지만 더 물어보지 않았다.


나는 비록 아이가 한 명이지만 그래도 학원비가 적지 않다.

아직은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공부에 대한 부담은 덜 하다.

하지만 축구나 태권도 등의 운동을 포함해서 피아노, 미술 등 예체능으로 안 다녀본 학원이 없을 정도다.

다행인 건지 그런 분야에 흥미도 재능도 없어 보여 지금은 많이 그만두었다.

하지만 학업 필수라고 불리는 수학과 영어 학원을 다니고 있다.

수학학원은 학교에서 1,2년 뒤에 배울 내용을 선행 학습한다.

영어학원은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시킬 정도다(학교에서는 이제 알파벳을 배운다고 한다)

이런 필수 학원들과 예체능학원 몇 개만 다니는 학원비만 한 달에 백만 원에 육박한다.

큰돈이지만 주위 사람들에 비하면 많은 금액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기축구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의 경우는 작년에 아이가 고3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어느 대학교로 갔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재수학원을 끊었다고 한다.

고 4라고도 불리는 재수생은 직장인보다 일찍 일어나 재수학원에 간다.

그리고 저녁에 집으로 와서 밤늦게까지 또 공부를 한다.

돌아오는 수능 때까지 재수학원에 내야 할 돈은 중형차 한 대 값보다 더 나간다고 한다.

게다가 고3이 있으면 가족들도 아이 생활패턴에 맞춰야 해서 수험생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재수를 하게 되면 그 생활이 1년 더 연장이 되어 정말 눈앞이 캄캄하다고 한다.

그것을 '징역 10개월에 벌금 5천만 원'을 선고받은 느낌이라고 비유를 하는 지인의 말에 듣는 나도 갑갑했다.

더욱 힘든 것은 이제 고등학생이 되는 둘째가 있어 몇 번을 더 반복할지 모른다.

출처 : 픽사베이

물론 대부분이 다 이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내 주변에는 위와 유사한 상황의 지인들이 많았다.

자연스레 '답답한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라고 느끼게 된다.


우리의 노후도 보장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자식에게 쏟아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은 의대나 법대 같은 곳으로 진학하여 전문직이 되기 위해 또는 대기업 같은 고소득 직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 만약 그것이 아닌 다른 일을 하더라도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기회'를 얻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이상적인 곳은 공급이 한정되어 있고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상상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하기에 그 과정이 매우 험난하다.

100명이 도전했을 때 실제로 성공하는 비율을 5%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낮은 확률에 도전하기 위해 수천만 원 또는 수억 원의 교육비를 쏟아붓는 것은 리스크가 매우 높다.

인생의 성공이 공부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사업가들 또는 예술인, 운동선수 등 다양한 직업을 보며 알 수 있다.


무슨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만 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그리고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적성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원하는 적성을 찾게 도와주고 싶다.

자식의 공부 수준이 부모의 명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에 대한 명쾌한 해법은 없다. 아니면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아이 적성도 모르면서 남들 다닌다는 학원에 돈을 쏟아붓는 것이 과연 맞는지에 대한 의심은 계속된다.

물론 그렇다고 학원들을 모두 끊고 공부를 안 시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우선은 남들 다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생긴다. 

그리고 '공부를 안 시켰다가 나중에 부모를 원망하면 어떡하지'라는 막연한 걱정도 된다.


자식이 독립해서 사회에 나가기 전까지 이런 고민들이 있을 것 같다.

그런 고민들의 답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 내부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있다.

그래서 긴 시간을 가지고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하고 같이 고민하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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