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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Jul 25. 2023

입사, 퇴사 그리고 푸른 도복의 검도 입문자

나의 호구일지 7편

본의 아니게 갓생러, 실은 검태기

검도를 시작하고 이제 두 달을 꽉 채운 시점, 그 사이 2번의 퇴사와 2번의 입사를 거쳤다.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에 새로운 무언가에 배우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란…, 숨 가쁜 일이었다. 다만 첫 만남에 나누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사적인 듯 사적이지 않은 대화 주제가 하나 생긴 것은 다행이었다. 평일엔 검도, 주말엔 밭일(주말농장)을 하는 ‘갓생러’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집과 회사, 검도장을 오가는 단순한 일상을 보내며 검도에 푹 빠져 지냈다. ‘검태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그 사연을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요약하자면 검도장도 하나의 사회라는 것. 약 2달간 일주일에 4번씩 1회 방문 때마다 1시간 이상 시간을 보낸 곳이니, 그만큼 정이 들었을 터. 그 마음의 크기만큼 슬펐다. 활짝 열렸던 마음이 약간 닫히긴 했으나, 이대로 그만두긴 아쉬우니 더 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유감스럽지만 유급입니다만,

마음의 불꽃이 사그라들거나 말거나(오그라들게 쓰고 싶었음), 승급심사 날이 다가왔다. 이미 낸 심사비를 환불받기도 애매하고 일단 심사는 보기로 한다. 도장 오픈 후 성인반 첫 심사여서인지, 심사 대상자보다 관계자가 더 많이 모인 것 같은 기분. 평상시보다 일찍 도장에 도착해 연습을 시작했는데 왠지 민망했다. 수월하게 하던 동작도 잘 되지 않는 느낌적인 느낌.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조금 굳어보였는지 어깨에 힘을 빼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럴수록 더 뻣뻣해지는 마법. 긴장감에 약간 차가워진 손끝을 느끼며 휘청휘청 심사를 마무리했다.

이왕 시작한 김에 초단까지는 달성해 유단자(!)가 되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잘하고 있다며 기운을 북돋워 주는 말들이 '검태기' 이전처럼 와닿지 않는 요즘이다. 검태기를 눈치 챈 이들이 우쭈쭈 해주는 듯하여, '검쪽이'가 된 기분이다. 혹은 관심 관원(아무도 관심없을 수도 있음). 검도장이 하나의 사회나 마찬가지라면 '검생'도 인생처럼 한 치 앞을 보지 못하고 우당탕탕 흘러가겠지. 두 달 사이 2번의 퇴사와 2번의 입사를 거친 것처럼.


검도 입문 2달차에 검태기를 맞은 초보자의 호구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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