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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센시티브 Sep 13. 2022

싸이월드의 부활


 2022년 4월 2일 ‘싸이월드’가 오픈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싸이월드’는 반짝반짝 빛났던 젊음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었다. 지금의 인스타와는 또 다른 느낌의 플랫폼이었다. 사진첩을 주제에 따라 폴더별로 만들고 친구들과 일촌을 맺고 일촌평을 남기며 방명록을 오가며 소통했던 미니홈피. 기분에 따라 도토리로 bgm을 사고 미니미를 꾸미고 손이 많이 가기도 했지만 그 만큼 애착이 담긴 공간이었다. 내 일상을 담고, 기록을 담은 곳이었다. 지금 그 때의 모습을 마주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 라는 글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사진을 올린 옛 스타의 유명한 싸이월드 모습처럼 미니홈피의 내 모습도 뭔가 오그라드는 기분일 것 같았다. 하지만 민망하더라도 그때의 감성을 마주하고 싶었다. 오픈된다는 당일은 이용이 원활할 것 같지 않아서 시간이 좀 지난 뒤 핸드폰에 싸이월드 어플을 깔고 로그인을 시도해보았다. 그때 썼던 이메일이 다행히 생각이 났고 핸드폰 번호도 계속 같은 번호를 쓰고 있어 인증을 받기가 쉬웠다. 하지만 계속 로그인 오류가 났고 고객센터 번호를 찾아 전화해봤지만 연결이 되진 않았다. 

 싸이월드 오픈 소식이 알려지니 그 시대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 또한 나와 같은 마음일거야 라는 마음이 들었다. 답답한 마음보다는 애틋한 마음으로 하루빨리 사이트가 복원되길 바랐다. 몇 주가 지나고 다시 로그인 하자 미니홈피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류는 나진 않았지만 사진첩이 열리진 않았다. 복구 중이라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안내가 떴다.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뽑던 시절 보기 힘든 사진은 꽁꽁 숨겨두곤 했었는데 그런 앨범을 다시 펼치는 기분으로 로그인을 했었다. 하지만 추억의 사진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뒤 꿈을 꾸었다. 싸이월드에서 사진첩을 보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걸까? 꿈에서까지 나오다니. 무의식의 표현인가? 내 젊음을 그토록 돌아보고 싶었었나? 꿈을 꾼 다음 날 나는 다시 로그인을 해보고 사진첩을 열어봤다. 웬걸. 정말 꿈에서처럼 옛날 사진들이 한데 모아져 있었다. 풋풋한 대학시절과 젊음을 지냈던 20대의 나이에서 오는 풋풋하고 찬란한 모습을 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진 밑에는 두 손, 두 발이 한 없이 오그라드는 말들, 패기 넘치는 말들. 파이팅 넘치는 다짐의 말들이 많았다. 패기 넘치는 시절이었으니까. 열정 가득한 시절이었으니까. 무언가를 항상 시도를 했던 나이니까. 지금은 기억 저편에 사라진 동네 술집 ‘요모조모’에서 찍은 사진을 보며, 지금은 연락두절 된 대학교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며, 먹고 마시고 노는 우리의 일상을 보며, 공부하고 취업하고 고뇌하는 일상을 보며 지난날들이 필름이 찍히듯 지나갔다.  

 그 시절 ‘썸’을 타고 있던 사람의 이름도 볼 수 있었다. 기억이 새록새록 했다. 흠모하던 이도 있었고, 동경하던 이도 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절교 선언을 했던 친구도, 어린 시절부터 추억을 늘 함께했던 이들도, 지금은 망해서 없어졌지만 어렵게 들어간 회사 동기들과 함께한 사진도, 지금은 결혼해서 출산하고 아이들 보느라 연락이 뜸한 친구도 그 시절 나눈 우정은 애틋하고 정겨웠다. 순간의 어여쁨이 있었다.


 나는 여러 순간의 장면들을 보며 시간이 지나자 주체하지 못할 감정을 잡고 있었다. 모든 순간을 환대할 것 같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20대의 무모함 뒤에 창피함도 있었고 열정 뒤에는 돌아보지 못했던 순간이 있었다. 젊음이란 무기아래 나를 망치고 있던 순간도 있었다. 나를 잘 돌보지 못한 그 때의 미안함과 지금과의 또 다른 공허함의 기운이 나를 덮쳤다. 추억은 추억으로만 남겨두라는 말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 잘 버텨왔다. 라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던 날. 인스타에 추억의 사진을 올리고, 그때의 추억을 함께한 친구들에게 함께 찍은 사진을 캡처해 보내주었다. 한 두명씩 인스타에 자신의 싸이월드 사진을 올리기 시작하고 그때의 추억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댓글을 달았다. 우리는 성장했고, 지나온 시간을 버텼고, 살아가고 있다. 

 추억의 공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때론 없어지기도 한다. 호프집 ‘요모조모’나 커피숍 ‘팡세’처럼 말이다. 우리는 ‘요모조모’에서 콘치즈와 소세지 야채볶음을 시키고 소주 한잔을 마셨던 그때의 시간과 ‘팡세’에서 파르페를 시키고 무선전화를 할 수 있었던 그때의 시간을 기억한다.    


 10년의 기록. 싸이월드가 사라진 뒤에는 카카오스토리도 있었고 페이스북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인스타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홀연히 사라진 추억의 공간이었지만 다시 부활한 것처럼. 희망을 잃고 있던 것에 희망을 걸어본다. 설레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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