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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센시티브 Sep 13. 2022

우리가 젊었을 때.


 우리가 어렸을 때, 젊었을 때의 소중한 추억은 잊혀 지지 않는다. 지난 시절로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천진난만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회상하는 건 무미건조해지는 어른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아닌가 싶다. 그중 사랑의 영역은 인생을 바꿀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살아가는 이유일 수도,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 존귀한 사랑의 영역은 때론 마법의 묘약 같기도 하다. 어떤 시기에는 사랑의 아픔으로 휘청거리고 헤매며 상실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사랑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돌이킬 수 없는 끝이 될 수도 있지만 끝의 시작 또한 가능하다. 


 MBC에서 창사60주년기념으로 ‘One Day with ADEL’ 이라는 제목의 세계적인 가수 ‘아델’의 공연과 ‘오프라윈프리’와의 인터뷰를 담은 특별콘서트를 방영해 주었다. 처음 ‘아델’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녀의 음색과 소울, 가창력에 흠뻑 빠져 들었다.  

 ‘아델’의 노래에는 되돌리고 싶은 젊은 날의 추억, 사랑, 상처, 인생의 변화 등 개인적인 서사가 담긴 가사가 이어져 있다. 공연 뿐 아니라 오프라윈프리와 아델의 대화 속에서 그녀를 더 깊이 보게 되었다. 삶을 관통한, 경험 안에서 나오는 노래라는 걸 알게 된 후 가사가 절절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음악은 세계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 되게 만든다. 세계 각국에서 BTS에 열광하는 것처럼 나는 그녀의 팬이 되어 그녀의 노래들을 플레이리스트에 담고 한글로 번역된 가사를 찾아 따로 저장을 해두며 그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녀는 절망 속에서도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든다. 예술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이, 음악이, 그림이, 아픔과 절규를 거쳐 간다. 아델의 노래가사에 공감되는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추억과 사랑, 아픔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멈춰만 있는가? 물론 그런 시간이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우리는 더 나은 삶을, 변화하는 삶을 원하고 노력한다. 삶을 지탱하고 나아가는 모습이 마치 우리의 삶을 보는 것 같아서 서로를 응원하는 것이 아닐까? 


 팬은 가수를, 가수는 팬의 힘으로 서로 연대하며 살아나가는 힘. 아픔이 가사가 되고 글이 되고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되고 예술이 되는 그 모든 것들이 삶의 자양분이 되는 거라고. 나는 그렇게 아프고 괴로웠지만 여전히 지금 이 순간 지키며 삶을 살아내고 있어 라고 당당히 보여주는 모습.  

 공연에서 인상 깊게 들었던 노래는 ‘when we were young’이었다. 특히 한글로 번역된 가사가 좋았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과거를 회상하며 “그 시절은 마치 영화 같았고 마치 노래 같았던 날들”이라 표현했던 가사. 나이 들어감을 슬퍼하고 미치게 만든다는 가사가 내 심정과도 같았다. 젊은 날의 그리움이 사라지지 않은 채 남아있는 추억들이 이 노래가 대변해주었다.


 아델은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부터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신감을 길러준 어머니, 예술을 사랑하는 어머니 밑에서 음악을 즐겨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환경적인 요소가 가수를 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그녀의 솔직함이 대중에게 사랑받지 않았을까? 결핍이 있었지만 그 결핍을 음악으로 채우고 사랑으로 채우고 소중한 걸 지켜야 한다는 마음의 중심이 있지 않았을까? 

 아델은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이후 불안장애로 운동을 했다. 아침에는 헬스장으로, 오후에는 등산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고 한다. 살을 빼려하기 보다 건강해지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불안을 없애주었다. 아픔을 극복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삶을 지탱해나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촉촉해졌다. 이혼 후 남겨진 아들을 위해 스스로를 건강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책임감은 그녀를 더 아름답고 강인하게 만든다. 그녀는 아들을 천국이라 표현하였다. 엄마에게 자녀는 천국이고, 자녀에게 엄마는 우주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녀는 삶에 굴복하지 않으며 또 다시 시작된 사랑을 받아들인다. 아델의 개인적 서사가 담긴 노래 가사들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떠다닌다. 나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번역된 가사를 찾아 되 내이며 그녀의 삶에 공감하며 나의 삶을 투영해본다. 위로가 되고 해소가 된다. 마음속에 찌꺼기들이 처리된 느낌이다. 때론 하지 못한 말, 표현하지 못했던 말들이 노래를 통해 대리만족 할 수 있었다. 소중한 걸 지켜낼 수 있는 힘, 버틸 수 있는 힘은 우리가 지냈던 일상, 추억, 놀이, 소통, 사랑. 그것들이 골고루 담아져 마음을 길러내고 지켜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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