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하지.”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속담 같다. 그럼 어른도 어른다워야 하는 게 맞는 거겠지? 어른인데도 어른아이사람이 있고 아이인데도, 학생인데도 애어른 같은 있는 애들이 있잖아. 비단 내 학창시절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른이 빨리 되고 싶어 흉내 내는 학생이었다.
“학생이 학생다워야 예쁘다. 너희 때는 흰 반팔 티에 청바지만 입어도 예뻐.” 이 말이 어렸을 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학생 때 일탈의 첫 번째는 화장이었다. 학생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 무언가 하면 안 된다는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 그렇게 소극적으로 일탈을 시도했던 것 같다. 요즘은 여학생들이 대부분 화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 때는 반에서 10~20% 정도만 화장에 관심이 있었다. 그렇다고 어른처럼 화장을 하진 못했지만 나름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깨끗하다는 제품명의 파우더로 얼굴을 밀가루처럼 만들고 일회용 눈썹 칼로 눈썹을 다듬다가 눈썹이 남지 않는 참사를 낳기도 했다. 쌍꺼풀이 없는 애들은 실 핀에 풀을 발라 쌍꺼풀 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그뿐이었던가? 당시엔 학교란 드라마가 유행했었는데 학교에서 나오는 ‘김민희’의 부스스한 머리가 예쁘다며 젓가락을 달궈 머리를 말기도 했었다.
아끼던 용돈을 모아 노원 신발상가, 이대 신발매장 등을 돌며 어른들이 신는 힐을 사기도 했고 동대문의 쇼핑몰에서 정장을 구입해 주말이면 친구들끼리 어른 흉내를 내며 단장을 했다. 그렇게 단장을 하고 가는 곳은 커피숍! 우리 때는 첼리와 비올라, 팡세 등의 커피숍이 유행이었다. 지금의 ‘스타벅스’처럼 동네마다 한두 군데는 있었다.
그때의 베스트 메뉴는 콜라, 사이다. 용돈을 받는 날은 파르페를 주문했다. 형형색색 층마다 다른 색을 낸 음료에 아이스크림, 웨하스를 얹고 체리까지 꽂혀있으면 화룡정점이었다. 콜라와 사이다를 먹다 파르페를 시키는 날은 특별한 기분이었다. 짜장면, 짬뽕만 먹다가 탕수육 시킨 기분이랄까? 커피숍에는 포켓볼대가 있어 자리가 비면 얼른 가서 포켓볼을 치기도 했다. 잘 치는 것도 아니었지만 긴 나무막대를 들고 어리버리 공을 맞추었다. 치면서도 불편하고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우리를 보는 어른들은 얼마나 웃겼을까? 아님 본인들도 그런 시절이 있었겠지. 하며 코웃음을 치며 이해를 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일인데 우리는 마치 어른의 시기가 오지 않을 것 마냥 조바심 내며 어른의 흉내를 냈었는지 모르겠다. 귀엽고 깜찍하고 발칙하다. 어른이 된 지금은 그 시절 했던 일들이 그저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되어 버렸다. 호기심도, 재미도 없이. 모든 게 궁금하고 재밌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 파르페를 한 입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