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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센시티브 Sep 13. 2022

연결고리



 초등학교를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엄마는 위인전 세트를 사주셨다. 위인전 세트에는 독립만세를 외치며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유관순, 도시락폭탄을 던졌던 윤봉길, 김구, 안중근 등 독립운동가로 유명했던 나라를 대표하는 위인들이 있었다. 그 시절은 국민 학교라 불리 우는 때였다. 

 학교 수업은 오전반, 오후반 두 개의 반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반나절의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면 엄마는 감자나 고구마 같은 간식을 자주 삶아 주셨다. 삶은 감자와 고구마를 먹으며 엄마가 읽어주시는 책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나중에는 스스로 책을 자주 보게 되었다. ‘남순’ 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척언니의 이름 때문인지 끝 자가 같은 유관순 언니의 책을 나는 더 자주 봤던 거 같다. 한복을 입고 펄럭이는 태극기를 흔들며 서 있는 유관순 언니의 책표지가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어린나이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 올라왔었나 보다. 나는 커서 유관순 언니 같은 사람이 될 거야 같은 다짐. 나 자신과 무언의 약속을 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내는 숙제가 많았다. 나는 그 시기에 독후감 상을 꽤 많이 탔다. 다른 부분에서는 욕심이 없었지만 책 읽는 건 잘할 수 있었다. 왜였을까? 다른 상도 많이 주었던 것 같은데 추억의 서랍에는 아직도 독후감 상장이 그 시절의 나를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엄마는 나를 키우면서 집에서 부업을 하셨다. 어린 나를 키워야 했기에 풀타임으로 직장을 다니지는 못하셨다. 고생하며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엄마가 나에게 선물한 위인전세트가 책을 좋아하게 된 시작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편안한 목소리로 읽어주던 엄마의 그 음성이 가장 안전한 세계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때 받은 상은 개근상과 독후감상, 우정상 세 가지였다. 우정상이라니. 나는 그 시절 의리 있었던 사람이었나 보다. 유관순 언니가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마음, 민족을 생각했던 마음과 의리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 곁의 친구들을 잘 지키고 싶었던 마음과 연결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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