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잘 먹는 모습을 보면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행복하다고 하셨다. 사시사철 즐겨먹는 청국장, 새콤달콤한 오이무침, 양배추와 깻잎을 넣고 무친 도토리묵, 강황 가루를 뿌려 노릇하게 구운 고등어구이 등 셀 수 없는 음식들을 엄마는 오랜 시간동안 수고로움과 정성으로 만들어 밥상으로 내어주셨다. 이 맛있는 밥상을 어렸을 때는 왜 소중히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한식파인 나는 어렸을 땐 밥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였다. 엄마는 걱정이 되셨는지 밥 맛 도는 약이라며 약국에서 어린이들 전용으로 나온 건강식품을 먹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어렸을 때 밥을 잘 먹지 않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밥맛이 났을 때는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방방 뛰며 놀고 올 때였다. 그런 때는 무엇이든 잘 먹고 잠도 일찍 들어서 오래토록 잤다. 지금의 아이들도 마찬가지겠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뛰어놀고 하다보면 밥맛도 돌고 잠도 일찍 들고 말이다.
강의에서는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에 대해 나왔다. 엄마도 내가 어렸을 때 잘 먹지 않아서 걱정이었으니 이 문제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겪는 과정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럴 때 부모가 먼저 잘 먹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한다. 따로 따로 먹는 것 보다 가족이 함께 모여 먹는 시간이 중요하고 골고루 먹는 시범을 보이고, 아이들한테도 권해야 하는 것. 부모가 먹지 않는데 아이들한테만 잘 먹으라고 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편식을 하거나 야채를 먹지 않는다면 함께 음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하게 하거나 싫어하는 음식이 도드라지지 않도록 잘게 썰거나 혹은 갈아서, 예쁜 모양을 만들어서 음식을 만들어주는 노력도 필요 하다는 것!
어렸을 때의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걸 어른이 돼서야 느끼고 그 때 먹은 음식들이 이후에 나의 건강, 나의 신체를 이루는 것이니 말이다. 나는 어렸을 때 왜 멸치볶음을 먹지 않았을까? 삶은 계란은 왜 떡볶이를 먹을 때만 먹었을까? 고기는 왜 싫어했을까? 나이가 든 지금은 점점 노화되는 뼈와 근육의 건강을 걱정하며 이것저것 몸에 좋다는 걸 챙겨먹는다. 어렸을 때 싫어하는 걸 억지로라도 먹이지 그랬냐며 엄마에게 애꿎은 하소연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