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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파워 Mar 13. 2024

지하철 연설을 하면 사람들 반응이 어떨까?

지하철 연설을 통해 느낀 충격적인 사실

8년 전 대학생 때, 스피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즉흥 지하철 연설을 기획하여 실행한 적이 있다. 이걸 하게 된 계기는 어느 한 책에서 읽은 내용 덕분이었다. 작가 본인이 스피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지하철 연설’을 기획해서 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시 후배들 총 4명을 데리고 실제로 했다.

8년 전 지하철 연설을 하고 있는 나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아, 다행인 건 좋은 쪽으로. ㅎㅎ


왜냐하면, 실제로 겪은 사람들의 반응이 우리의 예상과 정 반대였기 때문이다. 솔직히 연설 하기 전에 예상한 것은 지하철 한 가운데에 연설을 하기 위해 섰을 때 아무도 안쳐다보고 관심이 없을 거라 예상했었다. 워낙 미디어에서 ‘요즘 사람들이 다 어딜가나 핸드폰만 보고 다닌다’, ‘사회가 너무 삭막해졌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다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하든 사람들이 무관심할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지하철 연설을 하게된 이유를 짧게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모두가 연설하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이야기가 끝나자 거기에 있던 모든 분들이 격려의 박수를 아낌없이 쳐주셨다. 심지어 어떤 노부부는 우리에게 다가와서, 어느 대학교 학생이냐, 정말 기특하다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라 놀라우면서도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느꼈다.


아, 세상은 아직 따뜻하구나.


이 지하철 연설 경험이, 성인이 된 나에게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시켜줬던 첫 경험이었던 것 같다. ‘언론에서 비춰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전부는 아니구나.’ 라는 깨달음과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희망과 안도감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8년 전 지하철 연설 중인 나ㅎㅎ 추억이다


그렇게 8년이 지나고 최근, 응원단 동아리 선배한테 연락이 왔다. 행사가 얼마 남지 않아 응원단 현단원들의 멘트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연락이었다. 학교마다 응원단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응원단원이 무대에 오르면 단순히 응원 동작을 하는 게 아니라 행사 초반부터 후반까지 중간중간 마이크를 잡고 행사 흐름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피치 능력과 그때 그때의 상황을 잘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멘토링해줄 선배가 별로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임을 인지하고, 흔쾌히 하루 일정을 뺐다. 30대가 되면서 ‘아무리 바빠도 주변을 살피며 살자.’ 라는 나만의 신조가 생겼고, 또한 현단원을 마친 후 이런저런 도전들을 하느라 바빳던 탓에 후배들을 많이 못챙겨준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조금 만회할 기회가 온 것이다.


총 7시간 정도 스피치 멘토링을 진행했다. (원래 4시간 정도 예상했으나 현단원 친구들이 다들 너무 열정적이어서 길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멘토링 순서로 부단장 친구들 3명에게 지하철 연설을 제안했다. 다들 생전 처음 해보는 연설 형태이기에, 두려워하면서도 해보고 싶은 강한 의지를 보였다.


내가 후배들에게 지하철 연설을 제안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후배들의 멘트 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잘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건 임기응변 능력이었다. 그래서 외우는 멘트보다 즉흥성을 더 키워주고 싶었다.  
둘째, 내가 느꼈던 사회의 따뜻함을 후배들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싶었다.


당시 나의 부족한 연설을 듣고도 그 노력이 기특해 박수를 마구 쳐주던 시민들로부터 느낀 따뜻한 감정을 후배들에게도 경험시켜주고 싶었다.  물론 8년이 지난 터라, 시민들의 반응이 이전과 다를 수도 있다는 감안은 했다. 우리끼리 얘기할 때는 괜히 반응을 기대했다가 예상과 다르면 실망하므로, 반응을 일절 기대하지 않고 연설을 해보자고 얘기를 했었다.


아무튼 이런 두 가지 이유에서 후배들에게 지하철 연설을 제안했고 그 자리에서 바로 실행하게 되었다. (제안 의도를 파악하고 기획에 잘 따라준 후배들이 정말 귀엽고 고마웠다.)


우리가 정한 지하철 연설의 대략적인 기획은 다음과 같았다.


1.우선 지하철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서, 최대 두 정거장(약 2분)을 넘기면 안된다는 규칙을 정했다.
 
사람들의 이동이 잦은 공간인 만큼 너무 사람들이 자주 바뀌면 이야기 흐름이 끊기고 중간에 들어온 사람들은 또 이야기에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짧고 굵게가 핵심!
2.단순 연설보다 임기응변을 키우는 것이 큰 목적이었기 때문에, 멘트는 그 자리에서 즉흥으로 구상했다.

8년전 나는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 라는 주제로 했었는데, 즉흥으로 내용을 짜서 이야기해서 사실 구체적인 이야기는 기억이 안난다. 다만 연설이 끝나고 사람들에게 박수갈채를 받은 기억은 생생하다. 이번에는 우리가 연설하는 시간이 저녁 시간임을 감안하여, ‘퇴근한 지친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메시지’를 주 제로 정했다.
3.잡상인으로 오해를 받아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면 안되므로,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 멘트를 반드시 추가하기로 했다.

8년전 나는 아나운서 준비생 캐릭터로 갔다. 아나운서 준비중인데 스피치 능력이 부족해서 이 자리에 잠시 섰다. 들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의 맥락으로 양해를 구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후배들 역시 모든 멘트의 시작 부분에 큰 행사를 앞두고 무대 공포증이 있음을 밝히거나, 발표 연습을 위해 용기를 내서 잠시 섰다는 식의 양해를 정중하게 구했다.  
4.한번 연설이 끝나면 잠시 내렸다가 다음 지하철을 타서 다음 사람이 연설을 이어가기로 했다.

매 연설마다 새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도 있고, 같은 칸에서 계속 떠들면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 수 있으므로.




2024년 지하철 연설의 결과는 과연?  


매우 성공적이었다.

당일 인스타 스토리에 올린 글


연설이 끝날 때 마다,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 사람이 연설을 할 때 나머지 2명과 나는 근처에 앉아 연설을 지켜보며 피드백할만 내용들을 메모하는 역할을 했는데, 실제로 후배들 연설을 들으며 심지어 한 번은 눈물까지 흘렸다. (주책ㅎㅎ)


후배 한 명이 사람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최근 이 후배에게 힘든 일이 있었어서 그 일이 오버랩되면서 연설 중 눈물을 흘렸다. (고 나중에 이유 들음) 그런데 정말 감동이었던 것은, 눈물이 나서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설을 멈추지 않고 꿋꿋하게 메시지를 끝까지 전했고 그걸 보며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는 것이다. 어떤 아저씨는 연설이 끝나자 큰 소리로 “오늘도 수고 했어요!” 라고 외치시며 격려해주셨고 다른 분들은 크게 박수쳐주셨다. 또 어떤 분은 후배에게 가서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물어보기도 했다.

기특하고 귀여운 후배들!!

결론적으로 후배 세 명 모두 정말 잘 해냈다. 그리고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며 나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실제로 후배들과 7시간을 함께하면서 그 사이에 실력이 그새 성장한 게 느껴져 크게 놀랐다. 하루 만에 실력이 상승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방법을 알려주니까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더라.


오랜만에 후배들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이었고, 또 사회의 따뜻함을 한번 더 직접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지하철 연설을 통해 느낀 점 세 가지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세상은 생각보다 더 따뜻하다.

미디어에만 의존하지 말고 현실에서 직접 경험해보며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미디어에서는 주로 '현대사회의 삭막함' 을 강조하는데, 사실 사람들이 이전보다 차가워진 것이 본질이 아니라고 본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왜 스마트폰만 할까?' 생각해 볼 때 서로 상호작용을 할 매개체가 없는 게 크지 않을까? 생각.

할 게 딱히 없으니 스마트폰을 하는 것이지, 스마트폰에 너무 중독이 되어서 서로간에 무관심해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사람들이 유대감을 더욱 느끼고 서로간에 연결 될 수 있도록 좀 더 다양하고 재미난 기획들을 해봐야겠다. 그 중간 매개체를 내가 찾아볼 노력을 해야겠다.


2. 마음만 먹으면 나의 무대는 곳곳에 깔려있다.

간절하면, 어디든 나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지하철 연설도 그랬다. 돈이 없어서, 혹은 시간이 없어서 무언가를 못했다라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현재 내가 놓인 상황에서 마음껏 내 무대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이 지하철 연설을 통해 하게 된 것 같다.


3. 역시 이래서 책을 읽는 게 중요하다.

책에서 이런 내용을 보지 않았더라면, 지하철 연설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책에서 얻은 인풋들이 현실에서 도움되는 경우가 많다. 사하라 사막 마라톤 아이디어도, 지하철 연설 아이디어도 모두 책을 통해 얻은 것들이다. 앞으로도 책을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유튜브 <찐파워>에서 더 많은 동기부여, 도전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놀러오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RkRF140tT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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