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니시 라인에서 사람을 마주하는 MC의 이야기
나는 트레일레이스 현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MC이자 선수다.
내 첫 트레일레이스는 2년 전 모로코에서 열린 ‘사하라 사막 마라톤’이었다.
6일간 250km를 달리는 대회였다.
85km 코스로 가장 길었던 셋째 날,
참가자 1천 명 중 거의 마지막으로 피니시에 들어온 기억이 난다.
그날의 피니시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 인생 가치관을 바꿔준 터닝포인트였다.
피니시에 도착할 즈음, 같은 텐트를 쓰던 친구들이 뛰쳐나오고
100m 앞에서부터 자원봉사자들이 마중 나와 응원해줬다.
레이스 도중 발은 계속 아팠고,
가방 때문에 어깨는 무거웠다.
여러 번 울었다.
그렇게 33시간이 걸려 피니시에 도착했을 때,
나를 기다려주고 나의 도전을 축하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그날 다짐했다.
나도 누군가의 목표에 관심을 갖고 응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도전은 혼자 이룰 때보다,
누군가와 그 과정을 함께할 때 더 큰 가치를 가진다는 걸 몸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국내 여러 트레일레이스 현장에서 MC로 활동하고 있다.
사막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들어왔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마이크를 잡는다.
누군가에게는 처음 내딛는 도전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목표일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순간,
임무를 마친 스태프들과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피니시 라인에 모여 선수를 응원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남의 도전에 공감하고 함께하는 사람들.
이 문화가 나는 참 좋다.
트레일레이스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말을 잘하느냐보다, 그 도전을 얼마나 진심으로 바라보느냐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이 인스타그램 DM으로 물었다.
“트레일레이스 MC를 맡게 되었는데, 무엇이 중요할까요?”
전문적인 진행 스킬보다 먼저 떠오른 답은 하나였다.
진정성.
트레일레이스는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2박 3일 동안 이어진다.
그 시간 동안 현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체력과 함께, 사람을 향한 진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피니시 라인에 서 있을 때,
한 명 한 명을 올림픽 선수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몇 달, 혹은 몇 년을 준비해온 순간이기 때문이다.
더 좋은 현장을 만들기 위해 스포츠 중계를 보며 멘트를 연구하고,
출발 전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스트레칭 세션도 계속 연구 중이다.
나는 마이크를 잡고 있지만,
단순히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은 단순한 진행이 아니라,
도전자의 순간을 더 빛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피니시 라인에서 단순히 이름을 불러주는 MC가 아니라,
한 사람의 도전이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며.
[함께 보면 좋은 영상]
사하라 사막 마라톤 도전 Full.ver (유튜브 <찐파워>)
https://youtu.be/Ffhdg12fe4c?si=dvM2jRJUU9FkXB_8
[함께 보면 좋은 글]
사막 마라톤 브런치 연재북
https://brunch.co.kr/brunchbook/zzinpower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