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船를 타고 줄線을 긋는 행위. 선과 선으로 이루어진 영화제. 육지와 섬, 두 사이에 선을 긋는다.
어느 영화에서 그랬듯 바다를 넘는 행위는 하얀 상흔을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떠나가는 이든, 들어오는 이든, 바다를 넘는 이에게는 상처가 있으니까. 상흔은 선線이다. 허나 상흔은 이내 봉합된다. 깊은 절개창은 몇 번의 넘실거림으로 치유되곤 하니. 치유 역시 선線이다.
30여 명의 정원으로 이루어진, 처음으로 기획된 풋풋한 영화제에 다녀왔다. 노을이 지면 영화가 시작되는 곳에서 별과 파도와 함께 영화를 보았다. 허나 마주한 것은 영화뿐만이 아니었다. 진실로 마주하게 된 것은 섬 그 자체였다. 이들의 삶과 이들의 즐거움과 이들의 고됨. 그 자체를 바라보고 두 손 마주 잡는 일. 이들에 대해 생각하고 기억하는 일. 이 영화제에서 상영하고팠던 것은 바로 이러한 것들이 아닐까.
언젠가 오늘을 다시금 돌아보았을 때 머릿속에서는 이 영화가 상영될 것이다. 울도 웃도 못하여 받침을 덜어낸 우도에서 울기도 웃기도 하는 그들을 떠올리게 될 터이다. 우리가 지나온 바다를 기억할 것이다. 배船를 타고 이어낸 줄線을 간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