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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 Mar 21. 2023

경주

[경주]



여인과 다르게 저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매운 음식을 종종 먹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알면서도 먹은 적도 있지만, 대개는 매울 줄 모르고 주문한 음식이 매운 경우입니다. 어쩌면 사랑과도 같은 불가항력입니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는 땀과 콧물과 눈물이 흘러나와 시큰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그해 여름에는 매운 음식이 맛있었습니다.


대릉원을 거닐 때에는 능陵 아래 시간을 묻은 것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흙 위를 걷는 우리의 시간과 신라의 왕과 왕비의 시간을 생각했고, 반 쯤 파묻힌다면 어떠한 시간이 흐를지 생각했습니다. 여인과 나의 시간을 반 쯤 파묻는 생각을 했습니다.


날이 따스해집니다. 아직 여름이 오려면 멀었지만, 저는 매미소리를 상상하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시원하면서도 더운 소리입니다. 매미는 가슴에 울림통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가슴을 텅텅 비워내어, 드디어 울 수 있다고 합니다. 우는 법을 잊었던 저에게는, 어쩌면 우는 것이 비워내는 과정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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