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누리 Jul 14. 2022

[동화] 제2의 신데렐라, 누가 될 것인가?

신데렐라와 가죽장화 보니타

 신데렐라, 아들 윌리엄이 있는 방문을 두들긴다. 윌리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신데렐라는 하인을 시켜 강제로 문을 연다. 윌리엄,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려있다.     

윌리엄 엄마!

신데렐라 윌리엄, 언제까지 방에 틀어박혀 있을 거니? 너에게 구혼하러 왔다가 돌아간 아가씨들이 한 둘이 아니야. 도대체 다 큰 애가 왜 그러니?

윌리엄 정말 모르시겠어요? (테이블에 있는 신문을 가리키며) 저걸 보세요.

신데렐라 (신문을 집어들며) 이게 뭐니?     

 신문 헤드라인에 ‘제2의 신데렐라,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라고 커다랗게 쓰여있다.     

윌리엄 엄마 아빠의 결혼 스토리는 모든 여자의 꿈이에요. 다들 제2의 신데렐라가 되려고 온갖 연기를 한다고요. 전 사랑을 원하지, 누군가의 트로피가 되고 싶지 않아요! 혼자 있고 싶으니 나가주세요.

신데렐라 (방을 나가며) 내 청춘이 아들을 망쳤구나!     

 신데렐라, 다음날 새벽 망토를 뒤집어쓰고 시장에 나간다. 아침 일찍 장을 보러 나온 가족들의 얼굴이 모두 행복하다. 신데렐라,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쓸쓸히 바라본다.     

신데렐라 내 아들이 저들처럼 평범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소매치기 저 아줌마, 망토가 아주 비싸 보이는데. 구두를 신어서 쫓아오기도 힘들겠군. 크크.     

소매치기, 신데렐라가 한 눈 판 틈을 타 망토를 훔친다. 신데렐라, 소매치기를 쫓아가려 하지만 구두를 신어 역부족이다. 그때, 한 아가씨가 달려가 소매치기를 붙잡는다.     

보니타 또 당신이야? 분명 경고했을 텐데? 왕국의 보안관을 불러오겠어.

소매치기 (달아나며) 칫, 허탕이군!

보니타 (망토를 건네며) 부인, 괜찮으세요? 이곳은 소매치기가 많아 조심하셔야 해요.

신데렐라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아가씨 신발이….     

 보니타의 낡은 가죽 신발 하나가 찢어져 땅바닥에 뒹굴고 있다.     

보니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정신없이 뛰다 보니 망가졌나 봐요.

신데렐라 (자신의 유리구두를 벗으며) 이 구두를 신어봐요. 아가씨. 당신에게 딱 맞겠어요.

보니타 (손사레를 치며) 아녜요. 저한텐 이렇게 아름다운 구두가 어울리지 않아요. 실례할게요.     

 보니타, 찢어진 가죽 신발 한쪽을 버리고 절뚝거리며 사라진다. 신데렐라, 신발을 줍는다.     

신데렐라 (방문을 두들기며) 윌리엄, 윌리엄!

윌리엄 아침부터 왜 그러세요?

신데렐라 얼른 일어나보거라. 이 가죽 신발의 주인을 찾아야 해.     

 신데렐라, 왕국의 하인들을 동원해 윌리엄과 함께 보니타를 찾는다. 마을 구석구석을 수소문하지만 찾지 못한다.     

윌리엄 (숨을 몰아쉬며) 어머니. 그만 하세요. 이 산속까지 왔는데도 없잖아요. 

신데렐라 내가 헛것을 본 걸까….

윌리엄 저 오두막에 가서 물 한 잔만 얻어먹고 내려가요. 곧 밤이 되겠어요.

신데렐라 기운이 없구나. 네가 대신 물을 받아와 주렴. 난 여기서 잠깐 쉬어야겠다.     

 윌리엄, 언덕 위로 올라가 오두막 문을 두들긴다. 옆엔 조그만 텃밭이 있다. 작지만 정성스레 가꿔져 있다.     

보니타 (텃밭에서 걸어오며) 누구시죠?     

윌리엄, 보니타의 굵고 검은 머리칼과 총명한 눈빛을 보고 반한다.     

윌리엄 (얼굴을 붉히며) 혹시 물 한 잔만 마실 수 있겠습니까? 하루 종일 걷기만 해서요.

보니타 어머나. 이 깊은 산속까지 어쩌다 들어오셨어요. 여기요. 여분을 하나 더 드릴게요. 내려가면서 드세요.

윌리엄 (물을 마시며) 어찌 이런 산속에서 혼자 살고 있죠? 외롭고 무섭지 않나요?

보니타 (어깨를 으쓱이며) 외로움이란 내 맘속에 피어나는 잡초죠. 관심을 주면 번지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곳의 텃밭은 제 마음과도 같아요. 온종일 가꾸다 보면 외로움도 무서움도 생겨날 틈이 없답니다.

윌리엄 누군가 한 명이라도 당신같이 말해줬다면 난 외롭지 않았을 텐데.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지만, 곧 해가 지겠군요.

보니타 네, 얼른 내려가세요. 밑까지 배웅해드리고 싶지만, 발을 다쳐 그러질 못 하는 게 너무 아쉽네요.

윌리엄 (보니타의 오른발을 쳐다보며) 왜 발을 다쳤죠?

보니타 어제 아침, 시장에서 어떤 고운 부인을 도와드리다 발이 까졌지 뭐예요. 이렇게 자주 덜렁거린답니다. 얼른 내려가세요. 해가 지겠어요.

윌리엄 꼭 또 봅시다. 실례가 안 된다면 이름을 알려주시겠어요?

보니타 전 보니타예요.     

 윌리엄, 수통을 들고 언덕 밑을 내려온다. 신데렐라, 물을 마시더니 깊은 한숨을 내쉰다.     

신데렐라 윌리엄. 사실 어제 시장에서 이 가죽 신발을 신은 아가씨가 날 도와줬단다. 너와 꼭 맞는 짝이라 생각했어. 하지만 이것도 어미의 욕심인 것 같구나. 이어질 인연이라면 마법처럼 이어지겠지. 나와 그이가 만난 것처럼. 너에게도 더이상 결혼을 강요하지 않으마.

윌리엄 (우뚝 멈춰서며) 어제 아침 시장이요? 어떤 아가씨가 어머니를 도와줬다고요?

신데렐라 그래.

윌리엄 이런, 그 신발 저한테 줘보시겠어요?     

 윌리엄, 찢어진 가죽 신발을 들고 오두막으로 달려간다. 문을 두드린다. 보니타가 화들짝 놀라며 나온다.     

보니타 아직도 안 내려가셨어요?

윌리엄 (한쪽 무릎을 꿇고) 정말 죄송하지만 오른쪽 발을 내밀어보시겠어요?

보니타 (당황하며) 네? 여, 여기요.

윌리엄 (신발을 신기며) 세상에, 신발의 주인을 찾았군요!

신데렐라 (보니타를 보며) 어머, 아가씨!

보니타 부인! 어떻게 두 분이 여길 같이….

신데렐라 꼭 아가씨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답니다. 여긴 우리 아들, 윌리엄이에요.

보니타 윌리엄이라면, 윌리엄 왕자님 말인가요? 맙소사. 송구합니다. 얼른 일어나세요.

윌리엄 (고개를 저으며) 당신에게 내일 초대장을 보낼게요. 부디 오늘 못다 한 얘기를 다 해줘요. 텃밭에 관한 것, 식물, 외로움, 당신에 관한 것까지요.

보니타 (얼굴을 붉히며) 네. 좋아요. 이게 무슨 일인지 얼떨떨하네요.

신데렐라 역시 인연이란 마법 같은 거야.     

 윌리엄, 신데렐라와 함께 산 밑을 내려온다. 하인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마차에 탄다.     

신데렐라 그 아가씨는 우리를 두 번이나 도와줬구나. 참 총명한 여성이지? 

윌리엄 네. 아버지가 어머니를 만났을 때의 기분을 알 것 같군요.

신데렐라 (웃으며) 그녀의 가죽 신발은 내 유리구두보다 더 튼튼하고 오래 갈 것 같구나.     


End.

작가의 이전글 회사에서 글을 써야 하는가, 마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