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ppy Judy Oct 05. 2021

홍콩에서의 하이킹

Tai Mo Shan 여정-1편

홍콩에서의 생활을 시작할 즈음 3주간의 자가격리가 끝나면 호텔방 밖에 나가 그 주 주말에 제일 먼저 오르겠다고 다짐했던 산이 있었다. 영어로는 Tai Mo shan인 대모산.

내가 묶었던 호텔의 창밖으로 보이는 이름 모를 높은 산이 보였고. 한국에서도 등산을 좋아했던 나는 처음 그 산을 본 순간 묘한 이끌림을 느끼며

막연하게 ' 아, 저 산을 오르고 싶어.'라고 되뇌었었지.

밖으로 나갈 수도 창문을 열 수도 없는 답답한 공간에서 그 산과 함께 어울리는 맑은 하늘을 보는 것은 호텔 방에서 손에 꼽는 즐거움 중의 하나였으니 말이야.

처음 호텔 방에서 나온 날 회사 대표님과 저녁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그 산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때서야 내가 보았던 산이 TaiMoshan인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산과 나는 운명적인 연결이 있는 것인가. 호텔 방에 있는 동안 산을 좋아했던 나는 인터넷으로 홍콩의 산들을 찾아보다가, 제일 높은 산인 Taimoshan에 대해 알게 되었고, 밖에 나가면 제일 먼저 이 산을 가 봐야겠다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가격리가 끝난 3월 초 그 주 첫 주말 토요일 아침 일찍 설렘을 안고 출발한 나.

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친구들도 공식적으로 인정했지만 엄청난 길치라는 것이다.

구글맵 등 인터넷 상에 자세한 길 안내를 해 놓았음에도 그걸 따라가기에는 나란 존재는 매우 미약한 존재였음이니.

그러함에도 용기와 패기를 안고 찾아 나선 나의

Tai Mo shan.

Tsuen Wan 역에는 무사히 도착했고, 분명 길 안내에선 안내한 길로 나가면, 내가 찾는 버스 번호가 보여야 할 텐데 몇 번을 같은 곳을 돌아보아도 찾지를 못하겠는 것이다. 한 시간 정도를 헤매다가, 내 눈앞에 보이는 빨간 택시!

그래~ 나란 존재는 길치이니, 택시기사님께 의존하는 것이 지혜로운 거야. 라며 시원하게 타협한다.

쉽게 갈 수 있는 방법도 찾았겠다, 마음이 더욱 편안해진 나는 그전에 맥카페에 들려 장미꽃이 동동 띄워진 진한 카페모카와 팬케이크를 먹으며 나만의 브런치 타임을 즐겨 본다.

홍콩은 한국보다 곳곳에 맥도널드와 맥카페가 많이 위치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그 안에서 식사하시는 분들 중 절반 이상이 어르신들이라는 것.

그 모습들이 참 자유로워 보여 무엇인가 부럽기까지 했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 외형과는 다르게 풍겨지는 에너지에선 나름 그분들만의  젊은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


주위 사람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자신의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시는 분들, 가벼운 맥모닝 메뉴를 여유롭게 드시며 담소를 나누시는 분들.

젊은이들과 어울림에 전혀 어색함이 없는 모습이 내겐 신선한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온 일상의 모습이었다.

‘홍콩의 어르신들, 정말 멋진 분들이시네!' 감탄하며 나도 나중에 나이 들어도 저렇게 멋진 모습의 소탈한 어른이 되고 싶더라.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링컨의 말씀처럼, 향기로운 어른으로 성숙해져 가고 싶어 진다.

비록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한 여정이었지만, 어르신들의 모습을 통해 좋은 자극 점 얻은 첫나들이의 여정.

이 좋은 경험을 위해 과정의 멈춤이 있었나 보다 생각하니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작가의 이전글 홍콩의 헬퍼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