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쓰는 프롤로그

안녕하세요 OO씨

by 영희

안녕하세요. OO씨 반갑습니다. 저는 이제 막 퇴직을 선언한 ‘돈은 없지만 시간은 많고’에 가입한 새내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 밖으로 꺼내보인 이야기는 지난 4년간 백화점에서 근무하며 겪은 별의별 에피소드를 세 가지 큰 주제를 줄기 삼아 엮어낸 책입니다. ‘책’이라고 거창하게 표현하자니 겸연쩍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처음과 끝이 있으니 책이라 명명해 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승전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어딘가 비워져 있는 듯 보일 수 있으니 흐린 눈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의 편협한 독서 스펙트럼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에세이’입니다. 언제부터 에세이를 좋아했냐 물으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쉽게 읽힌다는 면에서 호감도를 상승시킵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시작한 20대의 시작은 설렘과 희망으로 부풀러 올랐으나 가난한 마음과 주머니 사정으로 조금씩 쪼그라든 자아는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열등감과 열패감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스스로를 연민하며 나만의 동굴을 만들고 그 속에 틀어박혀 근근이 살아가는 삶이었습니다. 당당하게 자신만의 빛을 발산하는 사람을 보면 눈이 부셔 나의 방으로 숨어들곤 했습니다. 실제로도 쿰쿰하고 곰팡이가 피어난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하였으나 냉혹한 현실과 맞부딪힐 용기는 없고, 가진 능력도 없어 좌절을 거듭했습니다. 그렇게 나를 미워하는 데 온 시간을 쏟아부었던 20대를 거쳐 삼십 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여전히 나는 돈도 없고 가진 능력도 비루하지만, 못난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에세이를 좋아하는 데에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타인에 대한 호기심이 주요했습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생각과 고민을 갖고 있고, 내보이기 부끄러운 감정을 품고 있는데 다른 사람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내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를 이해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나와 동류의 사람을 찾아내어 당신과 내가 다르지 않노라는 깊은 이해와 위로를 받고 싶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자기혐오에서 벗어나 나를 사랑할 수 있는지 방법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가족은 나의 우울의 근원이었고, 되려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이었기에 나의 어려움을 꺼내놓지 못했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친구는 나의 일상을 모르거니와 그도 힘든 것 같아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직장 동료는 이런 나를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그만두었습니다. 주변에 나를 이해받을 곳이 마땅히 없었기에 책 속에서 위로를 찾았습니다. 에세이는 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저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제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이해와 공감, 위로를 여러분들에게 줄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백화점을 근무하며 제가 겪었던 여러 난관들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현실은 저 또한 아직 명확한 답을 갖지 못했기에 단순히 이야기를 늘어놓는 수준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여기에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또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지 않겠지만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여기에도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글을 읽어나갈 여러분들에게 미리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