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다.

by 모개

대기실 의자에 앉아 계속 다리를 떨었다. 손으로 입술을 잡아 뜯었다. 뒤숭숭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의자에서 일어났다. 대기실 밖 복도로 나와 하릴없이 걸었다. 입이 바짝 말라 다시 대기실 안으로 들어와 테이블 위에 있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심장이 뛰다 못해 터져 튀어나올 것 같았다. 손까지 덜덜 떨려왔다. 두 손을 깍지 낀 채 힘을 주었지만 떨림을 막을 수 없었다. 30년 같았던 30분이 지나고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아이를 잠시 놀이방으로 보내고 선생님을 마주했다. 타들어가는 입과 목에 연신 물을 들이부었다. 좁은 책상 위로 휘갈겨 적힌 글자들이 보였다. 종이를 뒤적이며 잠깐 뜸을 들인 선생님은 아이의 이야기를 천천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새학기 적응이 좀 힘들었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에게 적응 되었다. 엄마가 늘 말했기에 어린이집은 가야 했고, 어린이집에 갔으니 힘들어도 밥은 먹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생각처럼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다. 등원 때 울면 아빠가 다시 집으로 데려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늘 실패였다. 울다 지쳐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기운이 없었다. 도저히 점심을 먹을 수 없었다. 그래도 종일반에서 5세 때 친구들을 만나면 괜찮았다. 하지만 5월부터 종일반에서 만났던 친한 친구들이 오지 않았다. 친구들은 피아노, 태권도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일과가 끝나면 학원 차량을 타고 떠나버렸다. 친구들이 떠난 후 종일반에 남은 친구들은 고작 4명 정도였다. 그 중 누가 아파 결석하거나 조금 일찍 하원 하면 혼자 남았다.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엄마만 기다리다 보니 심심하고 불안해 간식까지 먹을 수 없었다. 여름이 되니 어린이집 앞마당에서 물놀이를 시작했다. 물놀이 후 젖은 수영복을 벗을 때 상의가 머리에 낄 때면 숨이 막혔다.(지금도 아이는 지퍼형 래시가드만 입는다.)물놀이가 있는 날은 등원길 더 많이 울었지만 소용 없었다. 그날 먹는 점심은 목구멍에 턱턱 걸려 헛구역질까지 나왔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을 제어하기 힘들었다. 매일 저녁 내일은 잘해보자고 다짐했지만 아침이 되면 다시 두려워졌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우는 것 뿐이었다.


엄마라는 사람이 아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책감이 먼저였다. 그 다음은 부끄러움이었다. 그런데 왜 아이는 나에게 털어놓지 않았을까? 묻고 또 물었는데 왜 입을 다물었을까? 아이에게 따져 묻고 싶었다. 화가 났다. 서운했다. 그리고 힘든 시간을 견딘 아이가 안쓰러워 가슴이 아팠다. 그러다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보다 내 감정이 먼저라는 걸 깨달았다. ‘아! 나는 정말 형편없는 엄마구나.’고개를 숙였다.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 다음 선생님의 말들은 귓가에 떠돌기만 했다.


멍한 상태로 나와 데스크 앞에 섰다. 상담 비용을 결제하려고 주섬주섬 가방을 열었다. 데스크 직원이 다음 예약일을 물었다. 다음 예약일? 아! 선생님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구나. 기운 없는 목소리로 데스크 직원에서 한 번 더 안내를 부탁했다. 선생님께서 다시 나와 설명해 주셨다. 아이에게 불안이 있다고 했다. 단순히 기질의 문제인지, 아니면 욕구불만으로 인해 생긴 문제인지, 아니면 또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인지 검사가 필요했다. 덧붙여 검사는 부모의 양육 태도로 인한 문제일 수도 있으니 부모의 기질 검사와 함께 양육 태도도 관찰 한다고 했다. 아이는 그림과 대면 질문을 통한 검사, 부모는 설문지 작성으로 진행된다. 검사가 끝나면 센터장이 보는 앞에서 엄마, 아빠의 놀이 평가가 이뤄진다고 했다. 그 후 센터장과 면담을 하고 필요하다면 놀이 또는 그림 치료를 시작한다. 아이의 기질과 성격,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들에 대해서 간절히 알고 싶었다. 또 양육에 문제가 있다면 조언을 듣고 고치고 싶었다. 안내 받은 모든 것을 진행하기로 하고 센터를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깜깜했다. 길고 어두운 터널 안에 갇힌 것 같았다. 이 터널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막막했다. 하지만 터널은 분명 끝이 있다. 그럼 가보자! 가다보면 끝이 나오겠지. 아이 손을 잡은 내 손에 한 번 더 힘을 주었다. 형편없고 부족하지만 나는 내 아이의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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