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나였어.
엘리는 조각난 거울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깨진 유리 파편이 손바닥을 찔렀지만, 아픈 줄도 몰랐어요.
머릿속에서 같은 말이 계속 맴돌았어요.
'모두가 나였어.'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바닥으로 스르륵 가라앉는 기분이었어요.
숨을 쉬는 것도 버거웠어요.
그리고
그 고요한 절망 속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어요.
"미안해… 미안해요… 정말 몰랐어요…
그냥…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게… 전부였어요."
그 순간,
누군가 자신을 벌하러 올 것만 같은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어요.
이 지하통로에서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가슴을 짓눌렀어요.
몸은 얼어붙었고,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어요.
그렇게 굳어버린 자신이
너무도 가엽게 느껴졌어요.
이 세상에 홀로 버려진 것만 같아서 눈물이 흘렀어요.
그때,
피코가 살며시 다가와
엘리의 뺨을 핥아주었어요.
엘리는 피코를 꽉 끌어안고
떨리는 몸을 간신히 지탱했어요.
피코도 그녀 품 안에서 함께 떨고 있었어요.
지하통로는 축축했고
돌벽에서 차가운 습기가 스며 나왔어요.
천장의 물방울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둘 다 깜짝깜짝 놀랐어요.
바로 그때,
바닥 틈새에서 검은 연기와 하얀 연기가 동시에 솟아오르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가늘게 피어오르던 연기들이
순식간에 퍼지며 지하통로 전체를 뒤덮었어요.
피코와 쉬쉬는 연기에 놀라
콜록콜록 기침을 해댔고
엘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연기 너머를 응시했어요.
그리고,
뿌연 연기 속에서
어떤 형체 하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EP.13 정원 끝, 작은 대화
피코: “엘리… 지금, 괜찮은 거야?”
엘리: (작은 숨을 내쉬며) “모르겠어… 그냥… 다 나였대.”
피코: (조용히) “그래서 더 안심이 돼.”
엘리: “왜?”
피코: “그럼, 도망칠 필요는 없잖아.”